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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얼레지의 수난
얼레지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들꽃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자생한다.
두 장의 잎엔 얼룩덜룩한 무늬가 나 있어 독초처럼 보이나 잎과 꽃은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고 한방에서 뿌리를 그늘에 말려 이질의 치료와 강장제로 쓰는 약용식물이다.
씨에서 싹이 트면 7년을 자라야 비로소 꽃을 피우지만 그 모체는 삶을 마감한다.
꽃이 아름다워 야생화의 으뜸으로 본 이 들꽃은 하얀색이 간혹 보이고 있어 들꽃을
전문적으로 촬영한 사진가들에게 귀하게 대접 받는다.
올 봄 경기 북부 나지막한 야산의 한 계곡에서 잎이 찢기고 떨어져나간 흰 얼레지를 만났다.
반 쯤 떨어져나간 잎은 촬영 후에 찢어 낸 것으로 보이고 한 쪽 잎도 손톱으로
뜯어낸 것 같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주위를 돌로 둘러놓아 등산객이나 짐승들이 밟지 못하도록한 사람도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흰 얼레지를 촬영하였는데 한 주 후에 그곳을 찾았을 때는 누군가
파가고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씨앗이 터 7년을 자라야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같다.
심마니가 야생 삼을 만나기 보다 더 어렵다는 귀한 흰 얼레지는 어떤 무지한 사람에게
사라져 갔는데 들꽃은 태어난 곳에서살아 갈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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