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원전 가동으로 20번째 원전 보유국이 되었고 2009년 UAE 원전 건설을 수주함으로써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 2010년에는 요르단의 연구용 원자로 공사를 수주했고, 터키의 발전용 원자로 계약도 유력하다는 보도가 있으며 최근에는 필리핀과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원전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의사 표시도 있었다. 30여년간 쌓아온 원전 건설 및 무사고 운영 노하우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드리마일과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 사건으로 한 동안 침체기를 맞았다.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 드리마일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원자로 속의 핵 연료가 녹아 방사성 물질이 많이 방출됐지만 원전 외부로는 누출되지 않았다. 방사성 물질이 겹겹이 이뤄진 원자로 보호막 격납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사능이 원전 외부로 누출되지 않아 인근 주민이나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1986년 우크라이나 키에프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큰 피해가 있었다. 체르노빌 원전은 한국과 달리 원자로를 감싸주는 방사능 차단 격납 용기가 없고, 화재 위험이 큰 흑연 사용과 방사능 오염이 없는 가압 경수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를 포함한 서방의 원자로는 격납용기(철근콘크리트 두께1.2m)등 여러 겹의 방호벽이 설치되어 있어서 만일의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이 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두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고 석유가격이 저가로 유지되어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으나,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꾸준히 원자력 발전을 유지하며 30여년간 무사고 운영을 한 결과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석유 가격의 폭등, 화석 연료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하여 조력, 풍력, 지열 발전등 그린 에너지가 대두되고 있으나 원가가 비싸 실용화, 보편화가 요원한 현실에서 원자력 발전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었다. 원자력은 생산 단가가 저렴할뿐더러 저공해 안전 에너지이고 원료 우라늄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2009.3 자료를 보면, 1kw/h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전력 생산 원가는 원자력 36원, 유연탄 64원, 무연탄 120원, 수력 143원, 경유 1,330원으로 원자력 발전(40% 점유)을 하지 않고 수력, 화력으로만 전기를 공급한다면 현재보다 수십 배의 전기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편익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후 생성되는 방사능 물질은 방사능 자체를 없애거나 환경에 해롭지 않게 정화하기가 불가능하여, 지진 위험성이 많은 활성단층을 제외한 암반 지역의 땅에 내진 시설을 하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둘러싼 동굴에 파 묻고 봉함을 하여 방사능을 차폐시킨다. 방사능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정도의 미량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수 백년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후 나온 핵연료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원자력 발전소 운영과정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등을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하는데 고•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모두를 현재는 원자력 발전소 내에 보관하고 있으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매립장(방폐장) 건설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하여 안면도, 굴업도, 부안을 차례로 선정하였으나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실패하였다. 부안군의 경우 주민과 환경관련 단체의 극심한 반대에 무정부 상태에 준하는 상황에 이르러 방폐장 건설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방폐장의 위험이 부풀려지고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까지 가세를 한 결과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방폐장 건립 희망지를 공모하기로 하고 방폐장을 유치하는 지역에 대하여는 대규모 지역 개발을 조건으로 공모한 결과 군산, 경주, 영덕, 포항시에서 유치 의사를 밝혔고 2005.11 주민 투표 찬성율이 높은 경주로 결정하였다. 방폐장 건설을 추진한지 19년만의 일이었다.
방폐장을 유치하면 3,000억원의 직접 지원과 수수료 수입이 60여년간 매년 85억여원에 이르고 한전본사의 경주 이전으로 연간 42억여원의 지방세 수입도 생긴다.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방폐장 유치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실리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 같이 비효율적인 제도도 없지만, 민주주의 만큼 합리적인 제도도 없다. 공산주의라면 지도자의 한 마디로 의사가 결정되어 효율성을 꼽을 수 있겠지만 민주주의는 절차의 정당성이 요구된다. 여론 수렴과 토론을 거쳐 이뤄지는 결정은 더디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의사 결정 과정이나 절차가 정당하지 못하다면 결과의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국책사업이 이런 절차를 밟았으면 시행착오와 예산 낭비가 줄었을 것이다.
주민의 의견 수렴이나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설립을 결정한 정부와 지자체도 문제지만, 대안 없이 반대만 한 환경단체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원자력 발전을 하면 방사성 폐기물은 당연히 발생된다. 원자력 발전은 하면서 방폐장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분뇨 처리장을 짓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저준위 방폐장 건설도 이렇게 논란이 많고 힘들었는데 2016년쯤 포화상태가 되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또 어떻게 추진하여야 할지, 또 얼마나 극심한 국론 분열이 이어질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 우리 동네에 설치하는 것은 싫고 설치는 해야겠고.
인간 광우병이나 방사능 위험등 우리가 자주 경험하지 못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극도로 공포감을 가진다. 그 보다 훨씬 사망 확률이 높은 번개나 교통사고는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방폐장도 안전 장치만 제대로 설치하면 안전한 시설이다. 제발 초등학교 수준의 선동이나 이념에 휩쓸리지 말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자. 어떤게 국익에 도움이 되고,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한 방폐장을 건설할 것인가 대안을 제시하고 보완책을 요구하자.
사용후 핵 폐기물 재처리를 우리나라도 할 수 있으면 폐기물이 많이 줄겠지만, 핵무기 개발 우려로 1974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재처리를 못하게 되어 있다. 2014년 만료되는 재협상이 올해 말 개시되지만, 미국이 재처리를 동의해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나 일본은 가능한 일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