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백인이나 흑인과 피부색이나 머리칼, 눈동자 색깔이 나와 틀리다고 하고, 당신은 나와 견해가 틀리다는 말을 한다. '틀리다'는 의미는 오답이거나 옳지 않다는 개념이다. 즉 황색 피부가 옳(맞)고 검은색이나 흰색 피부는 틀리다는 개념으로 내 주장이 옳고 상대방 주장은 그르다는 것과 같다. 틀리다(wrong)는 것은 나와 남이 다름(different)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옳고 다른 사람은 정답이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과 다름을 인정할려면 '틀리다'가 아니고 '다르다'는 표현을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나와 피부색이나 머리칼 색상이 다르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 틀리다고, 내가 옳고 상대방이 그르다고 치부해 버린다. 모든 상대방을 나의 기준에 꿰맞추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직원들이나 친구들하고 식당에 가면 대개 한 두 가지 요리로 통일하여 주문한다.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육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각자 취향이 있고 호불호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한 두 가지로 통일한다. 우리 사회가 획일화되고 몰개성적인 문화에 익숙해서 남과 다르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따돌림 당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단체나 동아리 소속이 되어야 하고 얽매어 그 속에 안주해야 안도를 하고 편안해 한다.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도 고향이나 학교, 성씨 등 이런저런 인연을 따지고 그것도 안되면 치료 받은 병원이나 버스 타고 지나다니는 동네를 들먹여서라도 끈질기게 공통점을 찾기에 혈안이 되고 그래야 안심을 하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에 등본 한통 떼러가도 이런저런 연줄 다 동원하여 아는 사람을 찾아가야 행세를 하는 것 같다. 동류 의식이 강하다 보니 동일 집단에 대해서는 잘못이나 오류에 대하여 감싸고 관대하나 다른 동호회나 학교, 고향 등에 대해서는 까닭 없이 적대감을 드러내고 헐뜯는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의 하나는 유행하는 스타일이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옷이나 악세사리가 유행하면 모든 사람이 따라 해야 유행에 뒤지지 않고 집단에 끼는 것으로 생각한다. 전쟁과 군사 정권을 거치면서 남의 눈에 튀지 않고 어떤 집단에 귀속이 되어야 불이익을 받지 않고 편안함을 얻고, 따라하지 않으면 남에게 뒤처지거나 따돌림을 당한다는 불안감의 표출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와 같지 않으면, 같은 생각이나 스타일이 아니면 경계하고 배척하는 것이다.
(1996 덕수궁)
사람이나 이세상의 모든 생명체에는 각자 다름으로서 존재가치가 있다. 나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되고, 나의 가치가 소중하면 남의 가치도 존중하여야 한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잘못된 관념에 의해 - 해롭다는, 해충이라는, 유해조수라는 잣대에 의하여 얼마나 많은 뱀, 지렁이, 늑대가 죽어가고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사라져 갔는가?
황색 피부가 있기에 검거나 하얀 피부도 있고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와 다름을, 나와 같지 않음을, 다름을 인정하자. 이세상의 모든 사물은 나와 같지 않음으로서 가치가 있고 존재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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