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숲 ― 지금 여기, 블루展 강원도 원주시 아라 갤러리
김유림 작가는 9월 강원도 아라갤러리 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환상의 숲―지금 여기, 블루>라는 주제로 코발트블루를 사용하여 숲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블루는 중세시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영감을 일으키는 신비한 색이다. 2013년, 제주와 서울 그리고 강원도를 잇는 한 여성 작가가 수년간 그린 푸른 숲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김유림은 현재 송계ART스튜디오의 레지던시 작가 중 한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유림 개인전 2013년 9월 26일 – 2013년 10월 2일 강원도 원주시 아라 갤러리 문의 : 갤러리 033)746-3338, 이영란 010-5268-3685
(숲의 환상, Oil on Canvas, 130.3x193.9, 2013)
블루, 너무 귀해서 아름다운
예로부터 파란색은 고귀하고 신성한 색으로 여겨졌다. 과거에는 성모마리아의 의상을 채색할 때 쓰이곤 했다.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에서는 울트라마린의 안료인 청금석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화가들은 후원자에게 울트라마린을 공급받지 못하면 파란색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성모마리아를 채색하려 남겨두었던 자리는 울트라마린을 공급받지 못해 끝내 채색하지 못한 채 영원히 미완성인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다. 과거에 파란색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제주도 태생의 작가는 어릴 적부터 천혜의 자연이라 일컫는 주변 환경 덕분에 푸르고 파란 색이 익숙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며 그는 어느 순간 그 뒤에 숨겨진 절망과 슬픔, 우울, 처절함까지 보게 되었다. 그에게 푸른색은 단지 아름다움만을 나타내는 고유색이 아니다. 그녀의 코발트블루에는 어떤 감정이 숨어 있을까.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망
김유림 작가에게 블루는 단순한 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접한 피카소의 <늙은 기타리스트>는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기타를 들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는 서글픈 노인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순식간에 뒤흔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떻게 그림 한 점이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까. 어째서 저 그림은 이렇게 가슴 시리고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걸까.
그 답을 알기 위해 작가는 첫 번째로 자신의 유년시절을 되돌아본다. 그의 유년시절을 한 단어로 말하면 ‘외로움’이었다. 제주가 고향이 아닌 부모님과 살며 명절이나 경조사 등을 친척과 함께 보낸 기억이 없는 그녀에게 외로움은 철이 든 이후 뚜렷한 기억으로 각인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외로움이 익숙해진 어느 날, 같은 피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건 어떤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던 김 작가는 후에 그때의 감상을 숲을 거니는 자신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친구들과 달리 친척들을 만날 일도, 그들에게 애정을 받을 일도 없던 그녀에게 부러움과 외로움은 한 몸이 되어 그녀의 몸과 마음에 달라붙었다. 어느 추석날 밤, 친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갑자기 흘린 눈물에 대한 기억은 후에 제주의 푸른 바다, 푸른 숲, 파란색이라는 회화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했다. 자신이 외롭다고 느낄 때 대체 그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그 외로움은 어떻게 해소되는 것인지 작가는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았다. 그리고 언젠가 자연 속에서 만난 빛과 바다의 푸름, 숲의 풍경들에서 일말의 해답을 발견했다.
코발트라는 놀라운 세계
코발트블루의 코발트(Cobalt)는 독일어 코볼트(Kobold)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외국의 고전 동화나 온라인 게임 등에 등장하는 ‘고블린’이나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상시키는 이 단어는 ‘도깨비’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27번째 원소이기도 한 코발트(Co)는 사람과 동물에게 필수적인 무기 영양소이지만 지나치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이 원소를 주원료로 한 코발트블루는 보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놀라운 색이다.
청금석이 원재료인 울트라마린과 달리 코발트블루가 물감의 안료로 사용되기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도깨비 광석이라 불리며 환영받지 못한 코발트에는 당시 광부들을 병들게 할 만큼의 강력한 비소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8세기 스웨덴의 화학자 브란트가 코발트 광석에서 비소를 제거하고 코발트만을 분리해내면서부터 오늘날 파란색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코발트블루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귀한 광물 자원인 청금석에서 나온 울트라마린과 달리 사람들에게 천대받고 내던져졌던 도깨비광석 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코발트블루가 나온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미운오리새끼가 알고 보니 백조였다는 사실처럼 그 누가 도깨비광석 에서 코발트라는 색이 나올 줄 알고 있었을까. 미켈란젤로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코발트블루를 색 중에서 가장 사랑했을 것이다.
