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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질주, '애마부인' 영화 장면 속으로 들어가다-신두리해안에서의 승마 촬영
9월 14일(토)에는 한국사진방송 출사일정으로 충남 태안 신두리해안으로 말 촬영 좀 다녀왔다.
신두리해안은 모래사장도 좋고 특히 국내 최대 모래사막인 사구(沙丘)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모래사막은 신두리사구 이외에도 목포에서 여객선으로 4시간 정도 가야 하는 우이도 역시 유명하다. 다만, 두곳 모두 점차 사구가 황폐화되어 가고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넓게 펼쳐진 해안을 물결을 가르며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특히 젊은 여성이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해안선을 질주하는 모습은 한 폭의 영화 장면 그 자체다. 젊은 여성들이 말을 타는 걸 흔히 '애마부인'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수십년 전에 시리즈로 방영된 영화제목에서 비롯된 말이어서인지 약간 외설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기는 하지만, 어쨋든 승마 자체는 남녀 불문하고 건강과 호연지기를 기르는 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스포츠이기도 하다.
본래 승마는 생명이 있는 말과 일체가 되어야 하는 약간 특수한 성격을 지닌 운동으로서 예로부터 신체를 단련하고 기사도 정신을 함양하여 호연지기를 기르는 생활 스포츠로 발전되어 왔다. 승마는 사람 신체 각 부분의 평형감각과 유연성 등을 길러 올바른 신체의 발달을 돕는 전신운동이며, 정신적으로는 대담성과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며 또한 동물애호정신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생활 속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말(馬)은 그리스어로는 HIPPOS라고 하며, 라틴어로는 EQUUS이다. 그리고 이의 어원은 EQUINE이라고 한다. 이 단어들은 "말과 함께 무었을 하는, 말에 관한, 말의"라는 의미를 가지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의 Equestrian은 보통 "말을 타는 사람"으로 통한다. 이보다 좀더 진보된 언어로 그리스어의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Hippophile 이 있는데 우리와 같이 말과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승마동호회에 적당한 의미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에 스포츠 승마가 시작 된것은 1898년경 외국인 선교사, 카톨릭 신부 및 외국인 교사들로 부터 유래되기 시작 하였으며 당시에는 당나귀를 이용한 경마가 성행은 하였으나 도박성이 아닌 운동회에서의 학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방법 으로 사용 되었다. 학생 당나귀의 경주도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춘 반면 군대에서는 승마술이 계승되어 1900년 11월 29일 기병대가 설치가 되었으며 1901년 4월 무관학교 에서 신체 건강한 학생들을 기병대로 선발하여 승마 훈련을 시킴으로써 승마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말산업육성법(2011.9월 제정)이 시행되고 승마의 귀족적인 이미지가 벗겨지면서 승마인구도 크게 성장하는 추세다.
그린경제신문 기사(2012.9.6)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승마인구는 3만 명 정도에 육박하지만 국민생활체육 승마전국연합회는 5년 안에 승마인구가 20만 명 이상으로 크게 성장하고 20년 후에는 최소 5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승마장수도 현재 300여개에서 5년 후 500개로 만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라 한다. 하지만 현재 전국 승마장의 마필보유두수는 평균 18.2두이며, 보유두수 24두 이하인 중소형 승마장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2012년 7월 16일 발표한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에 의하면, 경마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말 산업을 앞으로 국민 누구나 저렴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국민레저로 자리매김시켜 농어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 하에, 농식품부는 5개년 계획을 통해 현재 3만두의 말 두수를 2016년까지 5만두로 확대하고 농가수는 1,900호에서 3,000호, 승마장수는 300개소에서 500개소, 승마인구는 2만5,000명에서 5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1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전 경마사업을 통해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의 국가 및 지방재정 기여를 지속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 말 생산, 육성, 조련, 이용과 관련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기관 지정, 도시민과 농어촌 지역민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농어촌형 승마시설 확충, 농어촌·생태관광 등과 연계한 호스랜드 조성, 경마 선진화를 통한 건전한 경마문화 조성, 화용지구 말산업 복합단지 조성 등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말산업 육성 거점 기지화를 위한 '말산업 특구'도 지정키로 했다. 승마 확대를 위해 유소년 승마단 지원 확대, 초중등 학생 체험승마 및 방과후 승마수업 활성화, 재활승마 센터 확대 보급, 말고기 소비기반 구축 등을 통한 수요 확대에도 나선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2009년부터 승마 대중화를 선언하고‘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국마사회는 2009년부터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추진해오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승마 대중화를 위해 이 운동을 추진하면서 2015년까지 승마인구가 5만 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사회는 2012년 8,000여 명의 승마 수강생을 모집했으며, 올해부터는 1만명 이상으로 참여자를 늘릴 계획이다. 올해의 강습계획을 보면, 기존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승마·학생승마'를 비롯해 커플반과 초급+중급반 등이 개설돼 있다. 커플반은 부부·연인·형제·자매·친구 등 두 명이 함께 신청하면 동시에 추첨되거나 탈락하게 되고, 초급+중급반은 다른 교육 일정보다 두 배나 긴 20일동안 승마를 교육한다. 초급은 전체 비용 30만원 가운데 9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21만원은 마사회가 지원한다. 나머지 강습 역시 70% 마사회 부담, 30% 본인 부담 수준이다. 참여희망자는 말산업포털 사이트(www.horsepia.com)를 통해 전국 15개 시·도에 있는 승마장과 희망 강습 프로그램을 선택해 온라인 접수하면 된다. 프로그램별로 인원제약이 있어 전산추첨으로 최종 참가자를 선발한다.
