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날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즉석 안건으로 상정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각계 인사 55명에 대한 설 특별사면안을 심의ㆍ의결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당선인측과 여야의 반대 속에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에 대한 설 특별사면을 29일 전격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제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즉석 안건으로 상정한 55명 특별사면안을 심의ㆍ의결했다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이번 사면에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회장과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 당시 박 전 의장 캠프 상황실장을 맡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포함됐다.
박 전 국회의장과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6인 회의’ 멤버 출신으로 현 정부 개국공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측근 사면’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주목 받았던 친박계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도 이번 특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서갑원, 김종률, 우제항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사회통합적 측면을 고려해 용산참사 당시 철거민 5명도 이번 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잔형 집행이 면제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 홍사덕 전 의원 등은 이번 사면에서 제외됐으며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 이사장은 친인척 배제 원칙에 따라 역시 이날 특사에서 빠졌다.
이번 특사와 관련해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앞서 박근혜 당선인이 임기 말 특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투명한 절차와 원칙을 갖고 진행했으니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자는 총 55명으로 다음과 같다.
■ 공직자 / 정치인 19명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 김한겸 전 거제시장 ▲ 김무열 전 울산광역시의원
▲ 박희태 전 국회의장 ▲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연광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
▲ 신정훈 전 나주시장 ▲ 박관용 전 국회의장 ▲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 김종률 전 국회의원 ▲ 서갑원 전 국회의원
▲ 서청원 전 국회의원 ▲ 우제항 전 국회의원 ▲ 장광근 전 국회의원
▲ 현경병 전 국회의원 ▲ 이덕천 전 대구광역시의회 의장
▲ 김민호 전 국회의원 보좌관 ▲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 경제인 14명
▲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 박주탁 전 수산그룹 회장
▲ 이준욱 전 ㈜지오엠씨 대표이사 ▲ 권혁홍 신대양제지㈜ 대표이사
▲ 김영치 남성해운㈜ 회장 ▲ 남중수 전 ㈜KT 사장 ▲ 정종승 ㈜리트코 회장
▲ 한형석 전 ㈜마니커 대표이사 ▲ 김길출 한국주철관공업㈜ 회장
▲ 유진 ㈜휴니드테크놀로지스 회장 ▲ 신종전 한호건설㈜ 회장
▲ 조현준 ㈜효성 섬유 PG장 ▲ 김용문 전 현대다이모스㈜ 부회장
▲ 오공균 사단법인 한국선급 회장
■ 교육ㆍ문화ㆍ언론ㆍ노동계ㆍ시민단체 9명
▲ 손태희 남성학원 명예이사장 ▲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 김종래 전 주간조선 출판국장 ▲ 이해수 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의장
▲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 강기성 전 부산정보대학 학장
▲ 윤양소 전 강릉영동대학 학장 ▲ 최완규 전 전북문화재연구원 원장
▲ 이갑산 범시민단체연합 공동대표
■ 용산사태 관련자 5명
▲ A씨(용산 4구역 철거민) ▲ B씨(용산 4구역 철거민)
▲ C씨(용산 신계동 철거민) ▲ D씨(성남 단대동 철거민)
▲ E씨(상도4동 철거민)
■ 불우ㆍ외국인 수형자 8명
▲ 고령자 3명 ▲ 장애자 1명 ▲ 외국인 1명
▲ 중증환자 1명 ▲ 유아대동자 1명 ▲ 기타 1명
이 대통령, “취임 초 약속대로 법·원칙 입각한 사면”
“정치사면은 절제해 왔으며,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적어”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즉석안건으로 상정된 특별사면안과 관련해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처음으로 민간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정부에서의 사면은 민생사면을 위주로 하고 정치사면은 당초 약속대로 절제해 왔으며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적다”고 언급하고 “우선 친인척은 배제한다는 원칙과 임기 중 발생한 저축은행, 민간인사찰 등의 연루자는 제외한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5단체의 추천대상자 중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기여도, 사회봉사 실적 등을 우선으로 감안해 대상자를 선정했다”며 “마지막으로 사회갈등 해소를 최대요소로 고려했으며 또 용산 사건 관련자에 대해서도 사면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큰 4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이번 사면을 실시했고 고령자, 외국인 수형자 등 인도적 차원의 배려도 고려했다”며 “취임 초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고 대통령 권한 남용이 아니라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금년 설에도 민생 관련된 성수품이나 채불 임금, 교통, 재난·재해 등에 대해서도 잘 대처해 주고 임기 마지막까지 민생 문제를 철저하게 챙겨주기를 바란다”며 “각 부처에서 복지시설에 방문 하는 등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 하는 일에도 충분히 계획대로 진행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단히 유감…이 대통령이 모든 책임 져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특별사면과 관련해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특별사면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할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을 했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상의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직인수위대변인은 대통령 당선인을 대변하는 자리”라며 이날 입장이 박 당선인의 뜻임을 분명히 빍혔다.
박 당선인이 이처럼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특사를 둘러싼 사태가 신-구 권력간 충돌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이 윤 대변인을 통해 이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고 나선 터라 청와대의 대응 여부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자칫 임기말 신-구 권력 갈등으로 비화되는 심각한 수준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양측의 충돌이 박 당선인의 ‘낮은 인수위’ 표방으로 비교적 순조로웠던 정권 인수인계 작업으로 불똥이 튈 경우 각료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새 정부의 출범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박 당선인은 청와대의 설 특사 움직임에 대해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사면이 강행되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특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김대식 기자 knews@para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