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뒤 곧바로 귀경, 청와대에서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이 같이 공식 사과했다.
대국민사과는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부터 초기 대응,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정부 당국의 혼선과 무능한 대처, 여론 악화 등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조기에 수습할 필요가 있다는 박 대통령의 현 정국에 대한 심각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먼저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히고 “가족 친지 친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며 유가족들에게 삼가 조의와 함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어린 학생들의 피어보지 못한 생이 부모님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픔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학생 부모님들에게는 거듭 위로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최근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지난 27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 발표와 관련해 “이번 사고에 대해 총리께서 사의를 표하셨지만 지금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지금은 실종자들의 사고 수습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총리직 사의에 따라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 뒤 정 총리의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계속해서 정부 및 사고 현장 관계자들에게도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헌신과 노력으로 소명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그 이후의 판단은 국민들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패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면서 “집권 초에 이런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자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잘못된 문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아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해운사와 선장,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뿌리내려 고착화된 비정상적인 관행과 봐주기식 행정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선박 부실관리, 과적 승선, 승무원 훈련 미실시 등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면 20년 전 서해훼리호 사고 때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만큼 잘못된 관행이 전혀 고쳐지지 않고 뿌리 깊게 고착화 돼 있고 그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있었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는 결코 보여주기식 대책이나 땜질식 대책발표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 왔지만 계속해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이런 대참사가 또 발생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사고 발생과 대책마련, 또 다른 사고발생과 대책마련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이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 개혁과 관련해선 “부처 이기주의와 순환보직 체계로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관료만 양성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철밥통을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모든 공직자가 소속 기관의 이런 병폐를 낱낱이 찾아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공무원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해 임기 중 공무원의 임용에서부터 인사 시스템 및 낙하산 인사 등 공직 사회의 전방위적인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난안전의 컨트롤 타워와 관련해 “전담 부처를 설치해서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차원의 대형사고에 대해서는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 간 업무를 총괄 지휘 조정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군인이 전시에 대비해서 반복 훈련을 하듯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가져오는 사고를 유효화 해서 특공대처럼 대응팀을 만들어 평소 훈련하고 만의 하나 사고가 나면 전문팀을 파견해서 현장에서 사고에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신속히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해 달라”며 “현재 만들고 있는 국민안전 마스터 플랜도 국가 개조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플랜 수립과정에서 국민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제한 없이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밝힌 대국민사과에 앞서 오전 9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분향과 함께 조의록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한편 이날 합동분향소에서는 청와대에서 보낸 박 대통령의 조화와 관련해 세월호 희생자 일부 유족들이 “정부에서 보낸 화환은 보기 싫다”며 박 대통령의 조화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강창희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정홍원 국무총리,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강병규 안정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등 정관계 인사들의 조화가 분향소 밖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분향소 벽면에는 의전에 따라 박 대통령을 비롯 강창희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정홍원 국무총리,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등 정부와 정치권에서 조화를 보낸 주요 인사들의 이름표가 차례대로 붙어있다.
김대식 기자 knews@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