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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류가헌 ‘굴업도 사진영상 설치전’
골프장 건설계획 철회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지금 ‘섬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굴업도 사진영상 설치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기간은 7.29-8.22까지. 호주에서 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수범 사진가의 굴업도 작품 전시와 함께 민병훈, 이세영 감독의 다큐영화 ‘너를 부르마’가 상영되고 있다.
자연의 원형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서해의 외딴 섬 굴업도. 인천에서 남서쪽 90km 해상에 위치한 굴업도는 서쪽으로는 파도가 만들어 낸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동쪽으로는 소금이 깎아낸 바위가 신비스러운 절경을 보여주는 섬이다. 독특한 지형과 경관을 감상하려면 인천에서 뱃길로 2시간 반-3시간 반 정도 가야 한다.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덕적도 행 쾌속선을 타고 1시간 남짓 간 후 덕적도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1시간 반-2시간 반을 더 가야 굴업도를 만난다. 덕적도에서 홀수날에는 굴업도로 먼저 가기 때문에 시간이 적게 걸리지만 짝수날에는 문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 등 다른 섬들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불과 10여 가구 밖에 살지않는 이 섬은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자연생태적 가치로서도 귀중하기 이를 데 없는 보물섬이다. 매, 먹구렁이, 왕은점표범나비, 검은머리물떼새, 애기뿔소똥구리 등 15종 이상의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는 곳일 뿐 아니라, 중국으로 이동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철새들이 마지막 휴식을 취하는 섬이기도 하다. 원래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이 섬은 지질학적으로도 소중한 해식애가 특이하여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 ‘한국의 갈라파고스섬’이라고도 불리운다.
이처럼 가치가 높은 굴업도가 몇 년전부터 개발과 보존 문제로 섬 소유주와 학계, 환경 및 문화예술단체 등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섬의 98.5%를 소유하고 있는 CJ그룹이 이곳에 골프장 등 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CJ그룹은 골프장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그 대신 다른 측면에서의 관광레저단지 조성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늦게나마 골프장 건설계획을 철회키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굴업도 개발을 반대하는 자연생태학자 및 지질학자 등 사계 전문가들, 그리고 환경단체 및 문화예술단체 등은 굴업도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절대 안된다고 주장해 왔었다.
문화예술단체의 경우 2009년 5월 건축가 김원을 중심으로 사진가 배병우, 사진가 김중만, 연극인 손숙, 연출가 표제순, 소설가 이호철, 화가 임옥상, 음악가 강석희, 무용가 김숙자, 패션 디자이너 김동순, 만화가 이현세, 조각가 강은엽 등 200여 명의 문화예술계 중진들이 모여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을 결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굴업도를 살려내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진계에서도 지난 2012년 갤러리 류가헌에서 ‘굴업도의 바람’이라는 기획전을 연 바 있으며, 올해 다시 ‘섬을 찾는 사람들-굴업도 사진영상 설치전’을 열게 된 것이다.
이번에 굴업도 사진전을 열게 된 이수범 작가는 호주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한 포스트모더니즘 형태의 작업을 지속해온 사진가로, 환경오염이 극심했던 선박수리 전용 섬에서 예술섬으로 거듭난 시드니의 코카투 섬을 기록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문제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의 굴업도가 자연스레 작가의 관심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수범 작가는 굴업도의 자연경관을 기록하는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앞으로 굴업도의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는 코카투 섬과 굴업도의 현재를 교차시킴으로써 섬이 직면한 고통과 사유화에 대한 대응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전시와 함께 상영되는 민병훈, 이세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너를 부르마’는 개발위기에 처한 굴업도의 현실을 담아내면서 사진작가 김중만의 여정을 주로 좇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선정돼 공개된 이 영화는 굴업도의 외적 풍경과 인물의 내적 심상을 병치시키면서 환경과 생명이라는 화두를 꺼내든다. 또, 미래지향적인 컨셉트를 함께 반영한 굴업도의 모습을 형상화한 설치미술도 보여준다.
이수범 작가는 이 전시회를 계기로 ‘굴업도 예술공동구역 선언서’를 발표하면서, “삶의 터전을 이루며 살아오던 주민의 생활, 문화 및 자연의 중요성을 외면한 채 이익창출의 목적으로 개발계획이 특정지역의 주위환경과 부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 분명함에도 유흥과 향락을 위한 건설이 계획되고 시행된다면 이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발상이며 자연에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억지스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굴업도를 아끼고 지키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명 이미 많은 부분 전국토가 도시화되었고, 이러한 현대문화의 생활환경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무언가를 그 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섬 굴업도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곳의 환경을 통하여 휘청거림 없는 소박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내내 지금 그대로인 섬으로 지켜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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