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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윤경 "영종도" 招待展 갤러리 블레시움
여류사진가 김윤경 초대전 ‘영종도’ 가 갤러리 블레시움(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451-3 T. 031-265-6789)에 초대되어 오는 2013년 11월 1일(금요일) ~ 11월 20일(수요일)열린다. 개막식은 2013년 11월 01일 금요일 늦은 5시다.
아련한 갯내음, 그 기억을 찾아서
류경선(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명예교수)
사진가가 하나의 대상에 대해 일관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상에 대한 작가의 고집과 색깔이라는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본다. 마치 엉킨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듯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대상에 몰입하고 탐닉하는 ‘몰아의 세계’를 향한 고단한 여정이 아닐까.
김윤경은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억척스럽게 공부한 만학도이다. 자신이 추구하고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집념으로 충주에서 서울을 오가는 고단한 삶의 무게를 자청하면서도 환한 웃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 개인전을 여는 그녀의 노트를 읽어 보노라면 “기억이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퇴색되어 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끄집어내게 된다.”고 했듯이, 그녀는 가슴 한편에 있는 빛바랜 기억을 바다에서 끄집어내려 했다. 그래서인가 그녀가 담은 바다와 갯벌은 단순한 눈으로 만의 바다가 아니라 유년 시절부터 부지불식간에 각인된 바다와 갯내음의 기억을 찾아 찍으려 했던 것이다.
‘김윤경의 바다’를 보면 마치 오래된 사진을 보는 듯 아련하다. 참 멀리 떠나온 시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유년의 시간처럼 그 바다는 그렇게 멀리 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출렁이는 바다가 아니라 기억속의 잔상으로 남아있는 바다처럼 말이다.
그녀의 작품집“기억으로 그리는 영종도 풍경”이 이렇게 오래된 사진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바다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리워하는 유년 시절을 온전히 마음으로 담아내었기 때문은 아닐는지...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여행길이라 했다. 그리고 여행에 지치고 힘들 때면 바다를 찾는다고 했다.
바다. 바다는 심신이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어질 때 어머니 품속같이 포근히 감싸주는 작은 쉼터와 같은 곳이다.
그러나 김윤경, 그녀의 바다는 확연히 다르다.
긴 여행길에 잠시 쉬어가는 곳이 아니라, 그녀의 바다 여행은 긴 여정의 첫발을 뗀 여로의 시작이었으며 그 여행이 끝나는 곳이 바로 그 바다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바다는 다른 이들처럼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바다를 느끼고 바라보는 방법도 다르다. 사람들은 파도가 춤추는 바다를 보지만 그녀는 바다의 속살을 봤다. 회색빛 심연을, 그리고 갯벌의 고요함을 봤다.
그녀의 바다가 다르게 보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바다만 담기’이며, 또 다른 하나는 ‘깊게 담기’이다.
바다와 영종도, 바다와 송도 신도시, 바다와 대교, 바다와 갯벌, 그리고 먹구름 .........
동일한 시간과 동일한 소재, 유사한 구성과 유사한 색깔. 최대한의 절제로 이루어진 그녀의 바다 이미지는 역동적 흥미로움은 없지만 갯내음을 깊게 맛볼 수 있는 시간 여행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나는 영종도 하늘을 은빛 날개로 수놓으며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거나,
인천대교를 질주하는 차량들을 보면 김윤경, 그녀의 바다. 흑갈색 영종도를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 짓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이번 전시를 통해서 훌륭한 작가로 대성할 수 있는지 여부는 그녀가 얼마나 처절하게 독창적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김윤경의 이름 앞에 ‘사진작가’라는 수식어를 얹고 작가로서의 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믿고 싶을 뿐이다.
김.윤.경.
그녀의 고집스런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태고의 흔적과 기억의 아비투스
이경률(사진이론가)
자신의 의식이 환경에 쉽게 적응하거나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상황에 동화되는 자생적 익숙을 아비투스 habitus 라고 하는데, 이는 어원적으로 “익숙하게 된 것” 혹은 관행이라는 뜻이 되며, 특히 사회학적으로 한 집단에서 이질적인 어떤 개념이나 요소가 주위 환경과의 지속적인 적응과 반복을 통해 예견치 못한 형태로 진화되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일상의 공간은 익숙의 공간 즉 “아비타시옹(거주) habitation”이 되어 결국 우리가 흔히 거주지라고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현재 익숙한 상용 공간이 된다. 이럴 경우 언제나 사라진 기억의 레미니센 혹은 데자-뷰는 현재의 익숙한 상황에 동화되어 나타난다. 그것은 곧 과거가 현재가 되어 나타나는 착각이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공간적인 장소 역시 하나의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은 의식과 기억의 아비타시옹이다. 왜냐하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자연적인 환경 변화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의 공간은 한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밀물과 썰물의 파도가 만들어 놓은 조약돌과 같이 생성, 성장, 노후, 소멸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눈에 보이는 주변 환경은 언제나 영원히 그대로 있을 것 같이 보인다. 이러한 착각은 끝없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는 바닷가 조약돌을 보면서도 언제나 그 자리에 똑 같이 보이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영원히 기억할 것만 같은 과거 기억의 장면 역시 현재의 똑 같은 장소에 똑 같은 장면으로 나타날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전혀 다른 장면만 존재할 뿐이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 역시 사진의 이중인화처럼 현재의 익숙한 상황 속에 끝없이 변질되고 왜곡되고 심지어 몽롱한 레미니센스로 미화되어 나타난다.
