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의 뚜벅이 출사—혜화동에서 명동까지(1)
실로 한 40여년만의 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종로, 을지로를 휘젖고 명동성당까지, 다르다면 전에는 술 퍼먹고 걸었고 이젠 카메라 메고 걷는다는 것이—
나쁜 사진 만들어보자고, ISO 잔뜩 올리고 망가진 사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출사이지만 이마저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성능 좋은 카메라는 여전히 대낮같이 좋은 사진을 뽑아주기 때문이다. 이제 옛날처럼 빛이 모자라 마구 왜곡된 사진 만들기는 연구대상의 새로운 장르이다.
그저 걷다 보니 모든 생각 다 잊어버리고 삶에 대한 행복감에 젖어본다. 사람들은 여전히 만나고 떠들고 마시고 무언가를 기원하고, 이제 나는 그들을 찍는다. 시간이 달라진 그 거리, 저 사람들도 이제는 추억을 뿌리고 언젠가는 그 열매를 거두리라.
피곤하지만 동료들과 함께하여 즐거웠던 출사, 둘로 나누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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