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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검찰 내부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온 한상대 검찰총장이 잔여 임기 9개월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은 말이 필요없다"며 30일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사진=KBS 화면 Capture]
사상 초유의 '검찰 집단항명 사태' 등 검찰 내부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온 한상대 검찰총장이 잔여 임기 9개월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은 말이 필요없다"며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30일, 한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15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이날 발표하겠다던 '검찰 개혁안'은 내놓지 않은채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자신과 대립했던 대검 차장, 검사장, 참모 등 핵심 간부들이 배석하지 않은 가운데 "최근 부장검사 억대 뇌물사건과 피의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한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을 드린 데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남의 잘못을 단죄해야할 검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그 직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검찰의 총수로서 어떠한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이날 한 총장 자신이 끝까지 고집했던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사퇴 이후 검찰총장 대행체제에서는 개혁 추진 동력이 없는데다, '검찰을 떠나는 검찰 총수의 무책임한 처사'라는 검찰 안팎의 비난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 개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은 후임자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한 총장은 기자회견 직후 청사를 쓸쓸히 나서면서 "밤새 고민한 결과 결국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청와대와 사전 조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상대 총장이 취임 1년 3개월만에 물러나면서, 검찰은 당분간 대선 때까지는 채동욱 대검 차장의 총장 대행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퇴로 한상대 총장은 임기를 못채운 11번째 총장이자, 검찰 내부 반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첫 번째 검찰총장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편 검찰은 이 같은 한상대 총장의 전격 사퇴로 검찰 내분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검찰은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아울러 검찰은 이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숙하며 향후 자체 개혁 등을 통해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검찰 개혁안 발표 취소"
이에 앞서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날 3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검찰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한상대 총장이 이날 오전 10시에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15층에 있는 대회의실에서 사의만 표명하고, 당초 예정돼 있던 검찰 개혁안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30일 새벽까지 이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어젯밤 서울 서부지검 평검사 등이 개혁안 발표 중단을 촉구하는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이날 29일 저녁 평검사 회의를 열고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뒤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입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이날 오후 평검사 회의를 열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이 같은 의견을 담은 글을 올렸다.
평검사들은 "지금까지의 뇌물수수·성추문 사건, 중수부장 감찰 파문 등과 관련해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성급하게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이를 자신의 신임과 결부시키는 것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모든 개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며 검찰 구성원들도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평검사는 "사퇴하신다는 분이 검찰을 개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검찰총장은 개혁안 없이 순수하게 사퇴의사만 밝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한상대 검찰총장은 30일 오전 8시에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며,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은 "감찰 문제가 해결된 뒤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논란 등으로 검찰 내부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온 한상대 검찰총장은 "오늘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뒤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李 대통령 “한상대 총장 사퇴계기로 검찰 개혁 추진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한 총장의 사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검찰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고 시대에 맞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검찰이 보여준 최근 일련의 사태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검찰조직이 더 이상의 동요 없이 엄정한 대선관리와 연말연시 법질서 확립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무장관이 철저히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법무장관의 보고를 받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채동욱 차장검사의 대행체제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대선까지는 채동욱 차장의 대행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또 야당이 주장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 책임론'에 대해서는 "사태를 수습하는 게 우선 아니냐"며 법무부 장관까지 인사 파동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 개청 이후 초유의 항명 사태로 이어진 긴박했던 대검 청사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29일 하루는 참으로 모질고 긴 하루였다고 경향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게 움직였으며, 한 총장과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맞짱 대결로 비화된 검란의 현장은 긴박하게 돌아갔다고 전했다.
30일자 신문 구교형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채동욱 대검 차장을 비롯한 대검 부장(검사장급)들은 한 총장을 찾아가 용퇴를 촉구했다. 총장이 참모진의 입을 통해 “나가 달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비참한 순간이었다. 채 차장은 ‘용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간곡히 설득했다.
하지만 한 총장은 “그럼 너희들도 같이 나가라”며 “나 혼자 책임질 수 없다”고 몽니를 부렸다. 총장실이 있는 대검 청사 8층에는 한 총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몇몇 간부들은 한 총장의 태도에 실망해 직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어 9시40분쯤 이두식 대검 수사기획관을 비롯한 중간간부들이 또 총장실을 쳐들어갔다. 총장실 밖에는 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려는 과장(부장검사급)들과 연구관(부부장·평검사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도 사태를 봐가며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이들이 설득하자 한 총장은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한 참석자는 “한 총장이 중간간부들의 얘기를 들은 뒤 ‘30일 사표를 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십분 뒤 한 총장은 측근들과 상의 후 사표는 제출하되 검찰개혁안 발표는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한 총장이 작성한 발표문에는 “국민과 함께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정오 무렵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한 총장의 ‘사표 꼼수’에 직격탄을 날렸다. 석 전 지검장은 수습검사 ‘성추문 사건’이 불거지자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민간인 신분인 그는 “심히 안타깝지만 지금 총장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밖에 없다”며 “전국의 평검사들이 일을 제쳐두고 회의를 열거나 연판장을 돌려야만 총장이 깨닫고 결행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일선 검사들의 반발도 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석검사들은 이날 점심 때 모여 최근 사태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30일로 예정된 한 총장의 사퇴 발표와 향후 거취를 살펴본 뒤 진정성이 없을 경우 추가 대응키로 했다. 검찰 내부통신망은 실명·익명게시판을 막론하고 한 총장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이날 오후 1시쯤 대검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대검 대변인실에서 최재경 중수부장의 비위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알려왔다. 오후 2시30분으로 예정됐던 브리핑은 40분 가까이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유는 이준호 감찰본부장과 안병익 감찰1과장이 “규정상 감찰 착수 여부는 밝힐 수 있지만 비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한 총장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 총장은 순간 이 본부장을 상대로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한 총장은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의 비리를 수사 중인 김수창 특임검사가 전날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대변인실 도움을 받아 직접 언론에 배포할 자료를 만들었다. 그래서 예정보다 브리핑이 늦춰진 것이다.
