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6일 오후 5시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는 "김종철 사진전-또 다른 삶의 이유 "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단국대 양양금 교수와 김종호 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과 단국대 사진아카데미를 나온 많은 사진인들이 모여 김종철 사진작가를 축하해 주었다.
또 다른 삶의 자유
나의 삶에서.
젊은 날 머뭇거릴 여유조차 없이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나의 꿈이나 즐거움은 뒤로하고 오로지 정직한 안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온 삶이다. 젊은 날의 삶 역시 후회 없이 살아 왔으니 이제 뒤도 보고 앞도 보며 나를 위한 인생 후반부의 삶이 덤이 아닌 인생 이모작을 새롭게 시작한다.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고 잠들기 전 내일도 할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행복한 사진 생을 즐기고 있다.
“꿈의 곳간”
상상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하고 싶은 일들을 조심스레 준비하면서 나의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였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사각의 파인더를 통하여 대상과 교감하고 고민하며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기쁨은 늘 내가 질문하고 대상에게 답을 찾으며 소통하는 셔터소리다.
서해안 모든 곳이 나의 무대가 되었으니 날마다 상상의 파인더를 꿈꾸며 갈 곳 많은 행복감을 혼자서 만끽하기가 아깝기만 하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고 표현하기 어려운 나의 삶속의 숨겨진 것들을 서해의 갯벌에서 채워보려는 고뇌와 나만의 만족을 담아보려는 표현이다. 하고 싶은 일들을 안 한 것과 하지 못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나는 과거 속에 잠재한 목표와 꿈을 시작하였으니 운이 좋은 사람일 게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나의 고뇌와 비애, 삶의 족적들을 사진(갯벌)을 통하여 표현하려고 노력 하였다.
눈으로 보고 읽으며 소통하는 언어의 마력과 매력은 사물로서 전달가능한 시각의 언어인 사진 적 표현과 효과이다. 나의 사진 적 철학은 무엇인가? 나의 주관적 시선은 어디에 두고 있는가를 고민하며 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였으며 솔직한 소통을 하고자 하였다. 특히 갯벌과의 인연으로 갯벌 속 많은 대상들과 관계를 가지며 조화를 이루고 나의 삶의 표현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사진 적 표현이 되는 것이라 믿으며…….
은닉된 세계를 찾아 공감의 표현을 하고 싶어 고뇌를 즐기며 아직도 이야기가 너무 많은 갯벌은 꿈을 꾸듯 설렘으로 다가온다.
행복한 후반부
사진을 통한 나의 인생 후반의 삶이 결코 나만의 즐거운 인생을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 자신과 소통하며 세상 것들과도 아주 건강한 소통을 통하여 나를 비롯한 가족과 주변들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지나온 과거에 구속되지 않고 앞으로의 행복한 창조와 창작을 통한 무한의 세계가 펼쳐진 사진속의 나를 발견하고자 한다. 나의 사진작업이 modernism과 postmodernism, reality?등의 의미보다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나만의 장르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온전히 나를 위한 후반부의 사진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 뭐래도 나의 영원한 동반자를 빼놓고는 상상조차 거부 하고 싶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하며 함께한 “아내”라는 이름이 있다. 말없이 지지하고 늘 지혜로운 삶으로 소박하기만 한 아내가 앞으로도 나의 옆을 지켜 줄 것이다.
언제나 기쁨과 설렘이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끝으로 이번 개인전을 위하여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특히 양양금 교수님의 지도와 지지가 큰 힘이 되었기에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어 깊이 감사를 드린다.
2013. 10.
사진가 : 김종철
김종철의 갯벌 ? 강박적 그리움의 풍경
김석원 (시각예술평론/ 미디어아트박사)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어디로 향해 가는지 목적지를 잊은 체 매우 급하게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그런 일상을 탈출해서 불쑥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은 유혹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발길이 닿는 대로 가다가 ‘어떤 이끌림’에 의해서 서해안 갯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된다.
