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차)
테를지에서 서쪽 울란바타르를 경유하여 남쪽으로 길을 재촉했다. 사막은 전부 모래만 있는 줄 알았는데 몽골에 와보니 건조한 모래밭에 작은 관목인 작슬과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고 모래만 있는 사막은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는 형태였다. 끝 없이 펼쳐진 초원(사막)엔 식당이 없어 사막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라면을 끓여 먹었고 현지인은 집에서 싸온 삶은 양고기와 빵으로 식사를 했다. 기온이 높지만 건조한 날씨라 그늘에 가면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끝 없이 펼쳐진 초원은 국가 소유인데 관청에 가서 어디서 어디까지 목장으로 쓰겠다고 신고하고 세금만 조금 내면 본인 소유 목장이 된다고 한다. 중간중간 말이나 양떼를 몰고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이동하는 가축 떼는 정처없이 떠도는 인간살이를 보는 듯 했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되면서 개인별 사육하는 동물 수 제한이 없어져 양모(캐시미어) 생산에 필요한 염소를 많이 키우게 되어 초지가 더 많이 황폐화 된다고 했다. 풀잎을 먹는 다른 가축과 달리 염소는 풀 뿌리까지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조한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오는 6-8월 강우량이 고작 49-73mm로 황사가 많이 발생하고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초원을 이동중인 가축)
(낙타 목장)
(방목중인 양)
사막 초원 쥐구멍에서 쥐가 나와 있다가 사람이나 자동차가 접근하면 여기저기서 잽싸게 구멍으로 들어가곤 했다. 마치 두더쥐 잡기 게임을 하는 것 같이. 하늘에는 이들을 노리는 매가 수시로 낮게 날아다니면서 사막 쥐를 사냥하고 있었다.
종일 차를 달려 어둑어둑할 즈음 조르골 하이산이라는 곳의 바까트린 졸로에 도착했다. 바위만 앙상하게 남은 야트막한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산에는 나무는 물론 풀조차 찾아 보기 힘들었다. 비포장 도로에 러시아제 찝차를 개조한 6인승 승합차(푸르공)를 이용했는데 문틈으로 먼지가 많이 스며들어 사람이고 짐이고 온통 먼지 투성이다. 먼지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처럼 먼지가 많을지는 몰랐다.
(산을 넘고 계곡으로 달리는 푸르공)
오늘 처음으로 게르에서 샤워가 가능하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샤워장에 갔지만 세면대에 마개가 없어 쫄쫄쫄 나오는 찬물을 손바닥에 받아서 머리를 감고 고양이 세수를 했다. 게르 7-8동이 있는 곳에 공동 샤워장이 한칸 달랑 있을 뿐이었다. 숙박과 현지식 두끼를 제공하고 1인당 25$을 받았는데 가축 배설물을 말린 난방용 땔감은 난로를 한번 피우니 없어졌다.
(바까트린 졸로의 게르)
(4일차)
새벽에 일어나 바위산에 올라 일출을 구경했는데 나무나 풀은 없고 바위로만 이루어진 피골이 상접한 산야를 붉은 태양이 물들였다. 아침을 먹고 게르를 출발하면서 보니 연못이나 개울이 없는 지역이라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수백마리의 가축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목동들은 주로 말을 타지만 여기에선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물을 주고 있었다.
(우물물 길어 올려 가축 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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