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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룡 개인전 'Ice spectrum' 사진전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기간 : 2014.3.5.-3.11
장소 :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오프닝 : 2014.3.5.(수) 오후6시30분
문의 : 전시기획 하얀나무(010 8926-9539)
봄에 밀려 주섬주섬 사그라지는 겨울을 얼음의 흔적으로 담아 전하는 사진전이 열린다.
수 많은 결정이 모여 얼음 알갱이가 되고 결정체가 생성해내는 형태에 담긴 하나 하나의 의미들이 모여 미시담론이 되었다. 얼음의 변주곡이다. 오는 3월5일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는 서병룡의 첫 번째 사진전인 'Ice spectrum'展이 열린다. 서병룡작가는 물이 어는점(freezing point) 0℃가 되면 수 많은 형상들을 간직한 얼음으로 변화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오브제로 삼았다. 서병룡작가는 얼음이 보여주는 형상을 모티브로 삼아 3500여년전의 출애굽(Exodus)의 기억을 유추해내며 작업에 임했다. 서울시공무원 생활 36년, 인생의 한 자락을 매듭짓는 회갑기념으로 여는 이번 전시에는 기독교적인 종교관과 사진과의 접점을 통해 새로운 예술가로의 변화를 선포하는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겨울에만 찾아오는 자연의 행위예술가 얼음이 전하는 패턴과 형태들의 조합을 재해석해내며 다양한 사고의 프리즘을 풀어헤치는 서병룡가의 번뜻이는 발상들을 함께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회 서병룡의 'Ice spectrum'展은 오는 3월11일까지 열린다.
작가노트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물질임에 그 누구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 얼음은 모든 생명체의 유기적 활동을 정지시키는 죽음과도 같은 물질로 여겨지기도 한다.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은 그의 소설 “마의 산(The magic mountain)”에서 아름다운 형태를 띠고 있으나 촉각에 의하여 전달되는 느낌은 감정과 자비가 없는 “얼음여왕(Ice Queen)”일뿐 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평소 주마간산처럼 경홀히 여겨졌었던 얼음에 매료 된것은 그 특이한 형상 때문이었다. 형상을 이루는 개개의 독특한 문양과 패턴들은 집합하여 형체로 나타나며 나를 흥분케 만들었다. 그 하나하나의 형상들은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저마다 어떤 소리와 감흥으로 조금씩 내게 흡입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영혼의 청각과 촉각이 열린 후 새롭게 다가오는 형상들은 저마다 고유한 형태를 지니며 다가오며 과거 아름다움만 표현하면 사진의 전부인양 치부하던 사진 세계속에서 나는 어느새 철학자가 되어 사진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새로운 사진세계에 대한 전율을 느끼며 사진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오브제를 제시하여준 것이 바로 얼음이었다.
어는점(freezing point) 0℃ 이하의 추위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얼음.
얼음이 보여주는 형상의 다양성과 고유성으로 인하여 온 우주의 만물은 신의 결정에 의하여 창조되었다는 종교적 확신으로 사고의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하였고 줄곧 작업의 기준인 중심점이 되었다.
겸허한 자세로 얼음에 접근하게 되면서 욕망은 부질없는 욕심에 지나지 않으며 단지 신의 활동을 단편적으로 표현한 초라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신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섭리하고 자연세계를 통치한다는 고백이 다시금 나의 입을 통하여 토설되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을 하는 몇 년 동안 만상(萬像)의 얼음을 보면서 기독교적 신앙관이 가슴에 내재되었다. 작품 속에서 3500여년전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애굽에서의 400년 동안의 노예생활과 출애굽(Exodus)과정에서 40여년간의 방황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유랑생활. 그들에게 소망인 가나안 땅에 입성하기 까지 있었던 야훼 하나님의 절대적인 손길과 보호 때로 있었던 책망과 징계, 시험, 명령 등 이에 반해 이스라엘 백성들의 배신, 불신앙, 불순종, 우상숭배, 반목과 대립, 전쟁, 일탈과 이탈, 시기와 질투, 이기심 등 온갖 고난과 역경을 스스로 자초한 이스라엘백성의 모습이 얼음의 형상에 고스란히 배어나기를 고대하였다. 그럼에도 작품 하나하나에 나의 영혼을 담을 수 없는 초라함은 나를 갈증나게 하였다.
