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머니 may mother's day
김 은 주 사진전
a-one 갤러리에서 광주의 어머니를 주제로 작업한 오월 어머니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김 은 주 작가의 개인전으로서 오는 22일 까지 전시된다.
opening reception 장면
김은주 작가 인터뷰 장면
[인터뷰... ]
0.광주의 어머니를 주제로 촬영하게 된 이유나 동기가 있었는지요?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어머니들의 다양한 모습을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월어머니집에서 5·18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어머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억이란 곧 누군가의 삶이고 한 개인의 내면에서 끝없는 진화를 거치는 것입니다. 때문 에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는 여전히 지속되는 아픔이자 시간의 흐름에도 채 아물지 못한 상처임이 과거를 마주한 어머니들의 현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았습니 다. 희생자들과 직접 관련된 장소를 배경으로 삼은 것은 기억의 원형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또한 깊은 상처의 장소를 방문해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는 과정은 어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중요한 의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월어머니들을 만나게 된 것은 광주민주화항쟁 31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역사적인 과 거의 상처를 가진 어머니들의 현재의 모습이 궁금해졌고 <오월 어머니>사진 작업을 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광주라는 도시의 곳곳이 역사적 배경이 되었고 그곳은 또한 한 개 인의 비극적인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남편이나 자식이 희생된 장소에서 어머니들의 현재 모습을 담았습니다. 31년 동안 눈길도 주지 않던 장소를 모시고 가는 것은 어머니들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행위였습니다. 과거의 아픔이 가슴으로 묻히고 조금씩 다르게 기억 되기도 했었을 것입니다. 장소와 기억과 인물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0.촬영 전 1년의 준비 과정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준비 과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광주와 5·18 광주항쟁에 대해서는 언론과 사진으로만 막연 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오월 어머니집에 계시는 어머니들과 같이 조금이라도 공감 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했기 때문에 주요자료나 서적들을 보고 읽는 공부부터 해야 할 필 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어머니들과의 신뢰와 친밀함입니다. 그 분들 의 이야기를 들어야하고 또 아픔의 장소에 가기 위해서는 어머니들 스스로가 저를 믿고 제 손을 잡아주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0.어머니를 촬영하면서 정말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이야기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으시다면?
한 어머니의 아들은 당시 24살로 곧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 신청한 여권을 기다리던 중이 었습니다. 1980년 5월 23일 전남 화순 너릿재에서 자원봉사로 부상자를 수송하고 있던 아들은 계엄군의 총에 맞았고 옛 전남도청에서 발견된 아들의 주검엔 총알이 여덟 개나 박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들이 총에 맞았던 그 자리를 한 번도 가보려고 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의 위치를 찾기 위해 여러 번 수소문 하고 확인하여 31년 만에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0.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작업을 하였는데 시작 할 당시의 느낌과
작업을 모두 끝냈을 때의 감정 또는 느낌의 차이점이 있으셨는지?
어머니들에게 가족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장소는 여전히 고통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그 장소에 모시고 간 것은 이제는 죽은 자들이 아니라 어머니들이 살아야한 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현장에 앉아 있는 어머니들을 봤을 때 우리 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당신들의 상처, 아픔을 직면하고 해원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0.김 은 주 작가는 어머니(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5·18이 일어나기 전에는 너무도 평범한 아가씨거나 평범한 가정주부셨을 겁니다. 열흘 동 안의 항쟁은 이제껏 살아온 삶과 다른 삶을 살게 했습니다. 치열한 아픔과 인내는 당 연히 어머니들의 몫인 희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평화가 가능해질 수 있지 않았었나 생각해보았고 31년의 기나긴 아픔의 여정이 마무 리되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으시기를 기원했습니다.
0.앞으로 작품 구상이나 전시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올 7월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곳에는 오월 광장 어머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1976년 3월 24일부터 1983년 중반까지 지속된 ‘추악한 전쟁’은 수많은 실종자를 낳았고 그 무차별성에 정치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어머니들이 <오월 광장 어머니회>를 조직했 다고 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광장은 집단적 기억을 강화하는 투쟁의 장소가 되었습 니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준비한 기저귀는 아이에게 채워지지 못했고 지금은 노모의 목 에 스카프로 묶여져 있습니다. 실종된 자녀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죽은자’가 아니라 ‘실종자의 어머니’로 ‘영원히 아이를 품는’ 존재의 어머니로 남아있길 원하는 어머니의 바 람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김은주 작가 -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오월 어머니
May Mother's Day
어머니는 암실에 켜 놓은 유일한 빛이다.
