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훈 조류 사진展 경인미술관 제2전시실 2013.4.10(수)-16(화)
새 사진가 임병훈씨의 개인전 아름다운 날개가 4월10일(수) 경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개막 되었다. 새의 생태를 역동적으로 카메라에 담는 임 작가는 한국사협 공모전에서 큰 상을 타면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작가다. 몰론 상탔다고 다 이름이 나는것은 아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리얼하게 사람들의 가슴으로 파고 들기때문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 고급 작품집 ‘아름다운 날개’(도서출판 하얀나무) 도 함께 발간하여 이날 작품집도 선을 보였다. 이날 열린 전시회엔 별도의 개막식 행사없이 조촐하게 지인들만 모시고 저녁을 함께 하면서 축하의 덕담을 나누었다. 그러나 개막식을 생략했음에도 한국사협 이평수 부이사장 김종호 전 이사장 윤정숙 이사, 조용철 경기지회장등 많은 중견작가들이 방문하여 그의 전시회를 축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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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꼬리수리((white-tailed eag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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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피터팬을 꿈꾼 날개의 기억속으로
유년시절… 누구나 한번 쯤은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꿈꾼다. 푸른 창공을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새들처럼 날 수 있는 날개를 갖게 해 달라고 소원빌이를 한 기억이 떠오른다. 현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이전, 날개에 대한 욕망은 순백의 동심을 요동치게 했었다. 물론 그 시간이 아주 짧았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 순간은 마치 무지개 넘어 파랑새를 찾아 다니듯 순수함을 갈구 한 최초의 욕망이 아니었나 싶다.
보자기를 목에 메고 높은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며 날아보려고 발버둥 치던 유년시절의 추억들은 피터팬, 스파이더맨, 유니콘 등 날개 달린 상상속 캐릭터에 심취했었던 행복한 기억의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날개를 찾지 않았다. 아니 서서히 잊혀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그렇게 철이 들면서 날개에 대한 욕망도 현실적 자각 속에서도 점차 사그라져 갔다. 세월이 흘러 치열한 생존경쟁을 이겨내고 내 삶을 바라볼 여유가 생길 즈음, 난 커다란 렌즈를 둘러메고 새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날개에 대한 기억들을 다시금 일깨워주던 통로가 사진이었던 셈이었다.
이상(李箱)이 그의 대표 작품인 ‘날개’를 통해서 보여준 날개는 전도된 질서의 회복이나 폐쇄된 방으로 부터의 탈출이자 회복이며 나를 재탄생시키는 부활을 암시하는 것 이었다면, 나에게 날개란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상상이지만 지금은 잊혀졌던 꿈들을 다시금 꿈꾸게 하는 레코더같은 존재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새를 촬영하면서 수 많은 종류의 새들과 고락(苦樂)을 같이 했다.
알에서 깨어나 거친 세상에 첫 호흡을 하는 새 생명의 숭고하고 경이로운 탄생, 새끼를 키우기 위해 암.수 어미새가 쉼없이 먹이를 잡아와서 먹이는 부모애, 새끼가 위험해 처했을 땐 천적에게도 거침없이 덤벼드는 용맹성, 소중히 기른 새끼들을 눈 앞에서 잡아 먹히는 약육강식의 처절함, 알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알을 품고 있는 감동스러운 모성애…
하나 하나의 모습들이 우리네 인생을 꼭 닮았다. 그래서 때론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받고 기쁘며 때때론 슬프기도 하다. 그들의 터전인 자연속으로 들어갈수록 중노동과 수행에 가까운 고된 기다림의 작업에서 때때론 힘에 겹고 벅차지만 고통에 비례하는 마약 같은 소소한 행복감을 느낀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을 헤메는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새와 일상을 함께 하면서 온난화로 지구가 변하고 있음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대대손손(代代孫孫) 물려온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기록으로 남기며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길이 내가 할 수 있는 새와 자연에 대한 보답이 아닐 듯 싶다. 비록 어릴적 꿈꾸어 보았던 아름다운 날개를 소유할 수는 없지만, 창공을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렌즈를 통해서 느끼며 가슴으로 살고 있다. 오늘도 푸른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새들처럼 아름다운 날개를 꿈꾸어 본다.
