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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여름, 天工을 만나다-두 번째
무형문화재에도 부익부 빈익빈이가?
등록날짜 [ 2010년07월26일 00시47분 ]
24일 토요일 
어제 오후에는 네 번째 조와 마지막 조가 교대하는 날이어서
오전에 인사동 인사아트센터를 찾았다.
부지런한 관람객들이 벌써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과 밝지 않은 조명 아래에서
보유자와 전수 조교들이
정성들여 시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무형문화재 보유자이지만
다 같은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아니었다.

요즘도 수요가 있어 그런대로 돈을 버는 종목들과
실생활에 전혀 쓰임새가 없어
장인이 만든 전통공예품을 박물관에서 사지 않으면
판로가 없는 종목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태도가 달랐다.

소위 잘 나가는 종목들은 사진 찍히고 기사화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렇지 않은 종목들은 관람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주면서 관심을 갖도록 했다.

4대 혹은 5대 째 가업을 유지하면서
현대에 쓰임새가 없어 판로가 끊긴
전통공예품의 맥을 이어오는 보유자들과 그 가족들은
다른 직업을 갖고 이 일을 부업으로 하지 않고서는
생활하는 데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일반인들에게 우리의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알리고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시연 행사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중국이 여러 지역에 민족촌을 세우고
각종 민속공연과 전통공예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영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을 듯싶다.

서울에도 한국의 집이나 남산골 한옥마을이 있고
용인에 한국민속촌이 있어 전통생활상이나
공예품을 접할 수 있지만 일부분에 한정되어 있다.

전통공예촌을 조성해서
공방을 만들고 시연도 하면서
관광객들에게 작품도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지금 예전의 동대문운동장 주변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고 있지만
유물 전시관이나 디자인 전시, 음악 공연, 체육 관련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전통공예품을 보여줄 만한 공간은 전혀 없다.

외국 관광객들이 서울에 와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고궁, 북촌, 남산골 정도이다.
인사동이 있지만  지금의 인사동은 현대식 건물들이 골목을 지배하고 있어
예전 맛을 거의 다 잃어버렸으며,
그곳에서 파는 물건들도 순수 국내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서울에 와서 전통공예를 즐겁게 체험하면서 보유자들의 작품도 사므로써
보유자도 흐뭇하면서도 생활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즉, 빈익빈이 되지 않을 그런 공간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부처에서도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하겠지만
보유자들 나름으로도
전통미와 기법을 살리고 값도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현대인의 정서에 걸맞은
참신한 디자인과 제품을 창안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가느다란 말총을 찬물에 불려서 가는 바늘로 한 가닥 한 가닥 섬세하게 엮어 만드는 망건,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서,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서 하기 힘들고
봄과 가을에 주로 작업한다는 망건 만드는 일.
하루에 서너 시간씩 해서 15~20일 작업해야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는 망건,
이제 나이가 많아 시력이 나빠져서 점점 하기 힘들다는 장인,
말총과 바늘을 다루는 은 예사롭지가 않다.
제66호 망건장 보유자 강전향님의 망건 만드는 모습


어려서부터 인사동 주물공장서 쇠와 생활해온 장인,
옛날 자물쇠 수리를 하면서 비밀 자물쇠의 원리를 터득하여
비밀 자물쇠를 새롭게 재현하고 창조하는 장인,
전통 건축학교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기도 하고,
요즘 한창 복원 중인 광화문의 장석을 맡아서 제작했다고 한다.
제64호 두석장 보유자 박문열님의 작업 모습

박문열 장인이 만든 7단 비밀 자물쇠를 대학생 관람객이 열어보려고 하지만 쉽게 열리지 않는다.
4단계까지는 그럭저럭 풀었지만 열쇠를 집어넣는 5단계에서 막혔다.
장인이 귀띔을 해주어서야 비로서 열쇠를 열쇠구멍으로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단계-튀어나온 장식을 아래로 내린다.

2단계- 한쪽 틀을 분리한다.

3단계- 반대쪽 틀을 옆으로 돌린다.

4단계- 밑틀을 아래로 내린다. 이제 열쇠구멍이 보인다.

5단계- 열쇠를 집어넣는다. 어떻게 집어넣어야 하는지 몰라 쩔쩔맨다.

6단계-구멍으로 집어넣고 수직으로 세운다.

7단계- 비로소 자물쇠를 열다.


4대째 금박 입히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는 장인, 무늬를 새기는 판은 돌배나무를 6~7년간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서 말려야 비로소 쓸 수 있단다.
무늬판에 아교를 묻혀 찍고 마르기 전에 순금판을 붙여 떨어내면 화려한 금박이 완성된다.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 김덕환님의 무늬새기는 모습

금박으로 수복무늬를 입힌 수복당의-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한 달에 10개 정도 만들고, 일 년에 150~200개 정도 소요된다는 가야금이나 거문고
누에에서 뽑은 가는 명주실을 굵기를 달리하면서 몇겹으로 꼬아 현을 만든다.
제42호 악기장 보유자 고흥곤님의 줄 만들기

굵기가 다르게 만들어 맨다.

단청은 목조건물에서 나무가 습기나 벌레에 슬지 않도록 하는 목적도 있다.
우리나라 단청이 가장 화려하고 정교하다. 중국의 단청은 우리나라에 견주면
화려함이나 섬세함에서 한참 뒤떨어진다.
제48호 단청장 보유자 홍점석님이 출초하는 모습

단청에 쓰이는 재료와 도구들

화살은 1~3년 생 해장죽(신우대, 식대라고도 함)으로 만든다. 더 자라면 딱딱하고 무거워서 적당하지가 않다.
대마디를 곱게 다듬어 공기 저항을 줄인다.
제47호 궁시장 박호준님의 대고르는 모습


말총으로 만드는 망건이나 탕건은 주로 말(馬)이 많은 제주도에서 만든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보유자들의 거주지도 제주도이다.
제67호 탕건장 보유자 김혜정님의 작업 모습 오른쪽은 따님


강순자 장인은 갓일뿐만 아니라 말총을 재료로 현대화한 모자와 손가방, 액세서리 따위를 만들고 있다.
따님이 쓰고 있는 모지도 직접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천연 털이라 머리에 쓰면 밀착력도 좋고 가볍고 시원해서 아주 좋다고 한다.
전통기법을 살려서 현대화한 제품을 개발하면 새롭게 수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제4호 갓일 보유자 강순자님의 따님



한국사진방송 손인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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