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안과밖>7강 스케치
미국의 현대미술관 vs. 포스트모던 시대의 전시
1929년 록펠러 가문에 의해 건립된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이런 유형의 미술관 중 가장 처음 설립되어 이후 많은 미술관에 영향을 끼치며 화이트 큐브가 국제적 표준으로 자리를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뉴욕현대미술관의 화이트 큐브의 도입은 현대미술이 불가피하게 추상으로 흘러간다는 초대 디렉터였던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 Jr.)의 사고와 직결된다.
화이트 큐브는 추상미술 작가들의 엄숙하고 간결한 작업실 공간을 연상시킨다. 특히 전시장을 찍은 대부분의 사진들이 관람객이 없는 화이트 큐브를 보여줄 경우, 이는 육체는 없고 눈만 있는 관람객을 상정하며, 미술관 안의 행동규칙을 암시적으로 강조한다. 즉 그들에게는 작품을 만지는 것, 크게 말하는 것, 음식을 먹는 일은 금지되는 것이다. 특히 화이트 큐브에서 작품의 설치가 좀 더 심미화될수록, 즉 작품수가 적고 벽이 텅 비어갈수록 미술관 공간은 좀 더 성스러운 제의적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다. (중략)
오늘날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여전히 그 소장품을 화파 또는 양식이나 개별 작가에 따라 전통적이고 연대기적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전시 유형은 작품이 갖는 복잡성과 다양성을 엄격하고 균일화된 내러티브로 환원시키고, 한가지의 지배적 관점, 즉 서양의 엘리트 남성으로 대변되는 특정 계층의 관점을 반영한다. 또한 작품선별에 있어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전통적인 미학적 가치를 주장하고 강화하는 방식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 몇몇 미술관들은 ‘포스트모던’의 관점으로 미술사를 이해하는 대안적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메이저에 속하지 않는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의 경우나, 연대기적 진열을 거부하는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이 그런 경우이다. 이들은 내러티브의 독재로부터 관람객을 해방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디스플레이도 관람객이 관람 동선을 자기 마음대로 정할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 오늘날의 미술관은 특수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보다 복잡한 맥락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화이트큐브 안에서 전시물의 아우라는 그 광채를 유지하는데 보다 복잡하고 교묘한 맥락이 관람객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기법은 빠르게 진일보하고 있고 전통적인 공간 개념도 빠르게 변화하며 미술관과 전시공간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오늘날 미술관 전시는 작가들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제 하나의 창조적 영역으로서 오브제와 관람자, 공간의 복합적인 맥락 안에 당대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담론들을 반영하는 끊임없는 변화와 논쟁의 지점에 위치한 복합적인 재현 장치라 할 수 있다.
다음 주 마지막 강의가 이어집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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