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마음을 세우다
전시기간: 2013년 2월 5일(화) ~ 2013년 2월 17일(일)
장 소: 류가헌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 /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문 의: 02-720-2010
의식을 담아내는 두 가지 방식
바닷가에 돌이 있다. 큰 돌 위에 작은 돌이 용케 포개져 있다. 멀리 흰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가 사선으로 달려든다. 세계는 아슬아슬한데, 홀로 선 그 작은 존재는 굳건하다. 이것은 사진가 허윤정이 찍은 사실적인 풍경이다. 자, 그런데 그 밑에 다른 작업이 잇대져 있다. 사진 위에 사진 용액으로 그림을 그린 ‘포토드로잉’이다.
무어라 그 형체를 말할 수는 없지만, 위의 사진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는 추상의 형태로 일관된다. 서로 다른 표현기법으로 쓰인 동의어다. 다른 작업에서는, 사진과 포토드로잉 두 이미지가 대척점에 놓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두 세계가 이어져, 다른 큰 세계를 이룬다는 점이다. 사진가 허윤정이 보여주는 세계다.
“살아가면서 스스로가 나약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연 속으로 들어 간다. 나무, 물, 돌, 흙, 꽃, 곤충... 자연 속 하나하나의 존재. 그 속에 고요하고 굳건한, 그 고유의 힘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부럽기도 하고, 의지가 되기도 한다. 그 힘을 느끼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그림으로 표현했다. ”
사진가 허윤정은 삶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대상들을 사진에 담은 후에 그 대상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포토 드로잉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 때 받은 느낌을 포토 드로잉 작업으로 먼저 그려낸 후에 사진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사진 작업이 현실에 기반을 두고 온 몸으로 부딪힌 사실에 대한 기록이라면, 포토 드로잉 작업은 작가의 내면에 기초한 의식에 대한 기록이다.
두 가지 작업은 서로 표현의 방식만 다를 뿐 같은 작업이다. 모두 사진가 허윤정이라는 한 작가의 ‘의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에 비유하자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소설과 같다. 시간이나 사건에 주목하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과 의식에 중점을 두고 표현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허윤정은 사진작업과 포토 드로잉 작업을 통해 ‘온 몸으로 직접 개입하지 않고는 그 어떤 세상도 존재하지 않음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과 사진그림에는 강한 ‘생명의 힘’을 느낄 때 마다, 그로인해 ‘삶의 의지’를 얻을 때 마다 손과 발로 입으로 온 몸으로 만지고 다가고 그려낸 그 자신의 흔적이 드러나 있다.
작가에게 사진이란 마음을 세우는 일이며 곧 삶을 세우는 일이다. 작가는 모든 감정을, 모든 생각을 사진 작업으로 쏟아내며 사진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마음을 다스려 삶을 유지해 왔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사진의 힘’을 전달 하고자 한다.
허윤정 사진전 <사진, 마음을 세우다>는 류가헌이 강원도 평창 다수리갤러리와 연을 맺고 여는 두 번째 교류전으로서, 2월 5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허윤정 Heo Yoon Jeong
국어 선생님도 했고 방송구성작가로도 살았다.
신문에 컬럼도 썼고 책도 썼다.
기업체 강의도 했고 구성작가 강의도 했다.
쉰지나서는 속과 겉이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쉰 전에 카메라를 잡았다.
공부하기가 싫어 학교에 가서 사진을 전공하지 못했다.
사진가 윤광준 강재훈 박태희 최항영 최광호의 수업을 들으면서 사진과 사진가의 세계를 만났다.
사진은 숨의 통을 열어준다, 그 경험을 사진으로 나누고 싶다.
지금은 KBS 구성작가로 일하면서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다수리에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 노트
신기함.
내 존재를 기념하고 기록하고 기억하게 하는.
사진을 하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신비함.
내 생각과 내 정신과 내 의식이 우러나고 드러나는.
사진을 계속 하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고마움.
내 마음을 다스리게 하고 내 속과 내 겉을 가깝게 만들어주는.
지금도 사진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확장의 즐거움.
나라는 사람, 사람들이 사는 세상, 자연, 우주.
그 시작과 그 지금과 그 끝과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즐거움.
사진이 좋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화가 나면 사진으로 화풀이를 했다.
의기소침해지면 암실에 들어가 포토 드로잉을 하면서 자신감을 들어 올렸다.
쓰러지고 넘어지면, 사진을 하면서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울고 싶을 땐, 눈물이 마를 때 까지 울면서 사진작업을 했다.
잘 때도 놀 때도, 사진기를 놓지 않았다.
그 내 마음자리에 같이 있었던 사진과 사진그림이
내게 말을 건다.
기웃 거리면서 살지 말라고.
못나면 못난 대로, 모나면 모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서툴면 서툰 대로, 비뚤면 비뚠 대로.
긍정 부정도 아닌 인정에서부터 삶의 중심을 시작하라고.
‘말자’ 보다는 ‘하자’로 세상을 시작하자고.
사진은 그렇게
내 삶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
내 세상으로 향하는 자세를 바꾸고 있다.
사진전 ‘ 사진, 마음을 세우다’를 빌어
속과 겉을 가깝게 하고 ,마음을 다스려 나를 세워준 ‘사진의 힘’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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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방송 김한정 기자 (merica2@hna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