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의 가을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양재천은 우리동네 개천인데도 가을산책은 정말 오랫만이다. 집에서 마을버스로도 불과 20분 내외 거리인데...
도보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정말 좋다. 어느 선진국 산책로를 보는 기분이다. 영국 테임즈 강변이 생각난다. 20여년 전 우리가족은 4년간 영국 런던 근교 킹스턴이라는 곳에 산 적이 있다. 그곳 테임즈강변의 멋진 산책로와 풍경을 부러워했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결코 그들 나라 못지않은 산책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바로 집앞에 가을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밖으로만 돌았다. 등잔밑이 어두웠다. 서초구와 강남구를 가로질러 흐르는 양재천 그리고 양재시민공원. 양재천변을 걷는 노부부, 자전거를 탄 젊은이들, 양재시민공원 단풍나무 아래에서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고 있는 여인, 어린 아들딸과 함께 오후 산책을 나온 젊은 엄마의 미소 등. 가을은 떨어지는 계절 만이 아니라 피어오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삶이 단풍처럼 곱게 꽃피우는 모습들이다.
낙엽을 밟는다.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가을이 내 가슴 속에서도 아름답게 울고 있다. 프랑스의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이 생각난다.
시몬 .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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