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영섭 산악사진집 발간 기념사진전 ‘산에서 사노라네’ 작품리뷰6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호남정맥의 비경을 찾고자 7년 동안 지리산, 덕유산, 내장산, 변산 등 4곳과 도립공원과 군립공원을 찾아 집중 촬영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는 산악사진가 엄영섭 작가가 산악사진집 ‘산에서 사노라네’를 발간하고 지난 4월23일 서울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장에 기념사진전을 성대하게 열었다.
한국사진방송에선 엄영섭 산악사진가의 작품을 제공받아 연재로 리뷰 하고자 한다.
엄 작가는 현재 한국산악사진가협회 고문을 역임하고 있으며, 개인 홈페이지 (http://mtphoto.co.kr) 에서는 '산 그리고 山' 이라는 테마로 춘하추동으로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관련뉴스 참조: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2485&thread=24r09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2672&thread=24r12r16
작가노트
사진은 언어다. 언어는 끝없는 생각을 지녔다. 흐르는 강물은 생각보다 깊고 길다. 강물은 산에서 시작된다. 산은 높아 세상을 품었다. 세상을 품은 산은 어머니다. 나는 어머니를 만나러 산에 오른다. 그리고 산에서 산다.
나는 내 나무들을 잠재우고 커다란 산속에 나무들을 새벽잠에서 깨우러 달린다. 거기는 헤아릴 수 없는 나무들이 있다. 그들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산과 산, 바람과 빛이 조화를 이루어 내 가슴을 흔들어 댄다.
여암 신경준님의 ‘산경표’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1대간(백두대간), 1정간(장백정간),13정맥으로 나누었다. 그 외 최근 18기맥, 118지맥, 22분맥까지 세분하는 이도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갈라진 산줄기는 모든 강의 유역을 경계 지었으며 동해와 서해로 흘러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 정간이라 하고, 그로부터 갈라져 각각의 강을 경계 짓는 분수산맥(分水山脈)을 정맥이라 하였다.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이 분수령이다. 따라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이라는 원리를 따른 것이라고 한다.
우리 고장의 정맥을 오르내리며 명상에 잠긴다. 산에서 시작되는 물줄기 흐름이 바뀌면 기후나 토양도 바뀌며 거기서 사는 사람의 품성도 산을 닮는다고 한다. 저 산자락에 민가는 왜 여기에 둥지를 틀었을까? 조상의 지혜를 생각한다. 이런 상념(想念)에 우리 고장 호남정맥에 관심을 집중하고 어떻게 조명해야할지 콩크리트에 갇힌 마음을 열어 본다.
나는 언제나 산과 함께 하기 위해 2008년 사 천주의 나무를 심고 새벽이면 또 다른 산을 오른다. 내 주변 산은 국립공원(지리산, 덕유산, 내장산, 변산), 그리고 도립공원과 군립공원 등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호남정맥은 백두대간인 함양 백운산 아래 영취산(靈鷲山 해발1,076m)에서 금남정맥과 함께 출발하여 장안산(長安山 해발1,237m)을 발원지로 장수를 지나 진안⦁완주 주화산에서 금남정맥과 나뉘어 임실, 정읍, 장성, 담양, 순창을 들러 곡성, 광주, 화순, 순천, 장흥, 보성, 광양 백운산 아래 망덕산에서 호남정맥이 마무리된다. 우리 고장을 지켜주는 호남정맥 곧 장안산, 선각산, 마이산, 부귀산, 주화산, 만덕산, 오봉산, 고당산, 내장산, 강천산 등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에서 소재를 찾아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조작 없이 빛의 변화에 주목하며 자연의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부경수단(鳧脛雖短) 속지즉우(續之則憂) 학경수장(鶴脛雖長) 단지즉비(斷之則悲)라는 말을 믿고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장비를 접하지 못하고 필름을 장진하며 불편한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초월적 빛이 감각에 들어와 자연의 빛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 정체성도 찾지 못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못 했다. 절기와 기후에 따라 산의 모습이 시각에 나타난 풍경의 피사체보다 그 내면에 가득 차 숨어 있는 기운이 온 누리를 향해 터질 듯이 요동치며 솟아오르는 기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날은 생각이 트여 자연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여 찰나(刹那)를 읽어내기도 하고 4~5년에 걸쳐 한 장의 사진을 얻기도 했다. 또는 Linhof 4x5 카메라 등 30~40KG 장비를 메고 같은 산을 50여 차례 올랐지만 찾고자 하는 장면을 발견하지 못해 미완성작도 많다.
