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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가리산을 오르다
정상에 우뚝 솟은 암봉 장관
강원도 홍천군 소재 가리산은 한국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산이다.
오대산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능선에 거대한 계방산, 응봉산, 백암산, 가마봉을 만들어놓고 북서쪽으로 유순한 능선을 이루다가 홍천의 북동면 27km 지점 소양호를 내려다 보며 웅장하게 솟아오른 암봉이 장관이다.
산정의 거대한 바위봉우리에 오르면 발 아래로 펼쳐진 울창한 수림의 바다와 소양호 풍경이 발걸음을 잡는다. 남쪽 암벽에는 사계절 끊이지않는 석간수가 400리 홍천강으로 발원하고 있으며, 산행들머리에는 1995년 홍천군이 개장한 자연휴양림(033-435-6034)이 있어 등산과 더불어 4계절 가족휴양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가리산 산행의 출발 지점은 강원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자연휴양림과 반대편인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 등 2곳이다. 그러나 춘천 쪽은 교통이 불편해 홍천 자연휴양림관리소 왼쪽 임도를 따라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등반 시간은 계절별로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3시간30분~5시간 정도 걸린다.
대표적인 등반 코스는 △가리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합수곡삼거리-가삽고개삼거리-가리산 정상-석간수-무쇠말재-합수곡삼거리-휴양림 주차장 원점 회귀(3시간30분) △가리산 자연휴양림-북부능선삼거리-새득이봉정상-가삽고개삼거리-정상-석간수-무쇠말재-합수곡삼거리-휴양림주차장 원점회귀(5시간) △가리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가삽고개삼거리-정상-석간수 샘터-소양호 물로리(4시간30분) △가리산 자연휴양림-가삽고개-정상-석간수-철정리(4시간30분) 등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 가운데 첫 번째 코스인 가리산 자연휴양림 회귀 코스를 선호한다.
주말을 이용, 필자는 4050서울산악회 산우들과 함께 가리산 산행길에 나섰다. 사당동에서 아침 7시 30분에 출발, 10시경 가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 10시 10분 쯤 산행을 시작했다. 필자는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면 통상 주차장이나 관리사무소에서 등산안내도부터 찾는다. 산행코스 및 주요지점을 미리 확인해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주차장 주변에는 등산안내도는 보이지않고 홍천군 관광안내판, 자연휴양림 안내판과 함께 6.25전쟁 당시 가리산 전투 현황을 소개한 대형 안내판 등 만 보인다. 등산 안내도는 휴양림 안내판에 너무 간단하게 코스표시 만 되어 있을 뿐이다. 가리산 전투 안내판을 보니 이곳은 1951년 3월 19일부터 7일 동안 우리 군과 인민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해병 제1연대와 미군의 합동작전으로 인민군 제6사단 정예부대 1,500여 명을 물리치고 가리산 정상(1,051m)을 탈환하였다고 한다. 가리산은 홍천, 춘천, 인제를 잇는 삼각형의 중간에 위치한 전술적요충지였다고 한다. 당시 전사자 현황(31명) 및 전투상황도까지 그려져 있어 당시의 실상이 눈에 보이는 듯 떠오른다.
드디어 산행시작이다. 다행이 주차장에서부터 등산로 안내표시가 잘 되어 있다. 화살표 방향 만 따라가면 된다. 10분 쯤 차도를 걸어가면 가리산 표지석이 눈에 띄고 산림문화휴양관 및 관리사무소를 만난다. 차도이지만 가로수가 울창하게 터널을 이루고 있어 산책로로도 아름다운 길이다. 길 우측에는 김소월 시 ‘못잊어’, 이육사 시 ‘청포도’ 등의 시판도 보인다. 관리사무소에서 가리산 정상까지는 4.3km. 모노레일 출발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숲길로 들어선다. 등산로 초입은 흙길이라 걷기에 좋다. 숲이 울창하기 그지없다. 숲 속을 걷는 것 만으로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모노레일 출발지점에서 10분 쯤 숲길을 오르면 합수곡기점 삼거리를 만난다. 휴양림에서 1.2km 올라온 지점이다. 좌측은 계곡을 건너 무쇠말재 쪽으로 오르는 길, 우측은 가삽고개 삼거리로 오르는 길이다. 우리 일행은 가삽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안내도를 보니 이곳에서 가삽고개까지는 1.4km. 가삽고개에서 가리산 정상까지는 다시 1.3km, 총 2.7km를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가삽고개 2.3km, 정상까지는 3.5km로 적혀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얻은 ‘홍천산행’이라는 팜플렛에는 또 다르게 나와 있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산행하면서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로 맞지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관계관청이나 관리사무소에서 제대로 표시해주면 좋겠다.