오후 3시10분쯤 한 총장은 박계현 대검 대변인을 통해 최 부장과 김광준 검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한 총장이 공개한 문건은 특임검사팀에서 수사보고 겸 제출한 것”이라며 “이를 외부에 뿌린 것은 명백한 공무상 비밀누설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이처럼 고립된 상황을 최대한 외부에 숨기고 싶어 했다.
한 총장은 오후 4시쯤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을 불러 최 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내일 사의를 표명하겠다”며 “일선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참석자 대부분은 한 총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 “한 총장이 이성을 잃었다”며 “일선을 잠잠하게 한 뒤 검찰개혁안으로 만회해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쯤 대검 정문 앞에 장사진을 이룬 취재진을 피해 몰래 출근했다.
한 총장 입장에서 기댈 곳은 자신을 임명한 청와대밖에 없었다.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청와대에서는 한 총장의 진퇴 문제가 논의됐다. 하지만 임기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검찰 총수의 부재가 빚을 문제가 더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이날 저녁 6시쯤 한 총장이 주재한 마지막 검사장 간담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식사시간을 포함해 불과 2시간20분 만에 끝났다. 간담회에는 인천·수원·춘천·대구·청주·창원지검의 검사장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검찰개혁안에 대한 의견과 함께 한 총장이 조속히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도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사표를 제출한 한 총장이 성급하게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이를 신임과 연결시키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이들은 한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조직·질서가 무너진 청·법무·검찰
대통령·장관·총장·중수부장 서로 책임 미루고 치고받고
한국의 정부 조직이 무너졌다. 참모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검찰총장의 감찰 명령을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또 다른 대검 간부는 “중수부장의 비위 혐의를 언론에 브리핑하라”는 검찰총장의 지시에 반발했다. 검찰총장은 직속상관인 법무장관의 명령을 거슬렀다.
이 같은 검찰 조직 초유의 항명사태와 내홍은 임기말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이 법무장관에게 사태 수습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청와대와 법무·검찰의 통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된 것이라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30일자 신문 구교형·박영환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한상대 검찰총장은 29일 오후 최재경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와 지난 8~9일 10차례에 걸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전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 검사는 자신의 비리에 대한 언론의 취재망이 좁혀오자 최 부장에게 대응 요령을 조언해 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권재진 법무장관은 “최 부장에 대한 감찰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하지 말라”는 직무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한 총장이 권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고의로 묵살한 것이다.
“강하게 대처” 최재경·김광준 문자메시지 공개
“어떡하지” 사퇴 수습 논의… 한 총장 지시로 이례적 공개
한상대 검찰총장 지시로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에서 29일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50)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51)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내부 감찰 중인 사안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30일자 신문 구교형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김 검사는 “유진에게 돈 빌려준 거 확인해 줬는데,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고 물었다.
최 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이어 김 검사가 “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자들을 대해야 할지”라고 묻자 최 부장은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욱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라고 답했다.
감찰본부는 이 같은 내용이 김 검사의 비리를 수사 중인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휴대전화 복원 과정에서 드러났고, 한 총장이 대검 차장·공안부장·감찰본부장과 함께 대책을 논의한 결과 품위손상 혐의가 있어 감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최 부장이 김 검사의 비위를 상부에 처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최 부장은 고향(대구) 후배인 경찰 간부로부터 김 검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들었다. 다음날인 5일 이 내용은 한 총장에게 보고됐다.
이어 최 부장은 서울 법대 동기인 김 검사에게 전화로 경위를 확인했다. 김 검사는 “부인의 암투병 등 개인적인 가정사 때문에 차명계좌로 주변에서 억대의 돈을 빌렸다”고 털어놨다. 최 부장은 김 검사의 진술 요지를 대검 감찰본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감찰 개시 직후인 8일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후 한 총장은 김 검사의 비리를 전담해서 처리할 특임검사를 지명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최 부장이 김 검사의 비위와 관련된 경위서까지 만들어 관련 내용을 감찰본부에 인계했다”며 “결과적으로 최 부장이 개인적으로 입수한 검찰 간부의 비리를 상부에 보고한 것인데 이와 관련해 감찰을 받게 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김대식 기자 knews@para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