1970년 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을 떠돌았다. 그 해 여름 큰집 형의 연락을 받고 급히 고향(전남 곡성)으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싸늘한 주검이었다. 내 몸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어머니를 고향 동락산 자락에 묻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돌아가신 분이 살아왔다는 전설을 믿고 석양이면 어머니 묘소를 찾아 전설이 실현되기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이는 별들이 나를 조롱하고 비웃었다. 이런 날이 계속될수록 깊은 산은 온화한 어머니 품으로 변했다. 그 때부터 시간이 허락해 주면 우리 명산을 올랐다. 이때마다 무엇인가 보이기 시작하여 소형 카메라를 지니고 다녔다. 1985년경 박환윤 선생님이‘전주산사진회’를 만들어 12명을 이끌며 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산악사진을 시작했다. 10여명이 주말 마다 산행을 하며 중⦁대형 카메라 40~50kg을 짊어지고 산악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야영장비를 비품으로 공동구입하여 우리가 말하는 A포인트에 설치하고 애코(echo)로 의사전달을 하며 이 산 저 산을 넘나들며 황금같은 시간을 산악사진에 썼다.
전국의 산을 소재로 촬영했던 산악사진을 2002년에‘산 그리고 山’으로 책을 묶고 보니 너나할 것 없이 모든 산악사진은 같았다. 그래서 나의 색깔을 찾던 중 전주대학교 이흥재 교수님을 비롯 여러 교수님들을 만나 새로운 시각에 도전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이번 ‘산에서 사노라네’는 소재를 전북지역에 있는 산으로 범위를 정하고 가급적 적은 수의 사진으로 아담하게 묶으려 하다 보니 많은 고민이 따랐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분들께서 바쁘신 일을 뒤로하고 시지각을 넓혀주신 데서부터 이 책이 출판될 때까지 많은 시간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자식들에게 희생하고 남편에게 희생한 아내 김경순에게 사랑을 전한다.
끝으로 이 책을 접하여 사진 한 장이라도 마음에 들어 감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더 없는 영광이겠다.
엄 영 섭
Living in the mountains
Eom Yeong Seob
A photo is a language. Language has its own thought. River is deeper than it looks. It begins in the mountains. Mountains are so high that it embraces the world. I hike a mountain to feel the warmth of my mother spirit and I live in the mountains.
When everybody still sleeping I wake up early to hike the big mountain. There are countless wood. They happily greet me and pound my heart making harmony with mountains, winds and sun shine.
1Mountain range is divided by 1 JEONG-GAN(JANG-BAEK-JEONGGAN), 13 JEONG-MAE according to Mr. SIN-GYEONG-JUN ‘s ‘SAN-GYEONG-PYO’
Some believe that is divided it by 18GI-MAEK, 118JI-MAEK, 22BUN-MAEK recently. Mountain range divided from BAEK-DU-SAN make boundary line for river, a big mountain range divides river to flow east sea and west sea is called DAE-GAN, JEONG-GAN and JEONG-MAEK is that BUN-SU-SAN-MAEK is separate from the river and make the boundary. It is followed the principal called SAN-JA-BUN-SU-RYEONG that mountain can’t cross the water and water can’t cross it either.
I meditate while I hike a JEONG-MAEK of mountain. If the stream is changed starting from the mountain, climate and soil change character of people living in the town to resemble the mountain. I’m questioning why the house is made in the foothill of the mountain. I think how our ancestors were wise. I concentrate my mind to HO-NAM-JEONG-MAEK and open my mind thinking about these things.
I have grown 4000 woods for the mountain and start hiking in the early morning. There are many national park such as JI-RI-SAN, DEOK-YU-SAN, NAE-JANG-SAN, BYEON-SAN and provincial park as well. HO-NAM-JEONG-MAEK is started with GEUM-NAM-JEONG-MAEK and originated from YEONG-CHUI-SAN of BAEK-DU-DAE-GAN, divided with GEUM-NAM-JEONG-MAEK of GANG-SU, JIN-AN WAN-JU, JU-HWA-SAN stretches to IM-SIL, GEONG-EUP, GANG-SEONG, DAM-YANG, SUN-CHANG, GOK-SEONG, GWANG-JU, HWA-SUN, SUN-CHEON, JANG-HEUNG, BO-SEONG, GWANG-YANG, BAEK-UN-SAN. I tried to focus on HO-NAM-GEONG-MAEK that is JANG-AN-SAN, SEON-GAK-SAN, MA-I-SAN, BU-GWI-SAN, JU-HWA-SAN, MAN-DEOK-SAN, O-BONG-SAN, GO-DANG-SAN, NAE-GANG-SAN, GANG-CHEON-SAN and tried to find naturally beautiful moment without making mechanical changes.