끝없는 어둠에서 희망을 주고 꼭 있어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것이 어머니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은 5·18민중항쟁기간이었다. 자식과 남편이 국가라는 권력에 희생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들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날의 아픔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온 어머니들의 지금이 궁금했다. 5월의 그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그 장소에 어머니들을 세웠다. 한 개인에게는 한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33년이라는 역사성으로 연결된 곳.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노모에게는 푹 파인 주름만큼 짙게 각인된 상처로 남아 있었다.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오월의 어머니들은 치열하게 앞서 나가는 투사는 아니었지만 아들의 어머니로 남편의 어머니로 또한 세상의 어머니로 인내하고 저항했기에 지금의 평화를 가져왔다. 여자는 약하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어머니들의 희생을 강압하기 위해 만들어낸 우리들의 억지일지도 모른다. 이 작업의 모델이 된 오월의 어머니들 또한 그러하다.
내재된 어머니들의 상처가 사진으로 재현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진에서 보이는 어머니들이 일상의 모습과 닮아 있기를 기대한다.
A mother is the singular light in a darkroom. She gives hope amidst endless darkness and suggests a much needed direction. These are my thoughts about motherhood.
The 5·18 Uprising lasted for 10 days from May 18 to 27, 1980. Mothers witnessed their husbands and children sacrificed by an authority called the nation. I wondered how they have managed to survive until now. I wanted to know the present of those mothers who have embraced and live with the traumatic pain of those days.
They were each asked to stand at the place where they lost their loved ones. Places of sorrow for individuals, connected by the history of 33 years. Although many days have passed, to the old woman it remains a scar as deep as the wrinkles carved on her face. Never once did the mothers of May receive public attention as the fighters on the front row of the battle, but it was their endurance of pain as the mothers of sons, the mothers of husbands and the mothers of the world, that brought the peace that we have now. The saying that a woman is weak but all mothers are strong might be an excuse created to force sacrifice on them. Such like the mothers of May who modeled for this project.
It is not my wish to reproduce their inherent pain in these photographs. I only hope that they look just as they do in their daily lives.
[작가 노트..]
김은주, 오월 어머니
김은주는 희생자의 어머니에 주목함으로써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는 여전히 지속되는 끝나지 않은 상처임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비록 어머니라 이름 붙였지만,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만으로 촬영 대상을 한정하지는 않는다. 가족이 희생당했거나 자신이 부상을 당한 경우까지 폭넓게 접근함으로써 인고와 시련의 시간을 견디는 모질고 강한 ‘어머니’를 총체적으로 상징한다. 또한 작가는 희생자들과 직접 관련된 장소를 배경으로 어머니들을 촬영함으로써 개인의 기억과 장소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그 장소는 희생자가 목숨을 잃거나 투옥되었던 곳, 잠들어 있는 무덤 등이다. 특히 가족이 목숨을 잃은 장소는 어머니들이 차마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아, 작가의 오랜 설득과 어머니들의 굳은 결심이 필요했다.
작가는 깊은 상처의 장소를 방문해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는 과정이 상처를 치유하는 중요한 의식(儀式)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촬영에 동참한 어머니들은 이 촬영 행위를 일종의 씻김굿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은주는 희생자의 어머니를 기록함으로써 영정을 바라보는 얼굴들에 주목한다. 5월 19일 시위대로 오인받아 곤봉에 가장 먼저 살해된 청각장애인 김경철씨의 어머니는 하얀 소복 차림으로 5·18 국립묘지의 묘지 번호 1-1인 아들의 얼굴을 대신한다.
그녀들의 얼굴은 여전히 ‘나의 가족을 죽이지 말라’고 애원한다. 이처럼 어머니들을 그날 가족을 잃은 장소 혹은 가족이 묻힌 장소에 데려다 놓는다. 한편으로는 고통을 배가시키는 이 행위를 김은주는 눈으로 확인했던, 혹은 말로만 전해 들었던 그 장소와의 대면을 통해 떠나간 이를 온전히 기억해 주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설명한다.
실제 사진 속 어머니들은 김은주의 손에 이끌려 그날 이후 처음으로 그 장소를 찾아 사라진 얼굴과 직면했고, 그리고 오열했다.
송수정(전시기획자)
Eunju Kim on the other hand takes note to mourning faces looking at portraits. She captures the victims' mothers, who can only be reunited with their lost children and husbands through the photographs. Gyoungchul Kim's mother, dressed in white mourning clothes, represents the face of her son resting in grave No. 1-1 at the 5·18 National Cemetery.
Kim had a hearing impairment and was one of the first ones to be killed that May by airborne troops who mistook him for a protester. The faces of these women still seem to say "Do not kill my family." It took Kim a long time to persuade the mothers to return to the places where they had lost their family and to the gravesites. She explains that although this act intensified their pain, it was also a way to help them fully remember their lost ones by confronting the sites that they had never witnessed in person.
In fact, the mothers in the photographs were visiting each place for the first time since 1980, guided by Kim, and wept aloud when faced with the ones they had lost.
김은주 작가 딸(우)과 어머니(좌)의 기념촬영
[작가 이력]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 문화교양학과 졸업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 문화교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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