김유림의 블루 변증법
동시대의 가장 유명한 예술가 중 한 명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복제하지 말고 해석하라.” 이 말이 어디 호크니의 명언일 뿐이겠는가. 미술이 더 이상 대상 그대로의 재현을 목적에 두지 않게 되면서부터 작가들은 시대에 따라 내려져오는 기존 미술의 틀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찾아 나섰다. 시간마다 변화하는 빛을 포착하여 캔버스에 담아내고자 했던 인상파 화가들, 사물이 가진 고유의 색을 통해 대상으로부터 색을 해방시킨 야수파 화가들. 오늘날 회화 작가는 대상과 색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김유림의 작업은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숲과 블루, 외로움이라는 삼원소는 새로움에 대한 김유림만의 작가정신에서 기인하였다. 그의 내면에서는 대상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언제나 싸워댔고 그것은 마침내 새롭고자 하는 욕망으로 합쳐졌다. 이른바 김유림 작가만의 ‘블루 변증법’이랄까. 그런 작가에게 숲이라는 대상은 원초적인 결핍을 해소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넘쳐나는 소재의 샘이기도 하다. 푸른 바다와 자연에 익숙한 유년시절을 통해 푸른색에 대한 남다른 혜안이 마침내 ‘푸른 숲’이라는 소재를 만나 적절히 표출된 것이다. 실제 그녀의 숲 시리즈를 보면 밤인지, 낮인지, 바다인지 혹은 밤하늘인지, 숲인지 분명하게 구분해내기 어려운 지점이 존재한다. 이것은 숲이 곧 바다인, 경계를 허무는 그녀만의 코발트블루가 가진 범존재론적 상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깨비 광석이라 천대받던 코발트가 아름다운 파란색 안료로 재탄생하여, 작가의 캔버스에서 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코발트블루로 가득 찬 김유림 작가의 숲은 생명력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공간 안에서 작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떨쳐버리고 오직 성스러움과 놀라움이 가득 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마치 오래된 신화에서 만났던 나무와 숲의 요정, 물의 정령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장면이 캔버스에 가득 펼쳐진다. 나무들은 서로 교감하고 인간은 그 안에서 자신의 미비함을 느끼며 우주의 위대함에 몸을 떤다. 거대한 자연의 두려움 앞에서 작가는 오히려 생명력이 가득한 에너지를 발견해냈다. 외로움이라는 두려움 앞에서 작가는 숲과 블루라는 두 소재로 생명력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낸 것이다. 마치 조금은 익살스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코볼트’라는 도깨비가 나타나 작가와 관객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만 같다.
그림을 통해 스스로 치유 받고 긍정적인 감정을 얻게 되었다는 김유림 작가의 그림은 그 자체로 좋은 기운을 발산한다. 작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도 숲과 코발트블루가 주는 좋은 생명의 에너지를 나눠주고 싶다고 말한다. 김 작가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강원도 원주시 아라 갤러리에서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일주일간 전시된다. 가격은 무료. 문의전화는 033)746-3338, lyr3685@hanmail.net
Profile 김유림
1986 제주출생
Solo Exhibitions
2012 모색끝에 빛나는 젊음展 - 서울미술관 초대 개인(부스)전
Group Exhibitions
2013 미술작품교류전 – 동경한국문화갤러리, 일본
미술작품교류전 – 광교갤러리, 서울
식물들의 사생활展 - 유중아트센터, 서울
석사과정전 –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이동하는 미술관 – 송계ART스튜디오, 강원도
아스팔트 스튜디오 – 신촌대학문화축제, 서울
미술동인 집展 - 제주문예회관
ARTC FLEAMARKET – ARTC-company, 서울
2012 미술동인 집展 - 제주문예회관
2011 그녀들의 이야기 3인展 - 삼청갤러리, 서울
미술동인 집展 - 제주문예회관
2010 제 19회 제주미술제 -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청년작가전 - 제주문예회관
미술동인 집展 - 제주문예회관
창작집단 "뽐" 프로젝트 기획전 – 갤러리 모앙, 제주도
2009 Wood & Recycle 展 - 갤러리각, 서울
Residency
2013 송계ART스튜디오
Award
2009 제주도 미술대전 입선
Education
2012 국민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입학
2010 제주대학교 예술학부 서양화전공 졸업
Collection
서울미술관, 제주대학교
Cellphone : 010-5336-1031
E-mail : ardentpurple@naver.com
Homepage : http://blog.naver.com/ardentpurple
Address :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367-36 202호
Birthplace : 제주도
Year of birth :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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