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토닉 러브” 라는 것이 있다. 무언가 동양적인 이런 사랑이 서양말로만 쓰이는 게 조금 이상
하긴 해도 남녀 사이의 사랑 중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꼽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좁은 문”이 노벨상을 받았는지.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바라보는 “것으로”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행복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몸.
몸이라는 이름의 실체를 통하고서야 비로소 확인되는 것, 사랑. 여인의 아름다운 몸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사랑을 어떻게 확인하고 사랑을 나누었을까?
사랑이라는 환상의 실체적 증거, 실감으로 확인하는 사랑의 구체적 장치, 몸, 우리의 몸은 겨우 두
께 몇 십 센티로 잴 수 있는 얄팍한 것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신비는 한도 없고 끝도 없어, 아무도 그
실타래를 다 풀어 본 사람이 없다.
사랑하는 여인의 그 발가벗은 몸처럼 절실한 사연이 또 있을까, 그 발가벗은 두 몸의 뒤엉킴처럼
간절한 만남이 또 있을까.
설혹, 비바람에 삭고 해와 달에 바랬어도 있기만 하면 아름다운 것, 이것이 몸이다.
이른바 맑은 영혼조차도 몸이 없으면 깃들지를 못하거니.
누드 사진은 이러한 몸의 사진이다. 누드 화가는 몸을 그리되 껍질을 만들 뿐이지만, 누드
사진은 그 실체로 접근한다. 몸으로 말하고 몸으로 읽는 사진, 단순한 몸이 아니라, 끓는 몸
뚱이, 꿈뜰 거리는 알몸이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고 백일하에 드러난다. 홀몸이 아니라
두 몸이 만나기도 한다. 하기야, 몸은 애초에 둘의 만남을 전제로 한 것 이였다.그래서 견우
와 직녀는 칠월 칠석에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것인가?
몸으로 하는 사랑의 행위는 열린 마당을 피한다.
숨어 하기 때문에 진해지기 마련이다. 진하기 때문에 숨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하다못해 열
여섯 살 그 어린 것들의 사랑놀이조차도 그 짙음이 춘향가 몇 소절만으로도 느껴지는데, 농
익은 채털리 부인의 농탕질이야 얼마나 질퍽했을까?
누드 사진이 외설스러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시비는 그래서 일어나고.
특히, 우리나라의 문화적 토양은 벗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양반은 저 혼자서도 함부로 옷을 벗지 않는 것이 우리의 문화였다.
이런 문화적 토양에서 누드 사진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봉건적이
라고, 버려야할 폐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문화적 양태이지, 좋고 나쁜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니까.그렇다면 우리 문화와의 조화 속에 설 수 있는 누드 사진은 없을까?
한자어에 “해군성(解裙聲)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로 써 놓고 보면 그 둔중한 글자에 무드는 다 사라지지만,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 이 세상
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불 꺼진 방 안 깜깜한 발지에서 사르륵사르륵 여인이 비단 속치마를
벗어 내리는 소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누드, 한국적 누드 사진은 이런 정취를 함박 머금은 사진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말은 쉽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