여기 작가 김윤경이 보여주는 영종도의 갯벌들은 정확히 바로 이러한 변질된 기억의 아비투스를 보여준다. 사실상 첫 눈에 사진들은 전혀 특별하고 이상한 장면으로 보이지 않는다. 언 듯 보기에 장면들은 오히려 모든 웅변적인 의미를 비우면서 사진의 어떠한 유형도 형식도 가지지 않은 밋밋하고 단순한 이미지들로 나타난다. 또한 작가의 사진들은 흔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상사진의 전형적인 이미지 예컨대 갑자기 예견치 못한 부재의 출현으로 응시자를 질식시키는 앗제의 텅 빈 거리, 음유시인의 슬픈 서정시와 같은 로버트 프랭크의 우울한 장면 혹은 브라사이의 암울한 파리 골목길 장면을 연상시킨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작가의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의 기록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진화된 영종도라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랫동안 갯벌과 철새들의 낙원이었던 영종도는 오늘날 인천 국제공항을 가지면서 거대한 인공섬이 되었다. 그 결과 용유도, 삼목도, 무의도 섬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최초 영종도의 지형도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철저히 계획된 거대한 토목 공사로 인해 하나의 섬이 되면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섬을 감싸고 있었던 넓은 갯벌 역시 더 이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영종도는 서해안 그 어떤 섬보다 유래 없는 급진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어 오늘날 자연과 인공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장 상징적인 섬이 되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지형적 변화에 대한 어떠한 비평도 어떠한 견해도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 과거 영종도 갯벌을 사진적인 방식으로 현재에 병치시키면서 또 다시 현재의 장면에 익숙하게 되는 인간의 자생적인 적응에 의문을 던질 뿐이다. 이럴 경우 작가가 보여준 갯벌 장면은 오늘날 변화된 현재의 영종도가 아니라 현재의 공간에 이중으로 투영되어 나타나는 기억의 영종도인 셈이다. 장면은 또한 급진적으로 진화되는 환경에 대한 의문일 뿐만 아니라 삶의 익숙 속에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과거 경험적인 기억이 현재에 동화되는 나타나는 전이를 암시한다. 작가가 던지는 사진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작가의 사진이 우리에게 함축하는 무언의 메시지는 인간은 주어진 현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환경에 적응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 또한 얼마나 위대한 삶과 기억의 아비투스인가?
작업노트 중에서
유년시절 인천 연안부두에서 통통배를 타고 작고, 단아한 섬 영종도를 찾았다. 그때 기억으로 어스름해 질 무렵 황혼 빛에 심취되어 깊고 고유한 파장을 일으켰던 회상이 떠오른다. 이성과 감성이 교차한 또 다른 사유세계 즉, 감각과 지각을 통해 외적 내적 미를 인식했다. 그때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던 모습(트라우마)들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는 생생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억이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며 퇴색되어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기억들을 더 많이 끄집어내게 된다. 또한, 예술작품 속에 무의식을 캐내는 정신분석의 예술창작은 어린 시절 기억에 두고 있다. 라고 프로이트의 예술과 정신분석에서 소개하고 있다. 나의 발걸음을 영종도로 향하게 하는 것 역시 유년시절 무의식세계의 각인된 흔적들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갯벌과 바다는 군부대와는 전혀 무관한 것 같지만, 군부대 시설을 혹여 촬영할까 봐, 군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제지, 또한 인천 해안항만청의 허가가 있어야 했고, 개발현장 촬영 또한 고발과 민원의 민감성으로 말미암아 카메라를 빼앗으려고까지 했다.
과연 사진가의 자유로운 촬영은 언제쯤이나 이루어질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작업노트 중에서
본 작업 이미지 촬영 시 빛은 주로 새벽빛을 이용한 촬영이 대부분이다. 이는 암울하고 어두운 톤 표현의 시도로 안개 낀 날 또는 흐린 날을 택해서 촬영을 했다. 검은 먹구름 표현은 과거 기억과 날로 변모해가는 영종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사람 눈으로 보는 시각과 카메라를 통해보는 시각은 다르다. 본 작업 바다와 섬 이미지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바다와 섬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이미지는 인간 내면의 넓고 깊은 사유 세계를 기억하도록 유도하는 사진으로 신기루 같은 과거 영종도의 재현이며 뚜렷하지 않은 이미지와 약간은 어둡고 단조로운 색조가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 옛 기억을 추억해내는 비자발적(非自發的)인 기억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했다. 영종도는 그 옛날 영종도가 아니다. 영종도,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 ... 등 지역 주변 섬들 사이를 매립하여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게 되었으며, 지금의 영종도가 된 것이다. 또한 미래 복합도시로서의 역할수행이 요구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의 기능과 자유무역, 경제 특구로써 급속한 성장과 하늘도시, 밀라노 수중 디자인 도시로 탄생할 꿈을 꾸고 있기도 한 곳이다.이러한 관점에서, 고도성장으로 날로 변모해 가는 영종도 모습에서 유년시절 영종도를 오가며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비자발적인 기억들이 더 강렬하게 솟구쳐 그것들을 통해 사진적 이미지로 담고자 한 것은 예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록적인 면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단순한 Image maker가 아닌 감성을 찍어 낼 수 있는 Photographer가 되길 원하며, 진정한 빚을 위해 한쪽 눈을 감길 갈망하면서, 이제 좀 더 여유롭게 시간여행 속으로 더 가까이 접근하여 지속적인 연구로 이어지길 희망해 본다.
김윤경 "영종도" 招待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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