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방송) 김응윤기자= 바르셀로나에 가기 전 내가 아는 것이라곤 리오넬 메시라는 이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가 소속된 축구팀이 있는 곳이라는 것과 1992년 올림픽이 열린 곳이라는 정도였다.
이 도시가 수도 마드리드와 쌍벽을 이루며 경쟁하는 스페인 제2의 도시라는 사실도, 지중해에 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항만과 산업이 발달한 경제 중심지라는 사실도, 황영조 선수가 일본 선수를 막판에 물리치고 마라톤 금메달을 딴 올림픽 주경기장이 몬주익이라는 언덕 위에 건설된 곳이라는 사실도, 그렇게 유명한 도시가 인구가 200만 남짓이라는 사실도 현지에 가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도시를 말하면서 안토니 가우디라는 사람을 빼고서는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어떤 수사와 설명으로도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가 빠졌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사를 시작한 지 10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짓고 있는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은 보는 사람을 감탄케 하였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성당의 모습도 그렇고 건물 곳곳에 스페인의 전통과 지역의 특성을 살려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만들었다.
성당은 독특한 외관도 놀랍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내부에 들어서면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밖에서 볼 땐 잘 몰랐는데 안에서 보면 성당의 높이는 까마득히 높고 넓이는 끝에 선 사람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넓다. 그 넓은 공간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자연적으로 들어오는 햇빛이라는데 놀랍도록 밝은 내부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서로 다른 색깔의 거대한 대리석 기둥은 두 사람이 감싸 안아도 남을 만큼 굵고 보라색 기둥도 있고 우윳빛이 도는 은은한 색깔의 기둥도 있다.
성당은 지금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내부에서는 그 사실을 느낄 수 없는데 구역을 나누어 공사를 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해 본다. 밖에서 보아야 아직 공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안토니 가우디는 성당을 짓는 도중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시신은 완성되지도 않은 성당 지하에 묻혔다. 교황은 완공되지도 않은 이 성당을 찾아 미사를 올렸고 성당은 아직도 공사 중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안토니 가우디는 세계적인 천재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그를 후원하던 구엘 백작의 요청으로 주택단지를 개발하다 돈이 모자라 공사가 중단된 후 공원으로 남게 된 곳이라고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불완전하고 미완성인 것이 더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는 경유가 있다.
구엘 공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데 세라믹타일로 지은 건물과 세계에서 가장 긴 벤치는 공원을 찾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값진 유산이다. 주택단지를 만들면서 나온 돌로 멋진 길을 만들고 회랑을 만들고 야자수 나무와 같은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든 것도 놀라운 발상의 산물이다.
까사밀라라 불리는 연립주택은 파도치는 물결처럼 보이는 유려한 곡선과 돌을 마치 부드러운 진흙처럼 다룬 솜씨가 돋보인다. 지붕에 올라보면 그 조형성에 더 놀라게 된다는데 그러지 못하였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증조부 때부터 대대로 주물조형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가 나온 건축전문학교 졸업식에서 학장이 가우디에게 졸업장을 주면서 했다는 말은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내가 천재에게 졸업장을 주는지, 미친놈에게 졸업장을 주는지 모르겠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뛰어난 예술적 영감을 건축에 쏟아 붓던 가우디는 성당을 건축 중이던 73세 때 거리에서 전차에 치어 죽게 된다. 사고가 난 뒤 너무 초라한 행색 때문에 방치되다가 너무 늦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할 수 없었다니 불세출의 천재라는 사람의 최후치고는 너무 불행하고 쓸쓸하다.
프랑스와 피레네산맥을 사이에 두고 접경을 맞댄 스페인 동부의 도시 바르셀로나!
지중해와 접한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도시 곳곳에 천재 건축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 남아있는 곳. 우리의 젊은이가 한민족의 기상을 드높인 곳이기도 하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멋진 팀이 있는 곳이기도 한 바르셀로나에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