I believe in Korean old saying that is"Teal’s legs are short but don’t like if somebody try to make it long and Crane’s leg are long but don’t want them to be short." using an old style camera not following with high technology era so I couldn’t impress people not knowing how to adjust my camera with light and environment. I ‘d rather take the picture of KI instead of mountains itself. Someday I found a moment being called by nature and another day I was able to take only 1 picture in 4-5 years. I carried my camera like Linhof 4x5 that weigh 30-40 kg and hike for 50 times but I couldn’t find a good moment.
In 1970 I traveled all around the country to find a job. I got a call from my cousin that my mother had passed away and I ran to JEON-NAM-GOK-SEONG my home town. I felt like I’m in the middle of nowhere. I bury my mother’s body in the DONG-RAK-SAN . I believed the legend that if you spend long time with tears you can revive dead body and I visited there every evening. But I felt that sparkling stars mocked me. As time goes by I can feel my mother in the mountain. After that I started to visit the mountain whenever I have time. I started to see something every time I visit there so I carried little camera with me. In 1985 GEON-JU-SAN-SA-GIN-HOE(also called GEON-JU Mountain Camera Club) was founded by Park-HWAN-YUN and 12 of our members started mountain photo in a family like atmosphere. Around 10 of us hike a mountain with 40-50 kg camera almost every weekend. We purchased camping items together and set them up in an "A" point and communicate with echo crossing the mountains. We spent our valuable time for this.
In 2002 I published my book MOUNTAIN & MOUNTAIN but I realized that every mountain pictures look similar. So I met some teachers including Lee-HEUNG-JAE of Jeonju university and tried to find my own color but it wasn’t easy.
I categorized pictures are from mountains in GEON-BUK-GI-YEOK(also called GEON-BUK Province) in this book "Living on the mountains" and put fewer pictures so it was hard.
I regarded inside energy as important than subject itself.
I thanks to many people who helped me have bigger visual perception for picture selection and send my love to my wife Kim-Kyung-Soon who sacrificed herself for me.
Lastly, I would be honored to see people who like even one picture of my book.
아름답게 담아내면 그곳은 아름다워 진다.
19세기 우리나라에 사진이 들어와 사진문화가 활성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산이 좋아 산에 오르며 산악사진 촬영을 하였지만 산악사진의 장르가 희미해 여러 산악사진가와 단체들이 뜻을 모아 2008년 사단법인 한국산악사진가협회를 창립하였습니다. 그 후 해마다 주옥같은 작품으로 개인전시회와 작품집을 발간한 분들이 속출하여 우리나라 산악사진 분야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한국산악사진가협회 엄영섭 고문님이 전북지역 정맥 중에서 10대산을 중심으로 촬영한 '빛으로 보는 호남정맥’ 이라는 전시회와 '산에서 사노라네' 라는 사진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필름카메라로 유명산을 촬영하고 그 중 지리산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는데 이제 호남정맥이라는 주제로 어떠한 악조건에도 흐트러짐 없이 불철주야 한 점의 작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수많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분으로 기억됩니다. 이제 그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렙니다. 많은 사진가들이 기피하고 담으려고 하지 않았던 호남정맥의 모습을 작은 체구로 끈기 있게 앵글에 담은 열정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우리 한국산악사진가협회의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라북도에 4곳의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및 군립공원 등을 중심으로 촬영한 작품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함축한 40여점의 작품과 호남정맥에서 촬영한 40여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산에서 사노라네' 사진집을 발간하게 된 것은 뜻 깊은 일입니다. 