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도해 온 하진의 개인전 <위장 Camouflage>가 4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 간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작가는 <위장>이라는 연속된 주제 아래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감추며 위장한 자화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담아내며 자기 자신과 타인이 바라보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감각적이고 위트 있게 표현해왔다.
2013년 새롭게 펼쳐지는 <위장>에서는 그 화두를 ‘이신동체(異身同體)’, 얼굴과 몸이 사라진 두 개 혹은 다수의 몸이 만드는 하나의 몸으로 범위를 넓히며 그 속에서 파생되는 의미들에 주목했다. 그는 특히 얼굴과 몸이 없는 상태로 다수의 다리로 모여 만든 움직이는 사람, 여러 개의 다리로 만들어 진 공, 서로 잡고 있는 팔로 이루어 진 울타리 등 주체가 식별 불가능한 복수의 사지四肢를 이용하여 역동적인 형상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남녀의 구별이 불가능한 상태인 여러 개의 사지가 하나의 몸을 구성하는 ‘여(남) (wo)men’ 연작은 작가가 주목하는 화두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한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사지는 성별, 지위, 역할 등을 통한 선입견을 배제한 채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동등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구성원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개인의 내재된 가능성과 새로운 정체성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전체의 관계 속에서 유희적으로 풀어냈다.
이 밖에도 작가는 설치, 영상 및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본질에 대한 질문을 유기적으로 변주하며 관람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고자 한다.
김희영 (국민대학교, 미술이론)
작가 하진은 머리가 없는 신체의 이미지에 매혹되어 있다. 우리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머리가 옷에 덮이는 순간에 하진은 관심을 가진다. 옷에 덮여 머리가 없어진 인물은 타자가 되며 분석의 대상이 된다. 머리와 눈이 가려진 인물은 눈 먼 상태와 유사한 이 상태에서 세계와 매우 제한된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제한된 감각으로 인해 그 인물은 자아와 타자, 볼 수 있는 것과 알 수 있는 것 간의 관계에 물음을 던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하진의 최근 작업은 이러한 그녀의 관심사가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전개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팔과 다리의 이미지에 주목한다. 수많은 다리로 만들어지는 공의 이미지, 발, 서로 잡고 있는 팔로 이루어지는 단위들의 반복된 이미지, 머리 없는 두 신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형상 등. 사지 四肢는 머리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하는 수동적인 부분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 사지는 능동적인 주체로 제시된다.
PROFILE
하진 Jin, HA
1973년 서울생
파리1대학 판테온-소르본 조형예술학 박사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서울, 파리에서 개인전 및 서울, 파리, 밀라노, 뉴욕 등에서 다수의 전시 참여
작가는 연작 “위장 僞裝”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작가 자신의 얼굴과 몸을 사물과 공간 속에 숨기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하여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나간다. 이번 전시의 화두는 ‘이신동체(異身同體)’로 두 개의 몸, 혹은 다수의 몸(身)이 만드는 하나의 몸(體)에서 파생되는 의미들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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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방송 김한정 기자 (merica2@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