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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넘으면 노인이라구요? 이 여인을 보세요
환갑 앞두고 저개발국봉사단원으로 떠난 이석례 씨
나이가 들었어도 열심히 살다보면 종종 자신의 나이를 잊을 때가 많다.
건강이 허락하고 열정이 살아있다면 굳이 나이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환갑 나이라 하더라도 30-40대의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고 자신이 꿈꾸는 도전적인 삶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3월 5일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일명 KOICA) 해외봉사단원 자격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 이석례 씨(59세). 그녀야 말로 나이를 잊고 사는 ‘열정과 도전’의 표상, 의지의 한국인 같다.
남편과 자녀들이 있는, 한 가정의 주부로서 늦은 나이에 환경이 열악한 저개발국으로 봉사활동을 떠날 결심을 하기는 일반인의 경우 결코 쉽지 않다. 외국에 나간다고 모두 낭만적이고 멋진 것은 아니다. 코이카 단원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저개발국들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故 이태석 신부의 희생적인 봉사의 삶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의 배경인 아프리카 수단을 상상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이석례 씨는 남편과 자녀 셋(아둘 2, 딸 1)을 두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 중 한 사람이다. 그것도 안정적인 가정에 자녀교육도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어머니이다. 큰 아들은 다문화정책 박사과정, 며느리도 박사학위 소지자, 작은 아들은 경찰 간부, 작은 며느리는 어린이집원장, 딸은 일류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스웨덴으로 유학, 영문학을 전공한 인재다. 그런데도 어떻게 가정을 뒤로 하고 이런 어려운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한국국제협력단은 ‘함께 잘 사는 인류사회 건설’이라는 모토 아래 저개발국 또는 개발도상국을 무상지원하는 정부차원의 대외협력사업 전담기관이다. 의료봉사, 교육 및 문화 봉사, 기술지원, 물자공여 등 지원사업 범위도 광범위하다.
이석례 씨는 이번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시켄트에서 기차로 남쪽 4시간 거리에 있는 사마르칸트라는 도시로 파견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고유의 우즈벡어와 러시아어를 함께 사용한다. 그러나 지방으로 갈수록 자기들 고유언어인 우즈벡어를 주로 사용한다. 서툰 언어에 여자의 몸으로 혼자 낮선 나라 지방도시에 가서 성공적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석례 씨는 각오가 대단하다. 걱정은 되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에 차 있다. 필자가 느낀 바로는 그녀의 자신감은 결코 허세가 아닌 것 같다. 그녀는 일곱 번 실패하고 여덟 번째야 봉사단원 시험에 합격한 소위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석례 씨의 이력을 봐도 이해가 간다. 그녀는 1993년 문예한국과 2010년 시 진문지 유심을 통해 등단한 수필가이며 시인이다. 또 2009년에는 한국어교사자격증도 취득했고 논술지도사자격증, 독서지도사자격증, 보육교사자격시험 8과목 이수 등 보유자격증도 화려하다. 늦은 나이에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 및 심화과정 3년 이수 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경력과 자격을 바탕으로 지난 해에는 경기도 다문화센터에서 다문화전문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석례 씨가 해외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고 코이카단원을 지원하게 된 것은 막내딸(조소현)의 영향도 컸다. 딸이 2009-2010년 2년 간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딸이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 약 한 달간 그곳을 방문, 딸을 따라다니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보고 배우면서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종의 ‘교생실습’을 미리 한 셈이다.
그녀는 딸의 봉사활동을 보면서 단순히 한글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문화와 접목해서 가르치면 더욱 효과적이고 현지 교육생들도 흥미를 느끼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글을 가르칠 때 현지교육생들에게 한글이름을 지어주고 우리고유의 한지에 붓글씨로 자기이름을 쓰게 하니까 그들이 매우 재미있어 하고 쉽게 한글을 익히더라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한지’라는 한국 고유문화를 전해주면서 붓글씨와 한글도 가르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또 한국에서 ‘김밥말이’ 도구를 가져가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 김밥을 만들어 함께 먹으면서 교류하니까 현지교육생들과 친해지기도 쉽고 그들도 아주 좋아하고 우리나라 문화도 전수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석례 씨는 우즈베키스탄 근무지에 가면 그곳 사마르칸트 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 2-4학년 학생과 대학원생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현지 한국어교수들의 한국어교육을 도와줄 예정이다. 또 현지주민들에게 한국문화도 전파할 예정이다.
칠전팔기의 여인 이석례. 우연하게도 이번에 파견되는 해외봉사단원들의 기수가 78기(期)란다. 이번에는 총 35명이 8개국에 파견되는 데 우즈베키스탄에는 한국어교육 7명, 컴퓨터교육 1명 등 8명이 함께 나간다고 한다. 현지에 도착하면 전국 각지로 흩어져 개인별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석례 씨가 얼마나 도전적인 가는 동기생들의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은 일반부단원과 시니어단원으로 구분되는데 규정 상 일반부 봉사단원의 자격은 20-62세까지이긴 하지만 총 35명 중 2/3가 여자 단원인데 그 중 이석례 씨만 기혼자라 한다. 또 단원 대부분이 25-35세 범위라 한다.
코이카봉사단원들이 파견되는 대상국들은 저개발국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전기, 수도 사정이 안 좋고 교통수단도 원만하지 못하다. 통신이나 인터넷도 좋을 리가 없다. 의료시설 역시 수준이 매우 낮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에게 위화감을 줘서는 안 되고 그들의 수준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치안이 대체로 불안하기 때문에 교육기간 중 호신술까지 배웠다고 한다.
이석례 씨는 이번에 함께 교육받은 동기들 중 우즈베키스탄은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라고 자위한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모로코, 네팔 등은 아마도 생활환경이 더 나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 왜 이런 어려운 길을 스스로 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저개발국에 대한 해외봉사를 ‘물’의 생리로 답한다.
“봉사는 영원성과 생명력을 지닌 물이라고 생각해요.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평형을 이루려는 속성이 있잖아요. 흐르다가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쓰다듬고, 모래톱에 가면 모래를 어루만지고, 그러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요. 또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자기가 가려고 하는 곳만 가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물의 생리처럼 봉사하고 올 생각이예요” 역시 시인다운 명답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라에 가서 제가 갖고 있는 조그만 지식, 예를 들면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그들이 이로 인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보람이 아니겠습니까? 물은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고 낮은 곳은 어디든지 흘러가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보다 더 어려운 나라에 파견돼도 기꺼이 갈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
그녀는 한국에서 많지는 않지만 약간의 사회봉사활동 경험도 갖고 있다. 시각장애인들과 여행하면서 그들의 눈이 되어주기도 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담그기와 반찬 만들기, 연탄 봉사 등이 그것이다. 다문화센터 강사도 봉사의 마음으로 한 게 사실이다.
나이를 잊고 젊게 사는 삶, 도전하는 삶, 나눠주는 삶, 그녀의 삶의 자세가 참으로 아름답다. 먼 나라에서 건강하게 봉사하고 돌아오기를 빈다(글/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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