산이라는 소재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자연에서 잔잔히 내어 뱉어 묵묵히 느낄 수 있는 기(氣)를 표현하고 오감을 엿보려 노력한 85점의 작품 …. 앞으로는 자연 환경이 변해서 보기 힘든 귀한 작품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1세기가 디지털 만능의 시대라고는 하나 예술 특히 사진예술 분야에서 만큼은 디지털카메라도 좋지만 필름카메라의 빛의 표현, 색감의 표현, 디테일의 표현은 아직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대세가 디지털시대인 것만큼은 확실하고 사진 분야에서도 디지털의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자유자재로 기동성 있게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 아닌 필름카메라에 담은 백여 점으로 사진전시회와 작품집을 발간하게 된 것은 산악사진의 길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회가 우리나라 산을 사랑하는 분들이 산악사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 우리의 자연을 더욱 사랑하고 우리의 산을 아름답게 찍어내어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산악사진가협회 이사장 의학박사 이광래
사진집 출간을 축하하며
엄영섭 산악사진가를 처음 만났을 때는 1990년도 장마철이었다. 지리산 천왕봉 아래에 위치한 중봉에 나는 밤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텐트 속에서 첫 밤을 지내고 여명이 돋아올 무렵 그를 만났다. 우리는 초면이지만 만남의 장소가 산 높은 장소인지라 서로 무척이나 반가워했으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중봉에 올라온 지 10여일이 지났으나 장마철이라 여러 악조건으로 원하는 사진 한 장 촬영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 오늘 볼일이 있어 하산한다고한다. 자연은 말이 없다. 수많은 풍경은 바람처럼 오고가지만, 인연이 없으면 아무리 갈망을 하여도 촬영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는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초췌한 모습으로 터벅터벅 하산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사진가로서 안타까운 공분(共分)을 느꼈다.
이처럼 산은 높이 올라갈수록 기상변화가 변덕스러워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풍경들이 사진가를 유혹하지만 쉽게 촬영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등산객이 땀 흘리지 않은 고행을 겪지 않고 높은 산을 오를 수 없듯이, 산악사진가 또한 카메라와 의식주가 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자연에서 기다림의 고행을 즐기지 않고는 원하는 사진을 촬영할 수 없다. 어찌하랴! “예술(藝術)”이란? 본래 고행 속에서 싹트는 기쁨인 것을 … ...
어쩌다 우연히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을 촬영하였다 할지라도 그 사진은 한 장의 사진에 불과 하다. 때문에 남보다 좋은 작품을 촬영하고자 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고행을 즐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세상이 보이고 자신이 보이면서 사진보다도 더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신은 강건해지면서 아름다운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멋스런 사람이 된다.
내가 보는 엄영섭은 그 누구보다도 멋스런 산악사진가다. 그는 ‘우리의 산을 우리가 아름답게 찍어내야 우리나라가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때문에 육십 대의 나이에도 긴긴 세월동안 “호남정맥(湖南正脈)” 높은 명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답사하면서 수 천 장을 찍어 85점의 결과물을 한권의 사진집으로 묶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 장 한 장 사진을 촬영하면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멋스런 기쁨과 황홀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열정과 집념을 높이 평가하면서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자에는 고향산천의 아름다움을 찬미(讚美)하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때 묻지 않는 자연 그대로 표현한 순수한 풍경들, 그리고 열린 원근감을 강조한 사진들은 현대판(現代版) 산사진풍류(山寫眞風流)를 즐기는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 있어서 엄영섭은 “푸른 나무(靑木)”같은 산악사진가라는 느낌을 준다. 앞으로 변함없는 정진(精進)을 기대하면서, 뜻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2014년 4월
중산 김상복 (中山 金相福)
산에서 사노라네(작품에 붙이는 말)
74
화산 폭발
쌓이고 쌓인 열정
마침내
불꽃으로 치솟는가
머리, 임에게로 향하고.
- 지리산 일출봉 -
75
하얀 포말
인위(人爲)
극성스럽게 자연 거스르는
사람들의 짓
보다못해 아픈 나무람
듬성듬성 듬성듬성, 검고 무겁게
파도가 밀린다
오히려
하얀 포말 일으키며.
- 지리산 제석봉→ 일출봉
76
보물찾기
어미곰 새끼곰들
무얼 찾는가
고사목이 묻고 간
세월 찾는가.
- 지리산 제석봉 -
77
설화(雪花)
봄꽃, 여름 녹음, 가을 단풍,
뽐내지 마라
갈고 씻고 닦은 마음
한 겨울에 피워 낸
이런 흰꽃도 있느니.
