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2013년 8월31일~9월26일
전시장소: 02-395-7895
초대일시: 8월31일 오후5시
전시작가
간지, 이승준, 이원철, 임선영, 전소정, 하태범
도시에서 발생한 다양한 이야기
기획: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도시화 都市化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적 생활양식이 도시 이외의 지역으로 확대되고 발전됨’ 혹은 ‘도시적 생활양식의 도입으로 발전하고 확대되다.’ 이다.
이러한 도시화가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계개발계획에 의해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도시화도 더불어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도시화는 서양의 그것에 비해서 너무나도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과 문화가 서양화되고 새로운 문화가 우리 삶의 중심부에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삶의 외양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고유한 정신세계도 바뀌고 문화도 서양화되어 가치관, 윤리, 가족제도, 패션, 주거 공간, 식생활 등 모든 것이 변화되고 서양화됐다.
서양의 도시화는 그 과정이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서양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상공업이 발전하면서 번화한 거리가 조성되고 도시가 팽창했다.
하지만 서양의 도시는 우리의 도시와는 다르게 과거와 현대가 공존한다. 도시화이전의 건축물과 현대건축물이 어우러져서 새로운 문화와 담론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도시는 모든 것이 인공화 되고 가상이 중요한 문화적인 인프라로 자리매김 했다. 그와 더불어서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가짜가 실재와 어우러져서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실재가 가상현실에 영향을 끼쳤지만 이제는 가상현실이 실재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실재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문화적인 현실 때문에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구분 자체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이번에 기획하는 ‘도시. 실재와 환상의 공간展’에서는 이러한 도시화, 현대화 과정에서 변화된 도시풍경, 현대인의 개인적인 삶이나 문화적인 산물 혹은 도시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같은 공간에 전시한다. 개별 작가들의 관심사와 개성에 따라서 주제 및 표현방식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도시라는 공통관심사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상호영향을 끼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변화된 것을 제대로 인식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전시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과 세상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간지는 바닷가에서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만나는 시간대에 특정한 공간이나 구조물을 감각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변주된 빛에 의해서 대상이 채색되어 결과물이 낯설게 느껴진다. 또한 결과물의 표면이 단순하고 감각적이다. 실재 대상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보는 이들을 새로운 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결과물 자체가 산업화, 도시화의 상징적인 표상이자 동시대적인 생산물이다. 사진이 빛의 조화가 만들어낸 연금술적인 이미지라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이승준은 거대도시의 외곽지대에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 풍경을 표현대상으로 선택했다. 작가는 이질적인 인공풍경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컬한 느낌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각화 하기위해서 캐릭터 인형들을 배치했다. 부자연스러운 주변풍경과 인형이 상호충돌 하여 작가의 표현의도를 확대재생산 한다. 작가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도시외곽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결과 어설프고 미적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도시계획에 대한 비평적인 담론이 생산됐다.
이원철은 역사가 오래된 도시에 설치되어 있는 시계탑에 주목한다.
작가는 자신이 느낀 감성적인 분위기와 시간의 흔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긴 시간 노출을 주어 도시풍경을 변주했다. 그로인해 현실 속에 펼쳐진 풍경이 아니라 역사화 속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그야말로 빛으로 그린 그림이자 빛이 남긴 흔적이다. 사진의 존재론적인 의미를 일깨워주는 결과물이자, 작가의 정서적인 감수성이 드러나는 빈티지 vintage 적인 이미지로 느껴진다.
임선영은 동화작가이자, 사진가인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의 원초적인 뿌리로 삼았다.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도회적이고 세련됐다. 어린소녀라기보다는 성숙한 여인이나 끼가 넘치는 20대 여성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작가가 생산한 이미지는 타자를 통하여 자신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또 다른 자아에 대한 알레고리적인 재현이다. 또한 동시대 도시문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 중에 하나인 어린소녀들의 변화된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소정은 도시에서 발생한 드라마 혹은 영화 같은 사건을 재구성해서 재현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실재보다는 가짜에 더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다. 또 매스미디어가 우리의 삶과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다.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문화적인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시공간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실재 발생한 사건이지만 작가가 개입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하면서 현실과는 간극이 느껴지는 또 다른 픽션fiction이 되었다.
하태범은 인터넷에서 분쟁지역에 대한 뉴스를 수집하여 이미지화했다. 현실을 모티브 motive 로 출발한 작품이지만,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결과물이다. 작가가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관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켰기 때문에 현실과 간극이 발생했다. 전쟁의 흔적이라기보다는 고대의 유적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재현의 재현은 현실과는 다른 층위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과는 간극間隙이 느껴지는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여 또 다른 긴장감이 느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