緣(연) - 순환의 미학
채상복 사진전
장소 : 경인미술관(6관)
일시 : 7월 2일(수)~8일(화)
최 건수(사진 평론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지각된 세상에 찍는 자의 시각적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다.
그것은 찍혀야 할 대상과 찍는 자의 상호 교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 교통은 묵은 장맛처럼 오래될수록 좋다. 좋은 사진이 낯익음에서 오는 까닭이다.
보고 또 보아 서로 정이 들어야 한다. 숲은 그녀의 감각에 활짝 열려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그에게로 다가가면 그 또한 내게로 와 서로 스미는 것이다.
채상복의 사진에 그런 스밈이 느껴진다.
나는 담박한 여인의 눈길을 보았다. 눈 그친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는 사진가에게 이 숲은 익숙하다.
벌써 몇 번이나 왔던가? 그래도 저 숲을 바라봐야 할 까닭이 아직은 남아 있다.
살결이 흰 나무는 숲을 이루고, 숲은 눈 내린 대지 밑으로 깊게 뿌리를 내렸다.
사진은 중성적 회색을 바탕으로 드러난다. 잿빛 하늘을 닮은 땅과 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회색은 너와 나를 가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받아드린다는 의미에서 모성적이다
.
저 언덕 끝, 숲으로 어머니는 오래 전에 들어가셨다. 그 곳은 어떤 곳일까?
언젠가 내 아이를 남겨두고 내가 가야 할 곳이겠지만, 시린 눈밭에 서서 자작나무 숲을 볼 때면, 볼 수 없는 어머니가 그립다.
이런 날에는 어머니는 한 그루 자작나무로 환생하여 나를 찾고, 나와 내 아이 또한 다른 자작나무가 되어 곁에 선다.
이 시간은 작가 개인의 시간에서 떨어져 나와 오랜만에 삼 대를 묶은 시간의 다발이다.
사진은 찍는 자의 마음의 행로에 따라 찍혀지는데, 이 숲을 찾아서 잿빛 하늘 아래 서면 출렁이던 마음은 다시 잔잔해진다.
그러니 이 숲은, 숲이라기보다 차라리 치유로서의 모천인 셈이다.
사진가가 이 눈 덮인 언덕에 서서 자작나무 숲에 파인더를 씌울 수 밖 없는 까닭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숲을 바라볼 때, 뜨거운 눈물과 함께 편안한 자유가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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