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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모 재벌 총수가 타계를 하면서 세금(상속,증여세) 몇 억원을 납부할 것이냐가 관심사가 되었다. 국민들로서는 재벌들 끼리 누가 더 정직하게 세금을 많이 내나 비교 심리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문 보도를 보니 보유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고 공익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해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는데 알고 보니 그 재벌이 설립한 재단에 기부하였다고 한다.
사단법인과 달리 재단법인은 돈(기금)으로 사회사업을 하는 곳이다. 사회 복지시설, 장학재단 운영 등으로 대부분 증여세나 사업에 대한 세금이 감면된다. 재단법인이 하는 일이 별로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데 전화번호부에 재단법인을 찾아보면 이렇게 많은가 하고 의아해지지만, 선진 외국에 비하면 적은 셈이다.
선진 외국엔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재단 법인은 장학 사업도 하고 사회활동도 지원하고, 개인은 소득의 일정액을 매달 떼어서 불우 이웃이나 정치인 등에게 기부를 하거나, 여의치 못하면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한다. 정치인도 검은 돈의 유혹을 받지 않고 후원금으로 정치활동이 가능하고, 사회 시스템도 이권 청탁이 가능하지도 않다.
기업체가 매출액 규모가 커지면 절세를 하기 위하여 대개 법인으로 전환한다. 사주가 마음대로 하던 개인 기업 경영이 법인이 되면 법적으로는 돈을 빼먹기 어렵게 된다. 법인 기업체에서 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세금으로 내느니 배당을 늘리고 보너스를 지급 하는등 복지 비용으로 충당하고 원가나 비용을 부풀려서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권 로비나 총수의 별장, 골프 회원권 등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 사업자의 자산 축적은 개인 능력이 많이 작용하지만, 법인(대기업)이 거부를 축적하는데는 경영주의 능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절대적인 지원이 없이는 어렵다. 즉, 기업의 이윤엔 기업 종사자(근로자,주주,경영자)뿐만 아니라 국민의 몫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도 재단이 없으면 재벌 행세를 못하는 것처럼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재단공화국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였다. 문화재단(법인)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순수한 의미에서 출발했으나 일부 소수의 재단법인은 부의 대물림을 위하여 상속증여 관련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 설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주는 부의 사회 환원을 위하여 현금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출연하여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그 재단의 대표직에 자녀가 취임하게 하여 재단이 보유한 주식으로 기업체에 경영권을 행사한다. 증여세나 상속세 한 푼 안내고 합법적으로 부를 세습하는 방법중의 하나가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목적에서 설립된 재단법인이 시행 초기에는 소수 기업주의 부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된 경우는 있었으나 지금은 정착되어 활발히 사회 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네기나 록펠러 재단 같은 법인이 한국에서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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