새로운 형상을 발견할 때마다 갖는 희열은 살을 도려내는듯한 차가움마저 아련한 쾌락의 기억들로 만들어 놓았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어떻게 서술해나갈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이 연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문
'Ice spectrum' - 가시적 세계의 역능
김석원(시각예술평론/미디어아트 박사)
현상학자인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는 ‘눈과 정신 (L’Oeil et l’esprit )’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예기한 적이 있다. 그는 보이는 것은 신비로운 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예술가들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흔히 ‘보이지 않는 것’을 머리에 있는 관념이라고 여기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의 비가시적인 영역이고, 메를로 퐁티는 보이는 것 안에 숨어있는 비가시적인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한다. 그렇다면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첫째, 빛과 그림자이다. 이것은 다른 것에 의존해서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색깔이다. 이것은 물질 안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며, 셋째, 나의 몸의 운동성이 해당한다. 이것은 본인이 움직여야지만 보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비가시적인 것을 예술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서 작품화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사진작가 서병룡은 가시적인 세계에 있는 비가시적인 세계를 탐구한다. 그는 일상의 다양한 대상 중에 얼음에 매료되는데 얼음의 결정체가 만들어내는 자연 발생적인 형상에 집중한다. 작가에 의하면 얼음 형상들은 마치 역사적 사실처럼 저마다 어떤 무언의 소리와 감흥을 전달한다고 말하며, 얼음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형상의 감흥을 통해서 우주의 만물은 신의 결정으로 창조되었다는 종교적 확신으로 사고의 영역이 확대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얼음은 바로 지금 눈앞에 지각되는 현실이 아니라 현실과 대등한 관계성을 통해서 작가의 가슴 속 깊은 내면을 드러내고, 대변해주는 그 어떤 위대한 존재이다. 그렇다면 얼음 속에 자리 잡은 위대한 존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작가 노트를 빌리면 “작품속에서 3500년 전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애굽에서의 400년 동안의 노예생활과 출애굽과정에서 40년간의 방황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유랑생활. 그들에게 소망인 가나안 땅에 입성하기까지의 온갖 고난과 역경을 스스로 불러온 이스라엘백성의 모습이 얼음의 형상에 고스란히 배어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한다.
서병룡 작가의 사진을 바라본 후에 눈을 감고 출애굽 시기의 이스라엘 백성의 고단한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 시기는 실재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진 속에는 실재한다. 이런 생각은 망상이 아니라 종교적인 성찰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작가가 얼음을 통해서 종교적인 내용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적인 세계를 그대로 온전하게 드러낸 것이 아니라, 얼음의 추상적인 세계를 통해서 자기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작가의 의도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하는데 그것은 신비하기도 하면서 자신 존재의 근원으로 해석한다.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는 그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자에게는 언제나 수수께끼와 같으며, 그 수수께끼에는 자신과 존재 이유가 함께 공존한다. 즉 세계의 수수께끼를 푼다는 행위는 자신 존재의 뿌리를 표현한다는 것과 동일하며, 작가는 그 깊이를 인지하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메를로 퐁티는 가시적인 것은 어떤 ‘역능(puissance,힘)’은 나의 몸짓을 불러낸다고 생각했다. 보인다는 것은 어떤 힘이 있어서 나의 몸짓을 불러내면 스스로 저절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역능이 가시적인 것에서 시작된다면 가시적인 것의 두 번째 영역에 해당하는 것은 사진일 것이다. 서병룡이 얼음을 통해서 종교적인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것은 가시적인 것이 가지는 역능 때문이다. 사진을 감상할 때 가까이서 바라보는 행위도 우리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가시적인 힘 때문이다. 작가의 눈은 가시적인 세계가 끈처럼 연결되어있고, 이렇게 사진은 관객을 불러내고, 관객이 다시 사진 속으로 들어가 작가가 촬영한 가시적인 세계의 수수께끼를 우리의 몸과 느낌을 통해서 감상하도록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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