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진 = 청와대]
“안행부, 해수부 안전 업무 국가안전처로 통합, 관피아 척결”
“국가 구상청구권 도입, 국회에 ‘김영란법’ 조속한 통과 촉구”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안행부와 해경을 포함한 해수부의 안전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34일째인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며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대국민 재난 대처 등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안전행정부와 해양경찰청을 포함한 해양수산부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해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안전 업무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사고 직후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인명구조 활동을 펼쳤다면 희생을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서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가안전처는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서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중심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 “국민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할 안전행정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으며, 해경을 지휘 감독하는 해수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경과 함께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안행부와 관련해 “핵심 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서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도 신설되는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겠다”며 “안행부는 행정자치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관련해선 “해수부의 해양교통 관제센터(VTS)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해수부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에 전념토록 해서 각자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책임행정을 펼쳐나가도록 하겠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그동안 정부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제도를 바꿔서 정상화화기 위한 개혁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이 개혁 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서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미리 끊어버리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아픔을 드리게 된 것이 가슴에 크나큰 회한으로 남는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평소에 선박 심사와 안전운항 지침 등 안전관련 규정들이 원칙대로 지켜지고 감독이 이루어졌다면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해운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게 선박의 안전관리 권한이 주어지고, 퇴직관료들이 그 해운조합에 관행처럼 자리를 차지해 왔다”며 “선박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와 감독 대상인 해운사들 간에 이런 유착 관계가 있는 한, 선박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었던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20년이 다된 노후선박을 구입해서 무리하게 선박구조를 변경하고, 적재중량을 허위로 기재한 채 기준치를 훨씬 넘는 화물을 실었는데, 감독을 책임지는 누구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았다”며 “이러한 민관유착은 비단 해운분야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 간 쌓이고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병폐”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강조하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직 사회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우선, 안전감독 업무, 이권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업무, 그리고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기관에 대한 취업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면서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린다”며 국회에서의 조속한 통과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담화 도중 참사 당시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의사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앞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해경 해체 불구, 실종자 수색에 최선 다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해체 발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명까지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현장에 해경 지휘부 등 민관군 수색과 구난체계엔 변화가 있어선 안 된다며 특히 민간 잠수사들의 건강관리와 사기 진작에 만전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수색작업을 주도하는 해경이 혼란을 겪고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담화 후 실행할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김대식 기자 knews@para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