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 2주전인 지난 5월 3일 오후 1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는 동자승 단기출가 삭발수계식이 열렸다. 이날 수계식에서는 총 10명의 동자승이 삭발 수계를 받고 단기출가했다.
오색연등이 물결치는 마당에서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수계식이 시작되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10명의 동자승들은 두 차례의 심사를 거쳐 선발되었다고 한다.
4월 15일부터 3주간의 적응기간을 가진 끝에, 마침내 삭발수계식이 거행된 것이다. 선발된 동자승들은 4월 29일부터 5월 18일까지 3주간 조계사에서 소정의 교육과 훈련을 받게 된다.
삭발식을 봉행하는 동자승들의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삭발식 내내 활짝 웃는 동자승, 깎인 머리가 낯선지 끊임없이 만져보는 동자승, 초탈한 표정의 동자승 등.
나이 불과 5-6세의 어린이들. 이 어린이들에게 출가란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이들 동자승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삭발하기 전 동자승 하나가 울음을 터트린다. 부모가 보고싶어서일까? 출가의 의미를 깨우친 것일까? 눈물을 훔치는 동자승의 모습에 필자 역시 마음이 숙연해진다.
삭발수계식 절차가 엄숙하다. 개회에 이어 삼귀의, 반야심경 독송, 조계사 도문 주지스님의 계사와 기도법사스님 집전으로 사미계 수계식이 거행되고 동자승 발원문, 스님들께 삼배 및 기념촬영이 이어진다. 수계식은 사미계 수계식으로 거향찬, 청성(부처님을 청함), 계도(깨우쳐 인도함), 삭발, 장삼 착복, 참회, 귀의갈마, 선설계상, 가사착복, 권계회향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모든 순서가 불가용어라 이해하기가 쉽지않다.
삭발이 시작된다. 조금전 울음보를 터트렸던 동자승에게 카메라 촛점을 맞춰본다. 정작 삭발이 진행 중인 동안에는 동자승의 얼굴이 밝고 환하다. 이 동자승은 왜 머리를 깎는지, 삭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리가 없을 것이다.
머리카락이 서서히 잘려나가고, 곧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머리를 깎아주는 스님의 모습이 진지하다.
드디어 삭발 완료. 삭발후에는 먼저 장삼 만 착용한다. 동자승이 머리를 만져본다. 머리가 허전한 모양이다. 내 머리카락 어디갔어?
동자승도 세속에서는 그저 어린 아이일 뿐. 이 의식을 재미있는 놀이의 하나 쯤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삭발 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등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는지 등을 긁기도 한다.
가사를 입기 전 108염주를 먼저 목에 걸어본다. 염주가 신기한 모양이다. 장삼 착복 후 참회, 귀의갈마, 선설계상이라는 복잡한 순서를 거쳐 가사를 입는다.
나이가 제일 어려보여서일까? 맑은 동자승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초롱초롱한 눈빛, 삭발한 머리가 어색한 듯 자꾸 손이 머리로 올라가는 모습. 정말 귀여운 동자승이다. 어린 붓다 같다. 아니, 동자승들 모두가 붓다, 바로 천진불 그 자체다.
참회진언과 함께 연비의식이 이루어진다. 연비란 팔이나 손 끝에 향불 혹은 심지불을 피워 굳은 의지를 다지는 의식이다. 연비를 마친 동자승들은 주지 도문 스님으로부터 삼귀의와 십계를 받고, 잘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10명의 동자승들이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가사를 높이 들자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은 “착하다. 해탈의 옷이여 위없는 만오의로다. 내가 지금 받들어 입으니 세세생생 여의지 않게 하여지이다.”라고 말한다. 사중스님들은 동자승들에게 가사를 입혀주고 108 염주를 목에 걸어준다.
각 동자승 앞에는 발원문, 수계증 등을 넣은 박스가 하나씩 놓여 있다. 동자승이 수계증을 열어본다. 이건 뭘까? 그저 신기할 뿐.
삭발수계식장에는 가족친척, 신도 및 카메라맨들로 만원이다. 삭발을 하고 가사착복까지 마치니 동자승들의 모습도 제법 으젓해보인다.주지스님의 권계회향과 동자승들의 발원문 낭독으로 ‘보리수 새싹학교 삭발수계식’이 마무리된다.
모두 일어나 부처님께 합장한다.
마지막으로 기념촬영. 동자승 삭발수계식은 조계사 이외에도 설악산 신흥사 등 다른 주요사찰에서도 종종 행해지고 있다.
(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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