임병훈（limbyounghun）
개인전
２０１２ 임병훈초대展＿아름다운 날개，갤러리 瓦
２０１２ 임병훈초대展＿아름다운 날개，갤러리 썬
２０１３ 임병훈展＿아름다운 날개，경인미술관
＊ 작품집 ‘아름다운 날개’ 도서출판 하얀나무
단체전
2002 이미지포토클럽회원전， ‘물이있는 풍경’ ，후지포토살롱
2004 이미지포토클럽회원전， ‘길’， 후지포토살롱
200８ 스포츠포토２１C사진전 ‘한계를 넘어선 승리의 순간，승리의 신화’，서울메트로미술관 경복궁역
200９ 이미지포토클럽회원전， 갤러리 라메르
200９ 제３회 중국 옌볜 국제사진문화주간 초대전， 연변국제컨벤션전시센터
2010 리얼다큐사진가회 １３인의 시각전 ‘다큐，리얼과 맞장뜨다’，경인미술관
2011 ‘Bird_자연을 품고，하늘을 날다’， 경인미술관
2013 한국스포츠아트， 스피돔갤러리
수상내역
２０１１ 제１１회 서울특별시사진대전 대상 등 입상 다수
주 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신대방1동 710번지
경남교수아파트 104동 1004호
E-MAIL : limbyounghun@hanmail.net
서문
순수를 향한 노스탤지어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박남수의 시 <새>의 한 대목이다. 사냥꾼의 총과 마찬가지로 사진작가도 카메라로 대상을 쏜다(shooting). 하지만 사냥꾼은 새의 죽음을 얻는 반면에 사진작가는 새의 생명을 얻는다. 사진으로 정지되면서 새는 가상으로나마 새롭게 태어난다.
새 사진촬영의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새가 날개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날개로 인해 새는 다른 종과 견줄 수 없는 속도와 순발력을 지닌다. 하지만 새를 포착하기 어렵게 하는 바로 그 날개가 새 촬영의 묘미를 낳는다. 새만큼 생명의 율동이 첨예하게 시각적으로 연출되는 생명체도 드물다. 날개가 빚어내는 다양한 형태와 색채의 변화에서 새의 아름다움이 표출된다. 날갯짓의 펼침과 접음의 반복 속에는 형언키 어려운 선율이 흐른다. 선(線)과 색(色)이 이루는 자연적인 조화의 극치다.
새는 날개로 인해 아름답다. 하지만 새 자신은 아름다움을 주장하지 않는다. 칸트의 미학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이해관계를 떠난 순수한 만족”에서 비롯한다. 자신의 취향에 만족스러워 쾌(快)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대상에 대해 ‘아름답다’고 느낀다. 다시 말하면, 미적인 감정은 대상이 자신에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지를 계산하지 않는 데에서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한’ 만족이다. 임병훈의 관심이 ‘새’를 향한 까닭은 ‘새’가 자신에게 ‘쾌’라는 감정 이외에 다른 어떤 목적이나 이익과 관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순수’를 향한 동경 혹은 향수가 그를 새의 아름다움으로 인도한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철저히 인간적인 것이다. 헤겔은 말한다. “자연미(Naturschöne)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거나 자기 스스로 아름답게 현상하기 위하여 산출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미는 타자(他者), 즉 미(美)를 파악하는 우리의 의식에 대해서만 아름다운 것이다.” 작가가 새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재현하고자 할 때, 재현된 이미지의 아름다움은 ‘새 자체의 객관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순수를 향한 작가의 주관적인 취향’이 십분 발휘된 결과일 따름이다. 바꾸어 말하면 새 사진에 대한 임병훈의 열정은 ‘새’에게서 ‘자기 자신’, 즉 ‘자신의 순수’를 투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칸트는 말한다. “주관은 표상에 의해 촉발되는 대로 자기 자신을 느낀다.” 미감적(美感的)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임병훈의 ‘아름다운 날개’는 그 자신의 ‘순수를 향한 비상(飛翔)의 욕구’와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
‘아름다움’이 지극히 ‘인간적인 취향’의 문제라면, 이제 아름다움의 이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새 이미지는 ‘먹잇감’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남을 먹기도 하지만 자칫 방심하면 남에게 먹히기도 한다. 한 순간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임병훈의 사진에서 ‘새’만이 아니라 새의 발톱이나 부리에 걸려든 희생자도 볼 일이다. 인간에게는 그게 호기심과 감탄의 대상일 수 있으나 정작 그들에게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 현장은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아니라 찢기고 잘리는 카오스의 도가니다.
