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탄면 금각마을은 신장동 숯고개에서부터 금각리까지 소의 등허리처럼 길게 뻗은 산등성이의 머리맡에 있어서 ‘금각(金角)’이라 부른다. 자연지명으로는 ‘쇠뿌리’로 너른 쇠뿔이뜰 아래 진위천과 황구지천이 흐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농업에 종사하고 다문화가족과 미군부대 소속의 장병이 거주하고 있는 쇠뿔마을에 지난해 초부터 예술바람이 불어왔다.
평택문화원(원장 김은호)이 공장과 컨테이너 건물, 버려진 집으로 삭막하고 농촌 향기가 나지 않는 금각마을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2012년 9월부터 동네 어르신, 아이들, 작가, 자원봉사자와 함께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동네 어르신들은 도로 아스팔트 공사로 단조로웠던 마을 입구에 꽃잔디와 국화를 심고 나무재료를 다듬어 20점의 솟대를 설치했다.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담긴 금각마을 만의 솟대길은 해질녘 노을과 장승 벽화를 배경으로 가장 멋지게 빛난다.
마을의 7명뿐인 아이들은 방과 후면 삼삼오오 모여 벽에 그린 기차에 자신들의 얼굴을 그려 넣어 문곡-금각리를 달리는 파란색 기차 ‘쇠뿔호’를 탄생시켰다. 문곡리의 옛 정미소는 평택대 시각디자인과(교수 최종란) 30명의 학생들이 옛 금각잡화점으로 변화시켜 향수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웃다리문화촌 작가들은 평택의 대표동요 ‘노을’을 주제로 벽화길을 만들고 민화작업에 참여했으며, 인근 미군부대 장병들은 벽화코팅 작업에 동참했다. 또한 5살의 꼬마가 그린 허수아비부터 미술반 학생들이 그린 고흐의 해바라기까지 다양한 그림은 공장 벽에 전시되어 금각갤러리를 탄생시켰다.
마을 주민들은 “쇠뿔인데 소에 뿔을 그려야지”, “잡화점 이름은 금각잡화점으로 해” 등 흐뭇한 잔소리로 함께했으며 추운 날씨에 따듯한 커피와 간식을 내와 작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금각1리 임재혁(73세) 어르신은 “우리 마을을 위해 젊은 학생들, 처자들이 추운 날
에 고생했고 예쁘게 그려줘서 고맙다”며 “공장부지에서 뛰놀던 동네 아이들부터, 우리처럼 나이 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솟대를 심고 그림을 그려 우리 동네를 꾸미는 일들이 즐겁고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 총괄한 평택문화원 박철순 부원장은 “색색의 벽화와 솟대길 등 눈에 보이는 쇠뿔마을의 변화도 인상적이지만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작품을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화합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평택문화원(원장 김은호)이 주관한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기록앨범으로 제작됐으며, 마을 주민과 시민들이 합심해 진행하는 소통 프로젝트 ‘쇠뿔마을, 단김에 문화를 입히다’는 올해도 계속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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