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의 대가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사랑의 상처를 안고 찾아간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그토록 아름다운 궁전을 남기고 떠나가야만 했던 왕의 애절한 심정을 회상하면서 불멸의 기타 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한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애절한 이 기타 연주곡은 전 세계 기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그들을 절망시키기도 한다. 지그시 눈을 감고 연주를 듣다보면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하게도 되지만 막상 기타를 연주하려고 하면 너무 어려워 좌절하거나 기타 배우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역,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지나는 곳에 그라나다라는 오래된 도시가 있다. 안달루시아 지역이 대부분 그렇듯 그라나다도 로마, 이슬람, 기독교문명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에서 가장 늦게까지 이슬람 왕조가 세력을 펼치던 곳이고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 왕들의 궁전이었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슬람 왕조의 궁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기독교세력을 앞세운 이사벨여왕에게 마지막까지 핍박을 받던 이슬람 나스르왕조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은 궁전을 보존하기 위해서 저항을 하지 않고 후퇴하면서 몇 번이고 궁전을 뒤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한다. 그 아픔이 후세에 전해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되살아나고...
건물은 이슬람의 전통양식으로 축조되었는데 후에 일부는 기독교의 양식이 첨가되기도 하였다. 대리석을 섬세하게 깎고 다듬어 각가지 문양의 천장과 기둥과 벽으로 장식했고 색채가 영롱한 타일을 붙여 건축의 아름다움을 더하여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매우 화려한 것 같으면서도 수수하고,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화려한 알함브라 궁전에서 쉽게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분수와 수로다. 건물 사이로, 심지어는 건물 중심에 설치된 수로에는 멀리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흐르고, 수로를 타고 흘러온 물은 곳곳에 설치된 분수대를 통해 솟아오른다. 시원한 물은 궁전의 여기저기를 휘돌아 흘러들어서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아침에 솟아오르는 햇빛에 빛나는 궁전의 모습이나, 야간에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알함브라 궁전의 야경은 숨을 멎게 하는 절경이다.
지나는 객이 빛나는 성의 아름다움에 겨워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는데 그 옛날 이곳을 두고 쫏겨 가던 왕의 심사는 어떠했을까 짐작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