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개조와 국정쇄신 차원에서 새 총리 후보자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해 사실상 경질했다.
남재준 원장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 간첩 조작 사건 등으로 야당의 해임 요구를 받아왔고, 김장수 실장도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청와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대로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안 전 대법관을 새 국무총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대법관과 서울고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공직사회와 정부 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 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내각 개편은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안보실장의 사표도 수리했다"며 "후임인사는 조만 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고 "정홍원 총리는 지금 세월호 사고 수습이 진행되고 있고 국정의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신임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총리 내정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개인적 삶을 모두 버리고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소감을 밝히고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안대희 총리 내정자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 중 17회 사법고시에 함격, 대학을 중퇴하고 만 25세에 최연소 검사 임용 기록을 가진 인물이다.
이후 부산지검 특수부장과 대검 중수1·3과장, 서울지검 특수1~3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으로 서울고검 형사부장, 부산고검 차장, 대검 중수부장, 부산 고검장, 서울 고검장 등을 지냈으며 대법관과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시 17기 동기인 안 내정자는 노무현 정권 시절인 지난 2003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여당 대선자금 수사의 지류였던 나라종금 퇴출저지 의혹을 수사해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현 충남지사를 구속시킨 바 있다.
사법시험 17회 동기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정상명 전 검찰총장,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이 있다.
앞서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재직시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등을 통해 '국민검사'로 알려졌으며 2012년 대법관을 마친 뒤 잠시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총리의 장관 제청권, 특별감찰관제, 상설특검제 등 정치쇄신 공약을 내놓기도 했으며 당시 '책임총리제' 쇄신안을 내놨던 주역이기도 하다.
안 내정자는 대선 바로 전날 "내 역할은 끝났다"며 스스로 짐을 챙겨 대선캠프를 떠난 일은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다소 깐깐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평소 정이 많고 따뜻한 마음씨 소유자로 검찰 조직 안팎에서도 신뢰가 매우 두텁다는 평가며 박 대통령에게는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안대희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 '험로' 예상
한편 신임 국무총리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내정된 것을 두고 여야간의 입장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 두번째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이제 인사청문회 절차를 앞두고 있으며 13명으로 구성되는 인사청문특위는 새누리당에 7명,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 6명이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안 내정자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당이던 지난 2003년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가볍게 통과한 만큼 이번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통합을 주도할 '화합형 총리'가 필요한 시점에 정홍원 총리에 이어 또다시 검찰 출신이 내정됐다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있고 2003년 불법 정치자금 수사과정에서 재벌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논란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조속한 국정운영 정상화를 위해 하루 속히 임명동의안 처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인사청문요청서 자료 준비등에 최소 5일 안팎이 걸린다는 점등을 고려하면 안대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6·4 지방선거 이후에나 열릴 전망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