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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呂律로 노래하는 同感의 시학
문효치 시집 <별박이자나방>
문효치 시인이 새 시집 <별박이자나방>을 펴냈다.
문효치 시인은 1943년 전북 군산 출생으로 1966년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PEN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연기 속에 서서>, <무령왕의 나무새>, <남내리엽서>, <왕인의 수염> 등 10권의 시집과 <백제시집>,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등 4권의 시선집을 냈다. 동국대, 동덕여대, 대전대, 추계예대 등에서 시창작 강의를 했으며 주성대 겸임교수,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현재 <미네르바> 주간으로 있다.
등에 외계로 가는 길이 보인다
피타고라스가 걷던 길에
에너지가 모여들어
거대한 별들의 숲이 자라고
우리의 삶이 하늘로 이어진다
이 길에서 권력이 나온다
하늘의 입구에 백로자리가 날개를 펄럭인다
우주의 축이 수직으로 일어선다
<별박이자나방> 전문
필자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자나방이다. 백과사전을 뒤져봤다. ‘몸과 날개는 백색으로 날개는 거의 투명에 가깝다. 먹이식물로는 쥐똥나무·광나무·물푸레나무·층층나무·라일락 등이 알려져 있으며, 쥐똥나무에 특히 피해가 많으며 애벌레가 잎과 가지에 거미줄을 치고 모여 살면서 잎에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피해 부위는 잎이 없고 가지만 엉성하게 남게 된다’고 쓰여 있다. 우선 거부감부터 든다. 생물학자들은 왜 <별박이자나방>의 내면을 보지못하고 식물에 피해를 주는 부정적인 면을 주로 부각시키는 걸까.
시인의 눈은 다르다. 문효치 시인의 시집 제목이기도 한 위 시에는 ‘외계로 가는 길’이 보이고, ‘하늘의 입구에 백로자리가 날개를 펄럭이는 것’이 보인다. <별박이자나방>을 통해 ‘우리의 삶이 하늘로 이어진다’.
문효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수많은 나비, 무당벌레, 여치, 베짱이 등을 시적 오브제로 잡고 있다. 또, 풀꽃, 청설모, 참새, 심지어는 두더지도 보인다.
문효치 시인은 시집 서두에서 “우리가 흔히 벌레나 풀, 나무 등을 보고 미물이라고 말해 버리는 것, 잡초나 잡목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중대한 인식의 오류다. 오만이고 편견이다”라고 말한다. 아, 그렇구나.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다. 오래된 집이라서인지 청소를 제대로 안해서인지 집구석에는 종종 바퀴벌레가 산책한다. 그래서 바퀴살충제 ‘레이드 울트라’를 상비해 놓는다. 시인의 글을 보고 살그머니 살충제를 창고로 가져가 숨긴다. 필자도 바퀴벌레에 관해 멋진 시 한 수 쓰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벼락 맞아 불타버린
둥근 달의 한복판에
둠벙 하나 파 놓고
그대 맑은 눈물로
찰랑찰랑 채웠네
물봉선 두어 포기 들어와
보라색으로 자라고 있네
<달무리무당벌레> 전문
문효치 시인은 곤충이나 식물 등을 통하여 생명체 하나 하나에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류가 나아가야 하는 생명살이의 길을 안내하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
김석준 평론가는 “생명의 이름은 상상력의 보고이자, 시말이 주소하는 공간이다. 언어와 이름 사이의 한계가 한없이 좁혀지고, 새로운 말이 추상된다. 문효치 시인의 <별나비자나방>은 이제까지 전개해 왔던 웅장한 역사적 지평을 훌쩍 뛰어넘어 미시적인 시선으로 생명에 속한 모든 것들을 찬찬히 보듬어 살핀 상생의 리듬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평한다.
푸른 하늘 깊게 들이마시고
문득 내려다 보니
저 물 위에 노란 별이 내려와 계신다
몇억 광년은 족히 되었을 여정
우주의 어느 동네에서 내려오시느라
피곤도 했겠지만
간밤에 잠도 잘 주무셨는지
오늘 한낮 얼굴도 맑다
<노랑어리연꽃> 전문
김석준 평론가는 “언어가 존재의 집인 이유는 페르소나로 시인의 내격을 온전하게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참 따스하고, 순수한 심성이 느껴진다. 시인에게 말이 운명인 이유는 집시의 노마드적 삶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말의 이동점 내부에 시살의 진경이 고스란히 노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잊혀진 역사로 평가받은 백제왕조의 상상적 지평융합에서 생명으로의 전회는 극적일 뿐 아니라, 숭고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문효치 시인은 이전 시집 <七支刀>에서 “흙이 삽질을 한다/씨앗을 심는다//제 몸보다 더 무거운/지게를 지고/들길을 건넌다”(시 <흙> 일부)라고 쓴 적이 있다. 또, “네 가슴에 지나가는 물관부/그 푸르른 수로에/나 배 한 척 접어 띄우네”(시 <나무> 전문)라고 읊기도 했다. 시인은 그동안 탐구해온 고고학적 열정을 넘어 그때부터 이미 흙으로, 그 흙이 빚은 미물들에게 돋보기를 드리대고 있었던 것 같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피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네
한마디 말도 없이
피네 지네
<들꽃> 전문
김석준 평론가는 “생명은 이 세계를 내밀하게 들여다 보는 창이자, 인간학적 심연을 응시하는 의식의 통로이기도 하다. 생명이 있는 곳에 말이 있고, 이름이 있고, 이 세계의 여여한 표정 또한 존재한다. 문효치 시인은 그 이름에 갇힌 생명들의 존재론적 양태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존재의 원상을 회복시키고 있다‘고 풀이한다.
문효치 시인은 “무릇 모든 생명체들은 인간의 지우개로 지워지지않는 존엄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 운용의 커다란 질서 속 당당한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미물’과 ‘잡초’에 다가가 손잡고자 한다. 이는 우리들 생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생태계의 실존적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며 우호와 사랑의 표현이다”라고 술회한다.(정리/임윤식)
*펴낸곳 : 서정시학 *정가 :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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