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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초의 예술
”찰깍”의 예술
등록날짜 [ 2010년06월09일 23시13분 ]
  이 세상일치고 우연 아닌 것이 없다.
우선, 우리가 태어난 것부터가 그렇다. 그날 밤 우리 아버지가 조금 일찍만
주무 셨던들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만남 역시 그렇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금의 우리 만남을 어렸을
적부터 기다렸다가 만난 것이 아니다.

  내가 사진을 하게 된 것도 전혀 우연이였다.
집이 몹시 가난했던 내가 카메라를 처음 만져 본 것이 고2때 학교 행사때
어느 여학생의 사진찍는 모습에 반해서 사진을 찍으면 그 여학생을 만날수
있으리라는 아련한 그리움  때문에 학교에 내야할 수업료를 꿍쳐서
중고 카메라 하나를 사면서 부터였다.
그리고는 걸핏하면 "예술사진"  찍는답시고 싱겁을 떨었지만, 내가 장차
전문적인 사진가가 될 것을 예감한 행동은 결코 아니였다.

  사진치고 또한 우연 아닌 것이 없다.
역사상 걸작으로 남은 많은 사진들이 때마침 사진가가 카메라를 가지고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찍을 수 있었던 "행운" 의 산물이다.
때문에 "찰깍" 이 무슨 예술이냐고 그 예술성이 의문시당하기도 했다.
"찰깍" 이라는 말 속에는 우연성과 함께 순간적 경박성에 대한 경멸의
뜻도 들어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우연히 찍히고, 우연히 잡은 것이라면 거기에 작가의
마음이나 능력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니,  그런것이 예술이라면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진은 순간에 찍히되, 순간을 잡아내는 기술이 아니다.
재주나 마술은 더더욱 아니다.
시인의 뇌리를 스치는 한 줄기 영감이 한 편의 시를 이루듯, 사진가의
망막을 가로지르는 한 순간의 빛이 한 장의 영상으로 태어난다.
한순간의 빛을 잡기 위해 사진가가 일등 사수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사진가가 추구하는 "결정적 순간" 이란, 찰나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물리적 순간이 아니라, 그 사물의 의미가 작가의 내면과 만나는 심리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영감을 위해 시인이 무수한 고뇌의 밤을 지새우듯,
1/125초의 한순간을 위하여 사진가는 무한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순간의 영감이 영원불멸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1/125초의
한순간에 혼신을 다하여 그 한장의 사진에 사진가의 혼과 마음을 함께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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