- 지리산 제석단 -
78
제석봉 단풍
산 좋다 하여
이곳 저곳 둘러보니
만산홍엽 골마다 장관일세
산사람 아니라도
여기 멎고 싶으리.
- 지리산 통천문→ 제석봉
79
임에게
뜨거운 가슴
이렇게 뿜고 갑니다
반야여
그 뒤를 따라
이리로 오세요.
- 지리산 중봉→ 반야봉
80
산길
영산(靈山) 고봉(高峰)에
외진 인생길
오르는 길손, 내리는 나그네
양켠에 선 고사목들
말없는 말
“읽어라, 배워라, 깨달아라.
우리들, 산을, 진리를.”
- 지리산 중봉→ 천왕봉
81
부부목(夫婦木)
비바람 눈보라
아무리 스쳐보게
우리 부부 여기 서서
살아 천년, 죽어 천 년 하리니.
- 지리산 중봉→ 천왕봉
82
연정(戀情)
천왕봉(天王峰)
그 웅자(雄姿)를
사모해 사모해
못 떠나는 구름이여.
- 지리산 중봉→ 천왕봉
83
무르익음
단풍 이리 타오르니
우리 집에
술 익겠다.
- 지리산 천왕봉 -
84
심마니
등에 바랑 짊어지고
어느 골에 귀한 약초 있을까
살피고 선 노인들
산에 묻은 지나간 청춘도
함께 더듬는가.
- 지리산 천왕봉 -
85
미련
휘어 돌아 굽어 돌아
하늘로 용틀임
생전에
못다푼 정
이렇게
눈꽃으로 피웁니다.
- 지리산 천왕봉 -
山의 四季
1
봄
높은 산 깊은 골
눈 녹아 맑은 물
졸졸졸 졸졸졸 흘러 내리면
앙증한 어린 것들
아롱다롱 꽃피우고 푸릇파릇 잎틔워
온갖 새들 이리 날고 저리 날 때
뛰어노는 메 토끼 메 노루
봄 맞아
소생하는 산식구들 온화하게 감싸 안고
그저그저 흐뭇한 산.
16
여름
저토록 우람한 힘
누구라 막으리
겹겹 준령에
울울 창창 숲을
내려 꽃는 폭포수
모든 사악 물리치고
바윗돌 덮고 감싼
무한 청정 푸른이끼 조용히 앉아
사람들아
세진 모두 다 털고
이리로 와
함께 하자 하는구려.
39
가을
바람 스산하니
아이들아 옷 갈아입자
비탈에 선 나무와 산사 앞 뜰 단풍나무
너희는 노랑옷 빨강옷 챙기고
소나무 전나무는
푸른치마 그대로 두르거라
다람쥐야 도토리 모았더냐
반달곰은 잠자리 마련했느냐
다 됐으면 나오거라
우리 산식구들 모두 모여
가을 잔치 벌여보자
형형색색 고운 자태
파아란 하늘 아래 펼쳐놓고
가을 잔치 벌여보자
멋드러진 가을 잔치.
54
겨울
사랑으로 품어 품어
키운 자식들
제 갈길로 다 떠나보낸 뒤
홀로 앉은 노인
허어연 백발 머리에 얹고
명상에 잠긴다.
먹음 적고 욕심 거둬
가볍고 편안한 몸과 마음
깨달은이여
고운이 어디 있나 미운이 따로 있나
흰수염 흔들고 지나는
삭풍도 벗이로세.
59
지리산 연가
소나무, 잣나무 사이사이
숨차게 오르면 장터목,
정상이 어디인가
반야봉, 천왕봉
솟아오르는 적황
나를 부른다, 미소짓는다
솜털같은 흰구름 겹겹이 덮은 채
빠른 걸음 재촉하며 달린다, 산을 달린다
꿈틀거리는 지리산
교감으로 셧터를 누른다.
71
지리산과 하나 되어
당신 그리워
또
당신께로 갑니다.
나무들, 바위들 사이사이
수풀 헤치며 숨찬 줄 모르고 오릅니다.
노루목, 반야봉 거쳐 연하천
벽소령 넘어 세석에서
연진의 애틋한 철쭉꽃 전설 듣고
일출봉, 장터목에 이르니
솜털구름 겹겹이 두른 천왕봉
포근한 미소로 반기네요
엄마품에 안긴 어리광 철부지 되어
오늘도 저는
<셧터> 누릅니다.
당신과 온전한 하나 되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