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공 양대순 선교사
처음 남아공 행을 결심하게 되었을 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남아공이 에이즈에 관한 선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이즈 환자가 있고, 전국적으로 에이즈센터가 있고, 각 대학교마다 에이즈 연구와 지역 훈련센터가 있다. 남아공은 국가적으로 에이즈에 대처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남아공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는 28%-30%정도이지만, 비공식 통계로 40% 이상을 말하는 이도 있다. 남아공에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약 100만 명이 에이즈에 관련된 질병으로 죽을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참고로 에이즈는 HIV에 의해서 발병되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다. 면역력이 후천적으로 약화되는 질병인데 이것의 원인이 인간 면역력을 결핍하게 하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병된다. 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원인보다는 이제는 그 책임을 함께 나누며 여럿이 같이 져야 할 짐이라 생각한다. 해서 그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논하는 모습에 익숙해지길 바란다. 이제는 에이즈가 무서운 전염병으로서가 아니라, 성관계, 수혈, 또는 주사바늘 공동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전염이 되지 않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병이고, 미리 알고 치료를 하면 제 수명을 다하는 병이다. 이제는 에이즈도 당뇨, 고혈압과 같은 병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정설이다.
16강을 향한 조별 예선전을 하고 있을 때, 본인은 정말로 남아공을 응원하고 있었다. 진심 어린 나의 응원은 남아공의 화해와 일치를 근간으로 한다. 조금이라도 더 남아공의 대표팀이 선전하며, 16강, 8강으로 올라간다면, 싸늘하게 바라보는 저 백인들의 시선이 조금은 따뜻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실 남아공에서 흑백의 갈등은 아직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6년도 채 안된 흑인 정부의 정책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도 못했는데, 여기저기서 실망의 소리만 들려오고 있고, 섣부른 판단들의 아우성만 쳐댄다. 경제에서 우위를 점하는 대부분의 백인은 크리켓 <빨래 방망이 같이 생긴 몽둥이로 하는 야구와 비슷한 경기. 야구와는 반대로 공격하는 팀은 두 명이 돌아가며 공격하고 수비는 상대팀 모두가 한다. 파울과 포볼규칙이 없기에 한 사람이 10개의 공도 100개의 공도 던지는 수비가 될 수 있고, 공격하는 사람은 무한정 칠 수 있다. 그래서 점수도 무한정 날 수도 있다. 보통 2-300점씩 나기도 해서 2-3일 정도 걸리는 경기도 있다.>을 좋아한다. 경제에서 중하위에 있는 혼혈들은 럭비를 좋아한다. 반면에 하류층의 대부분인 흑인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어떻게 경제와 운동경기 종목이 관계가 있는 것인가?
어쨌든 이번 2010 월드컵은 많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시작부터 FIFA에서 우려했던 대로 월드컵은 진통을 겪고 있다. FIFA대표가 준비기간에 와서 지적했지만, 경기가 중반에 이른 지금까지도 주 경기장외 연습장은 아직도 준비되지 않았다. 어느 나라 대표팀은 도둑이 들었고, 어느 나라 기자단은 벌써 강도를 만났다.
남아공 대표팀이 16강에 탈락하던 날,남아공의 어느 백인은 이제는 TV에서 축구 볼 일이 없다고 했다. 곧 있을 럭비나 크리켓을 보면 된다고 한다. 남아공은 럭비, 크리켓 월드컵을 하면 강력한 우승후보가 되는 아주 강한 팀을 가진 나라다. 경제의 중심이 되는 백인들이 축구에 흥미가 없어서 경기장 짓는 일도, 진행하는 측에서의 고충도 이만 저만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렇게 일은 진행되고 이제는 그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오늘 아침에 만난 다른 백인은 어제저녁 있었던 경기를 침을 튀겨가며 얘기해 준다. 무척 상기된 듯한 그 백인은 2010 월드컵을 분명 즐기고 있었다. 공하나에 온 세계가 이토록 집중하고 관심 갖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이건 함께 하는 건 분명 흥분된다. 함께 하면 다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되듯이 책임도, 기쁨도, 축제(자블라니:JABULANI)도, 축구(AYOBA)하면서 함께 했으면 한다. 모두가 함께 끝까지…
남아공에 내려 오면서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1994년 실시된 평등선거에서 다수당이 되었던 ANC, 다수당의 대표인 넬슨 만델라의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시작된 남아공 흑인 정부의 모습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남아공 대다수 흑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용서와 화해’를 표방한 만델라 정부는 위험을 느껴 탈출하려던 백인들을 다시 모을 수 있었고, 무지개 정책은 백인과 흑인, 그리고 혼혈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족이 남아공에 내려오던 2007년, 남아공은 또 다른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흑백간의 경제적 갈등이 있었고, 같은 흑인들 끼리 경제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갈등이 있었다. 과거에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인한 흑백 구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경제적인 빈부차이로 흑백 구분이 있다. 같은 거리, 같은 장소에서 쇼핑을 하지만, 경제적인 차이로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은 이유 없는 증오를 낳고,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한 공격형태로 나타난다. 2007년에 있었던 “제노 포비아(XENOPHOBIA)”로 인해 우리가 사는 근처에서는 흑인 두 명을 화형 시키는 일도 있었다. 이 새로운 갈등형태를 하나로 묶을 계기가 이번 2010년 월드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남아공으로 출발하며 했던 그러한 기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 월드컵은 그런 의미에서 더 귀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기대를 가지고 월드컵을 바라보며 열광하지만, 지금 남아공에서는 무엇보다 화해와 용서, 그리고 일치와 평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아공 축구 대표팀 “Bafana Bafana(동료, 친구)”의 뜻은 의미가 깊다. 결과에 치중하여 이기면 웃고, 열광하고, 지면 슬퍼하고 분노하기보다 함께 하는, 여럿이 한 마음으로 함께 달려간다는 의미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축구는 경기이면서 동시에 동료애를 느끼는, 함께 축구하며 친구가 되는 경기이다. 이번 2010월드컵을 통한 화해, 그리고 일치는 남 아프리카 공화국이 꼭 이끌어 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아직 남아공의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2010년 7월 3일 남아공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