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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본 영국- 제 1신
테임즈 강변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다
오랫만에 영국에 다시 왔다.
필자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직장 관계로 4년간 영국에 산 적이 있다. 그게 인연이 되어 가족 중 아들은 지금도 영국에 살고 있다. 그후 종종 업무출장차 영국을 오고갔지만 근년에는 자주 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연말연초 휴가차 마음먹고 약 한 달간 이곳에 머무를 예정이다. 아내와 함께 와서 모처럼 우리 부부, 아들 등 한 가족이 함께 있게 된 셈이다. 딸도 있는데 4년 전 호주로 이민가서 캔버라에 살고 있어서 이번에는 함께 하지못했다.
우리 가족이 머물고 있는 곳은 뉴몰든(New Malden). 런던 시내에서 열차로 약 30분 정도 남쪽에 있는 도시이다. 전영오픈테니스대회로 유명한 윔블던에서 가까운 곳이다. 헨리8세 궁전인 햄튼코트 팰리스가 지근거리에 있고, 영국에서 가장 큰 공원인 리치몬드 파크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테임즈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영국에는 한국인들이 약 2만5천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잡혀있지 않지만 이중 거의 70-80%가 이곳 뉴몰든, 킹스턴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랫만에 다시 찾아온 뉴몰든과 킹스턴. 도로와 건물들은 여전하지만 그동안 한국인 상점들이 꽤 많이 늘었다. 슈퍼마켓, 잡화점, 식당, 복덕방, 미장원 등 뉴몰든 중심가인 하이 스트리트 곳곳에 한국어 간판들이 보인다. 뉴몰든 외곽으로 몇분 만 가면 태권도장과 떡집도 만날 수 있다.
아들이 살고 있는 집 앞에는 성 제임즈 성당이 위치해 있고, 버스 정류장도 문앞에 있다. 영국의 상징중 하나인 이층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바람이 세게 불거나 코너를 돌다 잘못하면 넘어질 것 같은 걱정도 들지만 아직 이층버스가 전복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웃집들이 예쁘고 아담하다. 영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전통가옥들이다. 영국의 단독주택들은 일반적으로 집 뒤에 정원이 있다.
집에서 100m 정도 만 나오면 한인교회도 있다. 한국인들이 다니는 교회는 거의 대부분 영국교회를 빌려서 쓰고 있다. 이곳 역시 영국개신교회의 건물이다. 뉴몰든, 킹스턴 지역에만도 여러개의 한인교회들이 목회를 하고 있다.
뉴몰든 로타리(영국에서는 Roundabout이라고 부른다)로 나가면 코너에 화운틴 팝(Fountain Pub)을 만난다. 반갑다. 필자가 영국에 살 때 가장 자주 찾았던 술집이다. 이곳에서 필자는 한국인 지인들은 물론 영국 친구들과도 생맥주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팝에서는 맥주 등 음료 뿐 아니라 스테이크 등 식사류도 팔고 있다. 영국의 팝문화는 특이하다. 어느 도시에 가든 팝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다방과 선술집 기능을 합쳐놓은 것 같지만 그보다 헐씬 고급이다. 동네사람들이 수시로 모여 생맥주도 마시고 식사도 하면서 교제를 나눈다. 일종의 동네 사교장이다. 이곳 화운틴 팝은 1884년에 설립된 건물이다. 무려 129년의 역사를 가진 술집인 셈이다.
뉴몰든의 중심가는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라고 부른다. 영국식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하이 스트리트 중심가. 연말 휴가시즌이라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않는다. 크리스마스 날에는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식당도 전면 휴업이다.슈퍼마켓과 일부 팝 만 문을 열었지만 팝의 경우 사전 예약손님이 아니면 식사를 팔지않는다.
옛 타운 홀(시청) 건물 옆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서울플라자 건물이 서 있다. 서울플라자는 주로 식품을 취급하는 마트로 영국 곳곳에 지사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식당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울플라자 건너편에는 역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메이스(Mace) 간판도 보인다. 메이스는 의류, 본차이나, 기념품 등 각종 잡화를 파는 가게로, 필자가 영국에 살았던 1980년대에도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던 수십년 된 한국인 기업이다. 건물 자체도 메이스 소유 건물이라고 한다. 1파운드 백화점도 보인다. 우리나라의 천원백화점 비슷한 곳이다. 거의 모든 제품이 1파운드 미만이다.
하이 스트리트 끝머리 쯤 가면 뉴몰든역이다. 크리스마스 연휴 때는 열차가 정차하지않는다. 큰 역만 서는 모양이다. 연휴 때 열차가 서지 않는 다니 이해가 안간다. 런던 시내를 갈려면 이 역에서 열차를 타야 하는 데 할 수 없이 윔블던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윔블던에서 지하철을 타야 한다.
길 거리에는 연말 자선모금이 한창이다. 할아버지 두분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자선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 주신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단지 경제력으로만 평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필자가 4년간 영국에서 살아본 경험으로는 남녀 불문하고 영국노인들의 교양과 양보심, 친절함은 놀랄 만 하다. 영어로 남자는 gentleman, 여자는 lady라고 부르는 것도 영국인들의 교양 수준에서 비롯된 호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대로 그런 호칭 때문에 사회적 교양 수준이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강아지 네마리를 데리고 나온 가정주부. 강아지들이 귀엽기 그지없다. 이 여자분 역시 필자를 위해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붉은 색 버스가 계속 지나간다. 버스는 이층버스도 있고 단층버스도 있다. 이층버스의 경우 upper deck라고 부르는 이층으로 올라가면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여서 좋다.
뉴몰든 로타리 코너에는 화운틴 이외에도 워치맨이라고 부르는 팝이 새로 생겼다. 전에 경찰서 건물이었던 곳인데 경찰서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간 후 팝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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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갈수록 비만인구가 늘고 있다. 아들이 주문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아들도 덩치가 매우 큰 편인데 아들보다 더 살찐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아들보다 몸집이 헐씬 크다. 그래서인지 아들녀석이 살을 뺄 생각을 안해서 걱정이다.
이 집은 스테이크 요리가 유명하다. 매주 화요일에는 30% 정도 할인행사도 벌이고 있다. 이 정도의 스테이크 주문이 7.59 파운드, 한국 돈으로 13,000원 정도 한다. 싼 편이다.
점심식사 후 버스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킹스턴 시내를 돌아봤다. 킹스턴 시내는 지금 연말 세일이 한창이다.
킹스턴 시내 쇼핑가에는 벤톨백화점, 마크 앤 스펜서 등 유명 백화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중 특히 벤톨백화점 및 마크 앤 스펜서는 대중적인 백화점으로 인기가 높다.
킹스톤은 테임즈강에 인접해 있는 도시이다. 쇼핑가를 걷다보면 바로 테임즈강변에 이른다. 킹스톤 브리지가 강을 가로지른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테임즈강 지류가 꽤 아름답다. 배들이 한가롭게 누워있고 하얀 거위 떼들이 제 세상 만난 듯 놀고 있다.
강변에는 두 젊은이가 담소를 즐기고 있다. 낭만이 강물처럼 흐른다.(글, 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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