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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세량지(細良池)의 봄
산벚꽃과 물안개가 어우러진 仙景
전남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에 위치한 세량지. 이곳은 4월 중순이 되면 저수지 물 속에 드리운 산벚꽃과 연록색 신록의 숲 반영, 그리고 물안개로 마치 仙景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는 곳이다. 주말이면 이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가들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모여든다. 많을 경우에는 하루 천명 이상의 사진가들이 모여들기도 한다고 한다.
4월 7일(월), 주말에는 카메라 삼각대를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진가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주초를 택해 무박2일 일정으로 세량지로 내려갔다. 밤 11시 서울을 출발, 약 4시간 걸려 세량지 입구 마을에 도착했다. 세상사가 대부분 그러하듯 사진 역시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세량지와 같이 아침 물안개 장면을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선 밤잠을 설치고 새벽을 깨울 수 밖에 없다.
새벽 3시 경 세량리 마을에 도착, 1시간 쯤 차 속에서 눈을 붙인 후 4시 경 세량지로 향한다.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 후래쉬를 켜고 발길을 옮긴다. 주차장에서부터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찾아가기는 어렵지않다. '세량지 가는 길'이라고 쓰여진 팻말들이 보인다. 이미 여러 대의 자가용들이 세량지 쪽으로 들어간다. 버스는 마을주차장에 세워야 하지만 자가용의 경우에는 중간 육교 아래까지 갈 수 있다. 이처럼 일찍 나서지않으면 사람들이 많이 올 경우 자칫 삼각대 세울 자리조차 찾기가 힘들 수 있다.
주차장에서 세량지까지는 1.1km, 10여 분 걸린다. 거의 평지 길이라 부담은 없다. 저수지 제방에 도착하니 텐트와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들도 보인다. 마을 주민들이 방문객들을 위해 라면 등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팔기 위해 설치한 간이휴게소이다. 평일이라서인지 오늘은 다행히 사진가들이 많이 온 편은 아니다. 빈 자리를 찾아 제방 아래 쪽에 삼각대를 세우고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새벽 5시 반 쯤, 희미하게 산능선과 저수지 윤곽이 시야에 들어온다. 장노출을 걸고 세량지의 새벽을 낚는다. 날이 밝아오면서 저수지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렌즈에 잡히기 시작한다. 연록색 버드나무와 삼나무 신록, 산벚꽃 등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세량지는 세량제라고도 부르며, 2012년에는 미국 CNN 방송의 '한국의 꼭 가봐야 할 곳 50선' 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산벚꽃이 만발하는 봄 뿐 만 아니라 가을 풍경 역시 절경이다. 물안개는 해 뜨기 직전에 저수지 수면에서 조금씩 일다가 햇볕이 들기 시작하면 타오르듯 수면 위로 오른다. 세량지는 산벚꽃 핀 신록 숲의 저수지 반영과 물안개 피는 모습이 하일라이트이다. 물안개는 지나치게 많아도 좋지않다. 물안개가 심하면 신록숲의 물 속 반영이 보이지않기 때문이다.
6시경, 날이 훤해지면서 본격적인 사진촬영에 들어간다. 오늘은 다행히 물안개가 적당히 피어오르는 편이다. 보통 섭씨 5도 이하의 아침기온과 낮기온 차가 심할 때 물안개가 핀다. 이곳에 자주 온다는 옆 사진가의 말에 의하면, 세량지의 오늘 새벽기온은 0도 정도라고 하며, 전날 낮 최고기온이 20도, 오늘 낮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물안개 피기 아주 좋은 날씨라고 좋아한다. 최근에도 몇 번 왔다는 그는 집에서 출발 전 기상청을 통해 세량리의 기상상태와 기온 차 등을 반드시 체크한다고 한다. 사진가의 열정과 노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야기다. 불과 한두장의 좋은 작품사진을 얻기 위해 사진가들은 이처럼 수없이 먼 길 촬영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6시 50분 경부터 좌측 산능선으로부터 해가 넘어오기 시작한다. 세량지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때부터 절정에 이른다. 좌우 대각선으로 비추는 햇볕이 산허리와 저수지를 무릉도원같은 선경(仙景)으로 만든다. 이곳 산벚꽃들은 아직 꽃이 덜 핀 편이지만 이번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서울이 거주지인 필자 일행으로서는 최고의 산벚꽃개화시기와 날씨 상태를 맞춘다는게 결코 쉽지않다.
물 속에 비친 신록 숲과 산벚꽃들, 그리고 솜털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 저수지는 마치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황홀하다. 아늑하고 몽환적인 경관에 마음이 설레기까지 한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잔물결과 물안개가 속삭이듯 출렁인다. 봄의 숨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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