그린경제신문 기사에 의하면, 현재 승마연합회에 가입한 승마동호인은 약 3,300여명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동호회 등을 통해 승마에 접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승마 동호회(회원수 20명 이상)는 200곳 이상 되며 회원 수는 10만여 명( 중복 가입 포함)이나 된다. 기업체에서도 대부분 사내 승마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회원이 많은 ‘말달리자’ 승마동호회는 회원이 8,000명 정도다. 한국마사회의 무료 승마 강습을 들은 학생들이 승마에 빠져들어 동호회를 만든지 3년 됐다고 한다. 회원들끼리 단체로 저렴하게 승마장을 이용하거나 장비를 구입할 수 있어 인기다. 초보자는 이처럼 마사회나 승마동호회, 아니면 직접 가까운 승마장에 연락해 교육을 받으면도움이 된다. '말달리자' 팀은 매주 승마장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20대 사회초년병부터 50대 나이 지긋한 분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직업도 새내기 직장인에서부터 자영업 오너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섞여 있다. 한번에 참가하는 인원은 15~20명 정도.초보부터 고수까지 기량도 다양하다. 이처럼 승마는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동호회 회원들이 하나같이 첫손가락에 꼽는 승마의 매력은 인간과 살아있는 동물의 완벽한 '하나됨'이다.
필자 역시 말 타는 법을 조금 배운 적이 있어 승마 장면 만 보면 특히 마음이 설렌다.
필자는 1980년대 후반에 4년간 런던에서 근무한 적 있는 데 당시 우리가족이 살던 곳이 런던근교 킹스턴 지역, 영국에서 가장 큰 공원인 리치몬드공원 인근이어서 주말을 이용, 별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가족 모두가 승마를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필자와 아내는 약 6개월간, 아들과 딸은 약 1년간 승마를 배웠다. 공원 안에 승마학교(Riding School)가 있었다.
그 넓은 리치몬드 공원을 말을 타고 거닐던 기억은 정말 잊지못할 추억이다. 강습 후반에는 말을 타고 마음껏 달리기도 했다. 숲속을 가로질러 말과 함께 질주하는 스릴과 도전감, 그건 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마치 본인이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기분이다.
영화에서 보면 누구나 말을 타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상당기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승마는 말을 탄 후 사람의 허벅지와 말의 배를 밀착시켜 함께 움직인다. 말과 호흡을 같이 하고 리듬이 같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말을 타면 다리가 몹씨 아프고 뻐근하다.
영국의 승마학교에서는 말을 관리해주기도 한다. 개인이 집에서 말을 키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관리해주고 매월 일정액의 관리비를 받는다. 관리비도 그렇게 비싸지가 않다. 말을 구입하는 것 역시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승마를 할 수 있는 말 정도이면 승용차값보다 싸다. 개인이 말을 사서 이곳에 맡기고 승마를 즐기고 싶으면 언제든지 공원에 와서 본인소유의 말을 탄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대부분 공원에는 차도와는 별도로 승마를 할 수 있도록 마도가 있다. 공원에서 말을 타고 달릴 수 있는 여유, 얼마나 멋진가? 승마는 공원내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승마수준이 되면 공원밖 도로에도 나갈 수 있다.
이번 신두리해안 말 촬영에서는 말 6필, 남성기수 남5명, 여성기수 약간명이 참가했다.
오후 4시 경부터 시작된 말 촬영은 저녁 7시경까지 이어졌다. 먼저 해변 질주 장면. 광활한 해수욕장에 말을 탄 남녀기수들이 등장한다.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해안가에 이르자 환상적인 질주가 시작된다. 해안선을 따라, 때로는 말 허리까지 닿는 바다 속을 넘나들면서 포말을 일으킨다. 기수 혼자 달리기도 하고 두필 또는 세필씩 짝을 지어 달리기도 한다. 전날밤과 오전에 폭우가 내려 일기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도 오후 내내 하늘이 맑게 개였다.
비온 후의 싱그러운 날씨가 해변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펼쳐준다. 바닷물 속을 달리던 말이 실수하여 기수와 함께 넘어지기도 한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해변 승마 후에는 신두사구 능선 촬영. 사구 평지에는 잡풀들이 자라 이미 사구로서의 모습이 사라진 상태였지만 언덕 비탈에는 아직도 가는 모래가 사막의 모습을 다소나마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작년 11월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1년 가까이 지난 후에 와 보니 사구의 모습이 더 나빠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막형태의 모래언덕인데 안타깝다.
해안사구는 해류에 의하여 사빈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에 의하여 밀려 올려지고 그곳에서 탁월풍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지형이다. 해빈(海濱)이란 해안선을 따라서 해파(sea wave)와 연안류(longshore current)가 모래나 자갈을 쌓아 올려서 만들어 놓은 퇴적지대를 말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겨울철에 우세한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으며 인접해역이 대체로 모래로 형성되어 있어 간조시 넓은 모래갯벌과 해빈이 노출되어 바람에 의하여 모래가 갯벌과 해빈에서 육지로 이동되어 사구가 형성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사구에서의 촬영은 역광의 아름다움을 살려내기 위해 언덕 너머에서 주로 촬영했다. 사구능선을 따라 여러 필의 말이 걷는 장면과 질주하는 장면을 함께 보여줬다.
실루엣으로 보여주는 말과 기수들. 정말 멋지다. 마치 서부활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사구에서의 촬영 후 다시 신두해변. 해가 서서히 서해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붉어지는 해. 하루가 마지막 불꽃으로 아름답게 사라지는 순간이다. 기수가 파도를 헤치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일몰을 배경으로 한 승마 장면은 역시 오늘의 하일라이트. 정말 환상적이다.
이번 촬영에 협조해준 '승사모 서산연합회'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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