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메밀꽃
어렸을 적 기억속의 어머니는 늘 아파하셨다.
건강이 좋지 않아 문지방 하나도 혼자서는 넘지 못하셨다.
어린 나는 늘 그런 어머니를 부축하여 문지방을 함께 넘곤 했다.
아프신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던 음식이 '메밀수제비'였다.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
내 고향
제주도 하고도 산골'영남' 그 곳의 나의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메밀수제비는 아프신 어머니께서 힘들이지 않고 하실 수 있는 음식 이였다.
메밀가루를 양푼에 붓고 적당히 물을 부어 수저로 살살 반죽하여
미역 넣고 끓는 물에 한 숟갈 푹푹 떠서 넣어주기만 하면 완성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좋아하셨던 것 이 아니라 산골마을
먹거리가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자갈밭 속에서도 잘 자라는 것은 메밀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늘 매밀 수제비를 드셨던 것 같다.
어느 날 어린 나는 아파서 일어나시지 못하는 어머니께
좋아하시는 메밀수제비를 해드린다고 반죽을 했는데....
물을 너무 많이 부었나 보다
한 숟갈을 떠서 솥에 넣는 데...
그냥 줄줄 흘러 내렸다.
수제비인지 죽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제비를 한 그릇 담아 드렸는데
한 참을 지난 후 에야 겨우 몇 숟갈 뜨셨다.
그 때는 몰랐다.
어머닌 어린 자식이 차려온 정체불명의 수제비를 목이 메어 꺼이꺼이 삼키셨다는 것을...
그렇게 어머닌 몇 해를 못 넘기시고 젖먹이 동생과 어린동생들을 나에게 맡기시고 하늘로 가셨다.
그 후론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난 늘 하늘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인천대공원에 메밀꽃이 하얗게 피었다.
사람들은 사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그 예쁘고 하얀 꽃이 흐려 보이질 않는다.
하늘을 올려 다 본다.
얼굴조차 희미해진 어머니의 얼굴이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살포시 떠오른다.
어머니!
숨죽여 불러본다.
대답대신 눈물이 주루룩 앞을 가린다.
2014.9.5. 인천대공원에서 활짝 핀 메밀꽃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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