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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라 집에서는 소,돼지,닭,개 등을 사육했는데 가축이 성체가 되면 시장에 내다 팔고 다시 새끼를 입식하여 키우기를 반복했다. 특히 사람과 정이 든 개를 팔 때에는 부모님께 팔지 말라고 며칠이나 징징대고 까탈을 부렸다. 그때는 개를 식용으로만 거래했기 때문에 판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도시로 나와 학교를 다닐 때엔 여유도 없어 애완 동물을 키우지 않아 그에 대한 어떤 감정이나 일관된 생각이 없었다. 80년대 직장을 다닐 때 여름에는 주 2-3회 정도 직장 선배들 따라서 좋아하지도 않은 보신탕을 먹으러 다니기도 하는 등 보신탕에 대하여 특별히 좋거나 나쁜 감정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부터인가 아무 이유도 없이 보신탕 먹기가 싫어졌다. 특별하게 개를 사랑한다든가,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혐오 식품(?)이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먹기가 싫어졌다. 이후로는 모임에서 보신탕을 먹을 때는 닭 백숙으로 메뉴를 바꾸어 먹었다.
어느 핸가 애완용 개를 키우는 직장 선배 집에 갔다가 개털이 소파나 거실 틈새등 집안 구석구석에 수북하게 쌓인 것을 보고 애완용 개 사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고, 또 키우다 죽거나 병들어 이별해야 하는 것이 싫어서 애완견 키우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친척 집에서 고혈압에 당뇨까지 앓던 20여년 된 애완견이 죽으니 애통해 하는 것을 보며 이별이 두려웠다.
오히려 TV 동물농장에서 많은 돈을 들여서 수 십 마리의 애완 동물을 기르면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여 애완동물 건사에 정성을 다 하는 것을 보면서 굶는 사람도 많은데 아무리 기호 생활이라고 하지만 너무 호사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6년 전 어느 날 아내가 친구한테서 9개월된 강아지 한 마리를 가져왔다. 요크셔테리어 종인데 다른 사람이 키우다 버려서 동물보호단체에서 임시 위탁 사육을 하던 것을 권유에 못이겨 데리고 왔다고 한다. 원하지는 않았으나 싫지는 않아 키우기로 하고 이름을 '코코'로 지었다.
키우면서 보니 코코는 일반 강아지보다는 다른 면이 있었다. 절대 집 밖으로 나갈려고 하지 않고, 나가서도 자꾸 집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처음 얼마간은 아직 적응이 안돼서 그러려니 했는데 세월이 지나도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 아파트 경내를 벗어날려면 억지로 끌고 나가거나 안고 나가야 하고 돌아올 때는 쏜살같이 뛰어서 돌아왔다.
다른 개들은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밖에 나가서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하고 소변으로 영역 표시도 하면서 주인과 보조를 맞춰 천천히 걷는데 이 녀석은 무엇에 쫓기듯 쏜살같이 뛰어 다녀서 항상 끈을 매고 다녔다. 처음에 개를 키우던 사람한테서 버림을 받아서 또 버림을 받을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내하고 같이 있는 시간보다는 아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데도 유독 나를 제일 따르는 것은 동물 사회에서 우두머리한테 복종하고 따르는 습성이 아닌가 싶었다. 퇴근을 하면 항상 꼬리를 흔들고 반가워 하는 것이 여늬 식구보다 살갑다. 잠 잘 때는 개집에서 자다가도 이불속으로 파고들어와 안겨서 자는 것이 귀엽고 심심할 때는 수건을 물고 온 방을 누비면서 장난을 걸기도 한다. 잠깐이라도 없으면 허전하고 가족 한명은 없어도 티가 안나는데 코코가 없으면 보고 싶고 허전했다.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는 것 외엔 별 다른 이상이 없이 지냈는데 1년여 전부터 간간이 신음을 하면서 바닥에 뒹굴면서 괴로워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잠시 그러다가 그쳐서 잠깐 배탈이 났거니 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괴로워하는 주기가 짧아졌다.
발광을 하는 주기가 잦아져서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하니 뇌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으니 수술을 하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다. 정확한 진단을 받을려면 대학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하고 수술비도 몇 백만원이 든다고 한다. 처음 주인이 코코가 불치병에 걸려서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된다.
수술비가 많이 들어 수술은 못하고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잘해 줄려고 간식도 많이 주고 같이 있는 시간을 늘렸지만, 발작을 하는 회수가 늘어나 괴로워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안쓰러워 견딜 수 없어 차라리 보지 않을려고 했다. 지난해 10월 증세가 심해져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동물 병원에 가서 안락사를 시켰다. 차마 마지막 가는 길을 볼 수 없어서 외출을 하고 말았다.
언제나 꼬리 흔들며 애처럽고 우수에 젖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즐거워하던 코코가 없어 퇴근길이 허전하다. 다시 애완견을 키우고 싶지만, 이별이 슬퍼서, 헤어지고 난 뒤의 허전함이 두려워 다시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족 못지 않은 이별의 슬픔을, 다시는 맛보지 않으려고.
코코야, 안녕 ! 부디 고통 없고 평안한 하늘 나라서 오래 편히 쉬거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