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서 첫눈을 맞다 -서석대 및 입석대 설경 환상적
2013년 11월 18일, 일요일에 광주에 내려가 하룻밤을 지낸 후 광주에 사는 시인들과 다음날 무등산 산행에 나섰다.이번 산행에서는 특히 한국의 대표적 시인들인 이근배 교수(전 한국시인협회장,신성대 석좌교수, 예술원 회원), 오세영 교수(전 한국시인협회장, 서울대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 임원식 시인(온누리태양광 회장, 전 전남일보 사장), 백수인 교수(시인, 조선대 교수), 필자 등 5명이 함께 했다.이근배 교수 및 오세영 교수께서는 연세가 70세가 넘은 분들이라 무리하지않게 3-4시간 정도 가벼운 코스로 오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원효사에 도착하자 날씨가 심상치 않다. 눈보라가 치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산행에 참가한 5명 모두는 조금도 동요하지않는다. 오히려 무등산에서 첫눈을 맞는 감회에 서설(瑞雪)이라고 좋아한다.
우리 일행이 처음 택한 코스는 원효사-늦재삼거리-동화사터-중봉-서석대-무등산 정상-원효사 원점 회귀 코스. 날씨가 좋을 경우 3-4시간이면 가능한 코스이다.
그런데 고도를 높여갈수록 눈발이 장난이 아니다. 사진을 찍기 힘들 정도로 눈이 휘몰아친다. 일행들은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얼어 꼼짝못하겠다고 야단들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장갑조차 없어 사진을 찍다 보니 손이 꽁꽁 얼어붙었다. 동상에 걸리지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몇십미터 앞조차 보이지않는다. 온 산이 백색천지. 미끄러질까봐 땅만 보고 걷고 또 걷는다.
눈보라 속을 산행하다보니 원효사-늦재-동화사터-중봉(915m)을 거쳐 서석대 정상 표지석(1,100m)까지 무려 3시간 40분이 걸렸다. 바로 앞이 천왕봉인데 시야가 전혀 보이지않는다. 이제부터 하산이 걱정이다. 눈이 올 것을 당연히 예상치 않았기에 아무도 아이젠을 가져온 사람이 없다. 자칫 바위길에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협의 끝에 장불재로 내려가 임도롤 타기로 했다. 정상에서 장불재까지는 900m 거리. 내려가는 중간에 입석대도 있다.
장불재에 도착하여 잠시 배낭을 풀고 가져온 김밥 등을 먹는다. 혹한 속에서 먹는 점심식사. 마치 한 겨울에 토벌대에 쫒기는 빨치산 모습들 같다. 장불재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2시 20분.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 필자는 몇년 전 무등산 등산을 한 적이 있어 증심사 쪽으로 내려갈까 생각했다. 그리 가파른 길이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국립공원 직원에게 물어보니 임도로 내려갈 것을 권한다. 아이젠 없이 증심사 쪽으로 내려가는 건 무리란다. 원효사 방향 임도로 내려가면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단다. 앞으로 2시간 가까이 더 가야 한다면 뭔가 먹어야 한다. 차디찬 김밥을 벌벌 떨면서 입에 넣는다. 김밥, 돼지고기 등 임원식 회장 사모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음식이다. 혹한 속에서 앉지도못하고 서서 먹는 식사가 그래서인지 별미이다.
2시 40분 하산을 위해 장불재를 출발한다. 임도는 장불재에서 원효사까지 어어진 차도이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계셔서 내심으로는 솔직히 걱정이 된다. 오세영 교수님은 필자와 종종 등산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등산실력을 잘 알지만 이근배 교수님은 함께 등산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다소 염려가 된다. 하실 만 하겠느냐고 여쭤보니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보이신다. 다행이다. 암튼 오르막도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계속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길고 긴 임도를 따라 약 2시간을 걸어내려가니 드디어 원효사가 보인다. 이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당초 예상했던 3-4시간 산행이 무려 7시간 산행으로 늘어났다.
광주에 사는 시인들이 안내하는 산행이라 필자도 무심코 가볍게 준비한 건 사실이다. 암튼 본의는 아니지만 어른들을 모시고 아이젠 등 겨울산행 장비도 갖추지않은 채 폭설 속의 무등산을 올랐다는 게 아찔하다. 그래도 등산을 꽤 했다는 필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준비못한 것이 무척 죄송스럽기도 하다. 11월에 이런 폭설과 추위를 만날 줄 누가 알았는가. 고산 등산을 할 때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라는 교훈을 절실히 실감한 산행이다. 11월 하순이후 산행시에는 방한복은 물론 눈이 올 것에 대비, 아이젠, 장갑 등을 꼭 준비하는 게 좋고, 누가 아프거나 길을 잃을 경우에도 대비, 비상약, 랜턴, 간단한 비상식량 등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비록 임도이지만 하산길 눈꽃 터널 역시 환상적이다. 필자의 경우 겨울산행을 많이 해봤지만 무등산에서의 눈꽃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산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설경이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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