이들이 먹잇감을 구하거나 나르는 데에서 날개는 아름다울 수 있으나 발톱과 부리는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렵다. 날갯짓의 목적은 먹이의 입구인 입, 즉 ‘부리’에 있다. 생명유지와 종족보존의 의지에서 날개는 부리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먹어야 살기 때문이다. 입과 이빨이 합쳐져 생겨난 ‘단단한 부리’는 그런 점에서 새의 실존에 더 근원적이다. ‘발톱에서 사자를!’이라는 격언을 통하여 부분에서 전체를 통찰할 수 있다고 믿은 프랑스의 자연연구자 쿠비에(Cuvier)에 비추어 보면, 새의 경우 ‘날개에서 새를!’보다는 ‘부리에서 새를!’이 더 어울린다. 날개보다는 부리가 조류를 다른 동물과 구분하고 또 새들 간에도 그 차이를 드러내기에 적합하게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리’는 ‘날개’에 비해 ‘인간이 보는 새’가 아니라 ‘새가 보는 새’의 실상에 더 가깝다. 인간은 자신의 온실(溫室)에서 야전(野戰)의 새를 바라 볼 따름이다. 온실에서 바라보면 차가운 현실도 아름답게 보인다.
사진은 모든 피사체를 정지시킨다. 정지가 ‘정지’로 멈추면 작품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정지된 이미지’가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임병훈의 새 사진은 기본적으로 ‘리얼 다큐’의 성격을 띤다는 사실이 여기서 힘을 갖는다. 허위와 과장을 벗어나 진실로 정직하게 피사체에 접근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새 사진은 생명력을 떨어트려 ‘작품’으로서 가치를 잃는다. 새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면서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새의 ‘실상’에 초점을 맞추어, ‘날개의 아름다움’에만 취하지 않고 새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생명의 약동(elan vital)’을 폭로한다. 임병훈의 이번 전시 <아름다운 날개>는 그 점에서 단순히 다큐의 성격을 넘어 새의 생태를 리얼리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유헌식(문예비평가 단국대 교수)
조류감수
자연을 섬기는 마음으로 경이로운 순간을 담다
한 평생을 새와 같이 동거해오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표본으로라도 만나보지 못한 새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서 놀랍고 흥미로운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부채꼬리바위딱새와 밤색날개뻐꾸기는 최근에 발견되기 시작하여 미기록종으로 기록된 새들인데 지구 온난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추정하지만 극히 적은 숫자인 이 개체들이 카메라에 포착된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또한 50년대 거제도 가라산 계곡에서 팔색조가 최초로 번식하는 사실이 발견된 후 팔색조를 기산지인 제주도를 비롯하여 진도 첨찰산, 부산 구덕산 등 수 많은 번식지를 찾아다니면서 여러 차례 다루었지만 팔색조 암수 한 쌍이 같은 장소에서 먹이를 물고 있는 사진은 맞벌이부부가 많아진 오늘날, 팔색조 부부도 맞벌이부부처럼 함께 뛰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개체수가 매우 드물어 관찰이 어려운 민댕기물떼새와 수십만 마리의 도요새 집단에 겨우 몇 마리정도 섞여있는 넓적부리도요를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낙동강 하류가 스쳐 지나간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교잡종으로 추측되는 어미오리가 어린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는 장면은 이들의 장래에 대한 흥미로운 생태를 추측 하게 되는데 더 많은 학술적 접목이 필요할 것이다.
맹금류 중에서 물수리, 벌매, 비둘기조롱이 또한 카메라에 포착되기는 흔하지 않은데 그것은 한반도에서 정착하지 않고 이동기에 잠시 통과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야행성 맹금류인 금눈쇠올빼미 또한 4, 50년 전에 많이 관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보기 어렵다. 또 대형맹금류 중 흰꼬리수리 사진은 비행할 때 삼각형 모양의 꼬리와 투박한 금빛 부리, 비교적 긴 발톱으로 보아 한국참수리로 보이기도 하는데 실물을 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종을 식별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 또한 정확한 종 분류가 어려워 가장 기피하는 일 중에 하나이다.
사진집에 단지 진귀한 종만 싣는다면 희귀조류 사진집이 되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새가 놀라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사진을 찍었는가에 대한 것이 오늘날 화두가 되는 조류에 대한 복지이고 문화수준이다.
단 6년만에 훌륭하고 완벽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 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를 사랑하고 자연을 섬길 줄 아는 마음을 작품에 담아낸 작가의 열정에 대하여 경하를 표하는 바이다.
이정우(동서조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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