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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만 작가 사진집 人愛, 밤골마을 사람들 출간해 하얀나무 제작
서울의 동작구에 위치한 밤골마을을 찾아 3년간 100여회의 방문을 통해 기록한 사진작가 조영만의 ‘人愛, 밤골마을 사람들’ 이 사진작품집 전문출판사인 하얀나무에서 발행되었다. 조영만작가는 세상의 흐름속에 멈춰있는듯한 밤골마을을 찾아 직장생활 틈틈히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놓았다. 조영만은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행복은 각자의 마음속에 숨어있다. 다만 찾지 못할 뿐이다”라며 말한다. 삶이 지쳐있는 이들에게 이 작품집은 안식을 준다.
휴머니티 공간인 밤골에서 유년의 기억을 복기하며...
카메라를 메고 밤골 마을을 처음 찾아간건 재 작년인 2012년의 늦은 가을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삐뚤빼뚤 허름한 집들이 세월을 머금고 서있는 적막한 마을 풍경은 이방인의 눈엔 마치 매서운 겨울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은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어쩌다 마주치면 대화 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금세 어디론가 급하게 가는 뒷모습...... 세상과 단절한듯한 고독이 맴돌이 치고 있었다. 사진 한 장만 찍을 수 있게 해달라며 말하고 싶었지만 냉랭한 분위기에서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멀리서 살짝 훔친 듯 소극적인 사진 몇 장만 카메라에 담은채 돌아 왔다.
그리고 몇 주후 쉬는 날, 다시 찾아간 밤골 마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전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생각했다. “마을을 자주 다니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지면 원하는 사진은 만들 수 있겠다”라고 ....
“망원을 통해서, 말없이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은 훔친 사진이다” 어느 책에서 언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밤골을 작업하면서 머릿속에 항상 맴돌던 글귀였다. 그래서 숨소리가 묻어나는 사진을 담고 싶어 초점거리가 짧은 35mm 단 렌즈를 주로 사용하였고 원하는 피사체에 최대한 접근해서 인물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진중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로 카메라 앵글에 그날 그날의 흔적을 담았다.
공장 생활, 건설현장 잡부, 운수업, 아파트 관리, 구청의 공공근로 등....
밤골 사람들은 소소한 삶의 목표를 갖고 욕심없는 오늘을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힘겨운 삶을 미소와 행복으로 만들며 살아간다.
모두가 오늘의 치열한 삶을 억척스러움으로 개척해나가는 전사들이다.
새벽 4시에도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 밤골을 담기위해 밤 잠을 설쳐가며 달려가 그들의 바지런한 삶을 경외스럽게 기록하기도 했고, 새벽운동을 하는 모습을 담으며 인생의 의미를 반추하기도 했다. 계절이 반복되며 발과 땀으로 켜켜히 기록되어진 사진 한 장 한 장이 내겐 그래서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진정성은 통한다고 했던가? 서슬퍼렇던 밤골의 첫인상은 세월의 흐름속에서 편안함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방안까지 맞아주며 “밥은 먹었느냐?” 다정하게 물어보며 라면도 끓여주고 커피도 타주면서 반겨주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모두가 어머니, 아버지이며 형 동생 누님이 되어서 마음을 소통하는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작년 여름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정돈은 하루하루 일을 다니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다. 정돈은 공공근로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 양쪽 발등에 끓는 물솥이 넘어져 2도의 화상을 입으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공공근로마저 못나가고 있다.
밤골상회 누님은 외부에 일을 나가 받을 수 없는 집의 우편물을 보관하고 있다가 저녁에 근무가 끝나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한바탕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랑방을 개방하고 하루를 웃음으로 보낸다.
고양이누님은 공공근로를 하면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성격이 좋은탓에 항상 외부 손님들과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와 대화하며 하루하루를 즐거움으로 보내고 있다. 동거하는 많은 고양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식구에게 밥을 챙겨주듯이 사랑과 정성을 쏟는다.
내일은 잘 될거라는 희망으로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밤골은 알수록 매력있는 곳이다. 회사 근무가 없는 날이나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발길이 향한다. 마을 사람들과 술도 마시고 수박도 함께 먹으며 힘차게 살아 온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 감동하며 살아갈 미래를 듣는 일이 밤골을 찾으면 행하는 의례적인 일상이 되었다.
밤골 마을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열어 보이고 정을 쌓은지 햇수로 3년째.. 시간이 익어가는 만큼 밤골 마을은 그렇게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왜 주말이면 떠나는가?
휴식을 취해야할 주말에 떠나야하는 속성상 직장에 근무하면서 사진을 촬영하기란 쉬운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휴일만 되면 카메라를 가지고 무작정 새벽 기차나 버스를 타고 떠난다.
사람들이 발길이 뜸한 시골 산골의 외딴집을 찾아다니며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새벽녘 영등포역에서 노숙하며 생활하는 사람들 모습 등등...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곳에 찾아가 카메라에 담아 오는 것을 좋아했다.