합수곡삼거리에서 20분 쯤 오르면 작은 공터를 만난다. 등산객들이 쉴 수 있도록 통나무 벤취도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 이르면 앞이 트이면서 가리산 정상 암봉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능선 위에 소뿔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 등산로가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중간중간 이정표도 잘 세워져 있다. 쉼터에서 몇 분 더 오르면 화전민샘터. 이곳은 휴양림으로부터 2.1km, 정상까지 2.1km의 산행 중간지점이다.
11시 37분에 가삽고개 삼거리 도착, 휴양림주차장에서부터 3.1km, 약 1시간 20분 걸렸다. 이곳에서부터는 정상 암봉 아래까지 평평한 능선길이다. 가리산 정상은 좌측으로 900m, 우측 방향은 등골산 5.2km, 원동리 6km로 표시되어 있다. 능선 너머는 소양댐 방향인데 숲이 우거져 보이지는 않는다. 능선에서 배낭을 풀고 점심식사에 들어간다.
식사 후 12시 반에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20분 쯤 능선숲길을 걸으면 소양호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만나고, 다시 10분 정도 더 가면 정상 암봉 아래에 도착한다. “가리산 정상 3봉은 암반 및 급경사지로 되어 있어 매우 위험하니 노약자 등은 무리하게 오르지말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2,3봉을 오르지 않고 바로 1봉으로 가는 우회로도 표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00m 거리. 암봉 순서는 2-3봉을 오른 후 1봉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필자 일행은 위험구간으로 방향을 잡는다. 급경사 구간은 철봉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조심 만 하면 별로 위험하지는 않다.
드디어 2봉 정상이다. 발 아래 가리산 능선이 공룡 등뼈처럼 굽이쳐 흐르고, 정면에는 우뚝 솟아 있는 1봉이 보인다. 또, 2봉 쪽으로 바라보면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한 바위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큰 바위 얼굴’이라 이름붙여진 이 암벽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50여 년 전인 조선조 영조대왕 후반기, 이곳 가리산이 소재한 두촌면 천현리에 선비 하나가 있었는 데,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활달하여 공부를 잘 했고, 틈틈이 가리산 정상에 올라 휴식과 책을 읽고 호연지기를 키워왔으며, 스므살 되던 해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판서까지 오르는 벼슬을 했다고 한다. 그 후 그 판서가 올랐던 가리산 제 2봉의 암벽이 조금씩 사람얼굴을 띠며 변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 바위를 ‘큰 바위 얼굴’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문이 전해지면서 지역에 사는 많은 청년과 선비들도 가리산에 올라 호연지기를 키운 후 과거에 급제, 벼슬길에 올랐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고3수험생을 둔 학부형들이 자녀의 수능대박을 위해 이곳을 찾아 기도하는 등 그 이름값을 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제2봉과 3봉은 바로 지척이다. 3봉에 오르면 뒤로 망망대해의 파도같은 산능선들이 겹겹이 출렁이고 있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뒤로는 까마득한 절벽, 보기에도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인데 바위 난간에 앉아 사진포즈를 취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2,3봉에서 가파른 안부를 건너면 제1봉, 드디어 가리산 정상(1,051m)에 이른다. 정상에는 한자로 加里山이라고 쓰여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현재시간 13시 30분. 천천이 여유있게 산행을 하다 보니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주차장 들머리에서 약 2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잠시 쉰 후 하산길에 들어선다.
정상 3봉이 급경사 암봉이라 내려가는 길 역시 가파르기 그지없다. 철봉난간과 로프 등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정상 아래 사계절 끊이지않는 석간수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무심코 지나쳤다. 산행 전에 등산코스 중 꼭 들르거나 봐야 할 포인트를 체크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못해 결국 정상약수터를 보지못한 것이다.
정상에서 휴양림주차장까지는 3.5km. 약 1.2km 정도 내려가면 무쇠말재에 이르고 이후 한동안 울창한 낙엽송 숲길이 이어진다. 중간에 연리목도 보이고 이름모를 꽃들이 등산객들을 반긴다.
정상에서 1시간 쯤 내려왔을까.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난다. 계곡 위는 바로 합수곡기점 삼거리. 하산이 거의 마무리되는 지점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루산행의 피로를 씻는다. 15시에 하산 완료. 점심시간을 빼면 약 4시간 걸렸다. 정상 암봉 100m 정도 만 가파르고 나머지 대부분은 비교적 완만한 산행길이다.
초여름의 문턱을 넘은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하다. 오를 때는 숨이 가쁘고 힘들기도 하지만 하산하고 나면 언제 산을 올랐느냐는 듯 피로를 말끔히 잊어버리는 것이 산행의 기쁨이다. (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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