김종철의 갯벌(tidal flat)에서 시각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게 하는 요소는 갯골(tidal channel)이다. 갯골은 밀물과 썰물의 반복으로 생겨난 물길로서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형태적으론 구불구불한 S자가 대부분이지만 S자 변형된 M, C자 형태의 물길이 계속 이어져 있다. S자의 물길을 보면 어린 시절에 ‘종이배’를 만들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하얀색 ‘종이배’를 물길에 놓으면, 잔잔한 지역을 지나가다가 울퉁불퉁한 갯골 언덕에 부디 치여서 멈추었다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다시 어렵게 방향을 잡고 모퉁이를 돌아서 또다시 잔잔한 물길을 만나게 된다. ‘종이배’는 잠시 숨을 돌리고 지나온 여정을 되새겨 보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과정은 S자 모양의 커브로 표현된다. ‘종이배’의 여정을 인간의 삶과 연관해서 생각하면 처음의 출발점은 안정된 시기. 그다음의 가파른 중간 부분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 그 다음 S자의 아랫부분은 안정된 시기를 잠시 만끽하다가 다시 생소한 M, C자의 새로운 물길을 지나가기도 한다.
김종철의 갯벌 사진에 구체적인 형태의 ‘종이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은 인생의 힘든 여정을 암시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김종철의 갯벌사진을 정신분석 용어로 설명하면 일종의 ‘자유연상(Free association)’작용을 환기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갯벌은 단순한 갯벌의 모습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자연 대상이 지닌 형태의 묘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대상을 통해서 연상시키는 다른 이미지의 사적이며, 상상적 풍경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노력은 사진에서 많은 상징으로 이루어진다. 상징성이 일상적 오브제로서 예술의 문맥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에 대한 예술적 탐구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Fontaine) 작업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도는 재료의 물성 보다는 그 재료가 가진 사회, 문화적 상징성을 통해서 관객과 다양한 소통방식을 생산하는 현상이었다. 이런 현상에 과학기술의 발달과 가상현실이 일상으로 침투하면서 예술의 비 물질화를 비롯한 다양한 시도가 현재 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상징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문화적 표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1900년 발표한 ‘꿈의 해석 (The interpretation of Dreams)’에서는 해석학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그의 책에서는 꿈의 상징을 언급한 바 있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상징은 우리의 현실 세계를 매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호등의 상징에서 빨간불은 차가 멈추어야 하고, 파란불은 차가 지나간다. 이런 식의 상징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은 인간은 사유하기 위해서는 규칙과 상징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일종의 보편성을 가진 매개이다.
그렇다면 시각예술은 사물(thing)의 상징성을 통해서 그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어떻게 재현하는가? 우리의 삶 주변에서 낮은 목소리로 잡을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를 김종철 작가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작가는 자연적인 대상을 통해서 관습적으로 무언인가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들이 땅과 갯벌의 공간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축축한 습기가 느껴지고, 눈으로 지각한 갯벌 안에 숨어 있는 생명체에서 발산하는 에너지, 한없이 가라앉고, 그리움이 동시에 우러나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반된 감정은 김종철 작품이 지닌 고유한 이미지이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 세계의 구조에 대한 상징이 감정의 ‘밀당(밀고 당기기)’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이번에 발표할 근작에 나타난 김종철 사진의 또 다른 특징은 갯벌이 근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사소한 것에 대한 디테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어떤 질서를 부여받지 않고 뒹굴고 있는 돌, 돌 주변에 무심히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식물, 부서져서 형체를 알 수 없는 배, 얼음에 발이 묶인 배, 화면을 반 이상 가득 메우고 있는 어망 혹은 땅 위에 널브러져 있는 어망, 땅에서 자라는 평범한 풀, 갯골 주의에 덮여 있는 눈등이다.
서해안 갯벌의 근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의도는 작업 노트에서 구체화 된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고 표현하기 어려운 나의 삶 속의 숨겨진 것들을 서해의 갯벌에서 채워보려는 고뇌와 나만의 만족을 담아보려는 표현이다.” 개인적인 사견에서 김종철의 사진을 바라보면 강박적인 그리움이 느껴진다. 그것은 무엇인가 나의 앞에 존재해야 마음이 안정된다는 생각, 정신적인 소유욕, 혹은 자신이 꿈꾸는 현실에 대해서 마음을 쉽게 저버리지 못하는 감정을 이중적으로 해석했다.
작가가 갯벌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이 잘 간다고 느꼈던 것은 자연을 관조 하면서 사 계절이 바뀌는 현상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생활에서 속도감을 잠깐 잊어버리는 행위로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김종철 작가가 사진을 통해서 그리움을 표현하고 마음과 영혼의 안식을 찾는 시간을 가진 것처럼 관객도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종철의 사진은 고정석의 에세이 <말들의 풍경> 에서 말했듯이 여자들은 모르는 ‘누이’와 함께 있는 느낌이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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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방송 김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