그건 타인을 의식하며 소극적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트라우마를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화가 나도 화를 내지 못하고, 미운 사람을 밉다고 말못하며 솔직함으로 살아오지 못한 인생의 회한을 카메라에서 만큼은 솔직하고 진실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밤골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않지만 삶속에 마음의 여유가 있고 범죄가 없으며 싸우는 일이 없다. 그리고 각자 열심히 살아간다. 거짓이 없는 솔직함과 순수함으로 인간의 정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내가 여길 떠나지 못하고 계속 사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정이 그리웠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햇수로 3년이라는 시간 속에 100회 이상을 밤골속에서 머물게 했던 걸 보면 밤골에는 분명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시대의 급격한 변화와 이기주의로 이타심과 배려심이 사라졌다.
그 가운데 도태되고 보호받지 못한 채 자라온 사람들의 상처가 곪아 터져 비정상적인 모습들이 표출되면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갔음 좋겠다.
행복은 각자의 삶 속에 함께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채 아우성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혹시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내 사진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찾기를 바라는 소소한 바램이다. 밤골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사치가 없고 욕심도 없으며 서로 간에 다투는 일이 없는 행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행복하고 싶은이에게 찾아오는 행운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조영만은 광주에서 태어나 교통일보 사진기자와 인터넷신문 마이택시뉴스의 발행인을 역임했다. ‘삶의 흔적, 홀로서 50년 울엄마’ 개인전과 작품집이 있으며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학술교육분과위원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다.
이메일 ymc700@naver.com
홈페이지 http://www.ymcphoto.com
“진솔한 삶의 향기를 찾아서”
장한기(사진평론가 )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따르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인간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안정된 생활의 확보이다. 그러나 나라살림이 부강해 지고 사회문화가 극도로 발전됨에 따라, 인간의 욕구도 비례하여 문화에 대한 향유를 전제로 하는 부의 축적이 우선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정신을 앞지르는 물질중심의 사회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랑과 신뢰에 근간을 두어야 할 인간관계의 기본 질서는 무너지고, 빈익빈 부익부의 기현상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직도 생존과 관련된 극한의 상황을 체험하며, 현대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길 건너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호화 아파트촌의 고공행진을 가슴 저미는 아픔으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도심에서 소외된 이웃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음 발견하게 된다.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연에게만 비춰지지만, 사회의 구성요소는 결코 그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화려함 이면에 묻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묵묵히 소화하며 저변에서 고립되어 살아가는 외곽지대 사람들의 땀과 노력도 함께 녹아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생활상을 촬영하며, 그들의 애환과 정서를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가 있어서 훈훈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인애 밤골마을 사람들”이란 주제로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출간한 조영만 작가이다. 조영만 작가는 같은 하늘아래 살면서도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도심에서 소외된 이웃인 밤골마을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3년간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가 조영만의 다큐멘터리 사진집은, 함께 사는 사회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사회로 치닫는 사회일각의 불균형을 최소화시켜, 인간소외의 외형적인 도시화 건설을 지양하고, 사랑과 정이 넘치는 사람이 사는 도시로 발전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희망사항을 표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손 대대로 이어온, 조상이 물려준 변두리 땅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 붙박이처럼 모여 살던 사람들은 이름 모를 외지의 사람들에게 기득권을 빼앗기고, 또 다시 어디론가 삶의 터전을 찾아 정든 사람들과도 헤어져야만 하는 도심의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을 서울이란 거대한 울타리 안에 품을 수 있는 그러한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염원 하는 작가의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조영만 작가가 밤골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촬영을 시작한 시점은 2012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곳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허락해 주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아닐 뿐, 여타 마을과 비교해 보아도 상대적 빈곤을 느끼게 하는 밤골마을은 철거대상지역으로 지정되어, 당초에는 수십 가옥이 함께 살고 있었으나 하나 둘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늘어나면서 마을의 분위기는 흉흉해지고, 남아있는 가옥들마저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낮선 사람들의 사진촬영을 반길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그러나 조영만 작가는 틈만 나면 밤골마을을 찾아가 그곳 주민들과 어울렸다. 찾아갈 때마다 안부를 묻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분들과 친분을 쌓아갔다.
그것은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한 수단을 초월하여, 그분들의 생활에 대한 고충을 이해하고 대화의 상대가 되어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이 우선과제가 되었다. 그렇게 수개월간을 보낸 후 그곳 주민들은 점진적으로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밤골마을 사람들에 대한 기획촬영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전이나 작품집을 출판하기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초상권 사용에 대한 동의가 필수 였으나, 그곳 주민들은 기꺼이 초상권 사용 동의서에 서명을 해 주었으며, 이로 인하여 3년여의 기간 동안 밤골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을 일기를 쓰듯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사진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초상권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19세기의 캔디드사진가로 유명한 ‘에리히 잘로몬’은 취재시 대상자들의 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하여, 소형 카메라를 모자 속에 숨기거나, 가방이나 소지품등에 감추어서 촬영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조영만 작가는 밤골마을 사람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그들의 생활상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촬영하는 기지를 발휘하였다. 그 결과는 오히려 주민들 스스로가 촬영소재를 재공해 주는 등 적극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하여 탄생된 작품집이 조영만의 다큐멘터리 사진집 “인애 밤골마을 사람들”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들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가는 밤골마을 사람들은 조영만 작가의 인간애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2014년 9월에...
사이즈 : 220x280
페이지 : 180p
제본 : 양장제본
가격 : 65,000원
ISBN : 979-11-85154-06-0
출판사 : 하얀나무(02 2273-929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