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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해산의 배경과 총선 전망
2012년 11월 16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일본의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衆議院)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16일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의원 해산의 목적은 이후에 실시되는 총선거에서 정국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기습적으로 총리에 의해해산권이 행사되기도 한다. 당시의 정치상황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한 후, 차기총선에서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경우에 해산권을 행사함으로써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더욱 강력한 국민적 지지기반을 확보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9월 ‘우정민영화’관련법안이 참의원(일본의 상원에 해당)에서 부결되자 고이즈미 전 총리가 즉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한 것이다. 선거 결과 당시 여당인 자민당은 단독 과반 이상을 획득하여 압승을 거두었고,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는 계속해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7월 아소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했을 때에는 유권자의 지지를 잃어 54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현재 노다 총리 역시 낮은 여당의 지지율 때문에 다시 정권교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중의원을 해산하였다. 이 글에서는 일본 정국에서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는 배경과 오는 12월 중의원 총선거에서의 쟁점을 살펴보고, 향후 일본 정국의 전망 및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 중의원 해산의 배경
(1) 법적 근거와 절차
1947년 「일본국헌법」이 제정된 이후 2012년 현재까지 총 22회에 걸쳐 임기중에 중의원이 해산되었으며, 중의원 의원이 임기 4년을 채우고 총선거를 실시한 것은1976년 단 한차례뿐이다.
중의원 해산에 관한 법적 근거는 「일본국헌법」제7조에서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해 일왕이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국사행위의 하나로서 중의원 해산을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제69조에서는 내각불신임결의안의 가결 또는 내각신임결의안의 부결에 의한 중의원 해산을 명시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중의원의 해산권은 일왕에 있지만, 헌법해석상 국정에 관한 권한이 없는 일왕을 대신하여 해산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내각에 있다고 판단하여, 사실상 내각 총리대신(이하 ‘총리’의 전권사항으로 인정되고 있다.
내각의 중의원 해산권은 각의결정(閣議決定)에 따라 행사된다. 중의원 해산은 중의원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심판받는 제도로써 국회 회기중에만 해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해산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중의원 총선거를 실시해야 하며,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국회(특별국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선거후 처음 열리는 국회의 소집이 있을 때 내각은 총사직하도록 되어 있다.
(2) 노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 배경
노다 총리는 11월 16일 오전 내각회의에서 중의원 해산을 각료회의에서 결정하였고, 이 날 오후에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중의원 의장이 해산조서를 읽음에 따라 중의원이 해산되었다.
이에 앞서 일본 국회에서는 16일 오전에 참의원 본회의에서 노다 총리가 중의원 조기해산의 조건으로 제시한「재정 운영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도모하기 위한 공채발행특례에 관한 법률안」, 중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의 선거구간 인구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5개 소선거구를 삭감하는「0증5감」의중의원 선거제도 개혁법안, 그리고 국회의원 세비 및 수당 20% 삭감법안을 자민․공명 등 야당의 협조를 얻어 통과시켰다.
중의원 해산 직후, 노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해산의 이유를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사회보장과 세제의 일체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로써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440여일이라는 짧은 총리 재임기간 동안 사회보장 재원 마련을 위한 소비세율인상, 지진 재해로부터의 복구·부흥,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 그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참여를 통해 일본 경제를 재생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야당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심화되었다.
이에 노다 총리는 더이상 국정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보인다.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밝힌 이후, 민주당 의석수는 242명에서 총 11명이 탈당하여 일본유신회 등으로 당적을 옮김에 따라 과반수 의석(241석)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2. 중의원 해산 이후 총선 쟁점
이번 노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에 따라 일본은 내달 중의원 총선거를 실시한다. 12월16일을 투표일로 공표함에 따라 각 정당은 11월 16일 해산 이후 즉시 선거전에 돌입하여 300개 소선거구와 180개 비례대표 후보자를 이미 대부분 결정하였고, TV 광고 등 선거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12월4일 선거공시를 하여 투표일 전일까지 12일간의 법정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노다 총리는 이번 중의원 총선거의 의의가 2013년 이후 일본의 방향이 민주당 정권교체 이전으로 돌아갈지, 자신의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의 쟁점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노다 총리의 개혁정책 평가
이번 중의원 총선은 노다 총리가 제시한 5개 분야의 개혁정책에 대해 평가를 받는 선거가 될 것이다.
첫째, 소비세율 인상 등 세제개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의 추구,
둘째, 녹색성장 및 농립어업․중소기업 성장 추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일 FTA,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경제정책 추진,
셋째, 탈원전을 위한 에너지정책 추진,
넷째, 현실적인 외교․안보정책 추진, 마지막으로 비례대표 의석수 40석 삭감을 비롯한 정치개혁의 추진 등에 대해 국민의 신임 여부를 묻는다.
유권자들은 해당 정책에 대한 각 정당의 정책공약(매니페스토)을 토대로 투표함으로써 노다 총리의 개혁정책 추진의 지속여부를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2) 제3세력의 역할 증대
민주당의 재집권을 어렵게 보는 상황에서 자민당 역시 지지율이 25~30% 이내로 머물러 과반수 의석 확보가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제3세력의 등장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2야당이었던 공명당뿐만 아니라, 태양의 당과 합당한 일본유신회, 국민생활제일당 등 민주당 탈당세력과 탈원전 세력의 연대로 구성된 일본미래당 등이 총선에서 어떻게 활약할 것인가가 향후 연립정권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의원 해산 이후 하시모토 토루(橋下徹)전 오사카시장이 이끌었던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전 도쿄도지사가 창당한 태양의 당과 합당하여 이시하라를 대표로 내세우고 당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다함께당(みんなの党!)은 일본유신회와의 합당이 무산되었으나, 총선에서 정책 공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지사가 이끄는 감세일본(減税日本)은 반TPP당에 합류하여 신당「감세일본․반TPP․탈원전을 실현하는 당(약칭 ‘脱原発’」을 만들었으며, 탈원전과 TPP 반대를 주장하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의 국민생활제일당등과 연대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11월 28일 현재 가다 유키코(嘉田由紀子) 사가현지사가 탈원전을 추구하는 세력을 결집하여「일본미래당」을 창당하기로 했으며, 이에 국민생활제일당과 탈원전 당이 합류하기로 하는 등 우후죽순의 제3세력 연대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2월 4일 총선 공시일을 앞두고 각 정당간의 합당 및 신당창당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제3세력의 구도는 크게 일본유신회와 일본미래당으로 양분화되는 양상이다.
일본미래당의 경우, 창당되면 소속 중의원의원 수가 민주․자민당에 이어 세 번째로많은 정당이 된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제3세력의 부상과 연합여부가 향후 정권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3) 일본의 우익화
아베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발표한 「일본을 되찾는다」라는 총선공약집에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군대보유를 명기한 헌법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극우 성향의 공약을 담아서 우려를 낳고 있다.
비록 총선에서 자민당 단독의 과반수 의석 확보가 어렵더라도 공명당 및 일본유신회 등 우익정당과의 연립정권을 구성하여 독도 및 북방영토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지속적인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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