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히>극단 연만사(연극을 만드는 사람들)
연출의도
이 작품은 버나드 슬레이드의 ‘이듬해 이맘때’라는 작품을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어느 날 우연히’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평범한 주부의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있는 여자와 자신감이 부족하고,
육체적 사랑을 중요시 여기는 남자가 등장하여 현대인의 불같고 충동적인
사랑을 풍자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짧고 가벼운 통속적인 사랑의 느낌보다는
서로 애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서로 고민이 있으면 위로하고 조언해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자신이 일인것 마냥 축하해주며 25년의 세월을 함께 동행 한다.
그러는 와중에 선아는 포기했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고,
민호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회의를 느끼고, 자아발견 여행을 시작한다.
이 작품의 두 남녀 주인공들은 짧고, 가벼운 사랑을 추구하는 세상 분위기에도
오랜 세월동안 동반자로서 살아오면서 서로 상대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자기도 모르게 부부이상의 교감을 하며 이 극의 마지막까지 함께한다.
본인이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요즘같이 빠른 것만 추구하는
디지털 세상의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조금은 느리고 더딜지라도
관객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느낌을 잠시라도 되살려보고자 하는 마음에
이 작품을 선정하였다.
줄거리
1987년 6월. 제주도의 한 나이트에서 회계사인 민호와 가정주부인 선아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하지만 민호는 흔히 원나잇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신상을 다른 것으로 바꿔
얘기하고 오직 사랑에만 정신이 팔려 선아를 속인다.
그렇게 민호는 나중에 곤란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아침에 선아가 눈을 뜨기 전에
호텔을 나가려 했지만 계획이 무산되고, 당황하여 우왕좌왕 옷을 챙겨 입고 있으면
자는 척 하던 선아가 민호를 부르면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그렇게 불같은 하룻밤을 지내고,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데
그러면서 서로 마음이 너무나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결국 다음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자고 서로 약속한다.
그런식으로 했던 약속이 매년 이어지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25년간을
여름만 되면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밀회를 즐긴다.
두 사람은 순간적인 불같은 사랑이 아닌 서로의 아이들과 배우자와의 관계
그리고 각자의 가족이 겪는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 서로 나누고,
위로하고 조언하며 만남을 거듭한다.
오랜 세월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지내다 25년째 만나는 날
아내가 죽은 민호는 선아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선아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민호의 프로포즈를 거절한다.
그러자 민호는 실망하여 떠나지만 결국 금세 다시 돌아와
앞으로도 만남을 계속하자고 고백하고 막이 내린다.
-극단'연극을 만드는 사람들' 주여종 대표와 배우들이 잠시 짬을 내어 포즈를 취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