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증가는 암 검진율이 높아졌기 때문"
"갑상선암 '과잉 진료'.. 데이터 분석으로 입증"
안형식 고대 교수 "조기검진 안하는 의료관행 정착돼야"
"가족력, 암 의심되는 갑상선결절 등은 정밀검사 받아야"
"작은 암까지 찾아내 환자에 무조건 수술 받게 하는 것
환자나 보호자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 커"
KBS, 일부 의료진의 무분별한 갑상선암 조기진단에 경종
200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증가한 암이 바로 갑상선암으로 실제로 발병률이 높아진 게 아니라 암 검진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갑상선암은 국내에서도 2005년부터 유방암을 제치고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외국과는 달리 30~40대 우리나라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질환은 여성에서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5~10배 가량 높으며, 갑상선암 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5배 정도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갑상선암에 대한 과도한 진단은 결국 과잉 진료를 낳기 마련이라며 국내 갑상선암 관련 일부 의료진들의 무분별한 과잉 진단 및 진료 행태를 지적하고자 KBS 한국방송 이수연 기자가 '뉴스 12'에서 이를 전격 취재, 보도했다.
지난 7일 KBS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타임즈가 최근 한국 연구진의 논문을 주요하게 다루면서 작은 갑상선 암까지 잡아내는 기술이 과도한 치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 국내 갑상선암 관련 의료진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방송은 특히 안형식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보건대학원장)가 이날 인터뷰에서 "갑상선암의 조기검진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지적하고 "그런 것이 의료 관행으로 돼야 한다, 이게 정착이 돼야 한다"며 이른바 양심 선언으로 국내 일부 의료진들의 갑상선암 조기검진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은 또 안형식 교수와 충북대학교 김현정 교수 팀의 논문을 통해 갑상선암 발병률은 해마다 크게 증가해 18년 만에 15배가 됐지만, 이로 인한 사망률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로 암이 증가한 게 아니라, (의료진들이 암을) 더 많이 찾아내는 바람에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지역별로도 갑상선 암 검진율이 높아지면 발병률도 비례해서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방송은 또 갑상선암의 빠른 증가가 조기 검진 때문이라는 추정은 있었지만, KBS 한국방송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작은 암까지 찾아내서 환자에게 무조건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은 특히 환자나 보호자 등 그리고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형식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보건대학원장)는 인터뷰를 통해 “갑상선암의 조기검진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리고 그런 것이 의료 관행으로 돼야 한다, 이게 정착이 돼야 한다”고 이른바 양심 선언을 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KBS는 이날 방송에서 실제로 3년 전 0.6 센티미터 크기의 갑상선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여성 김 모 씨도 수술 후유증으로 여러 가지 고통을 호소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그때는 겁이 나서 수술했죠. 지금은 굉장히 후회하고 있어요. 불면증이 너무 심해요. 3년째 잠을 못 자서 수면제, 신경안정제 처방받고. 피로하고 지쳤다”며 이 환자가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갑상선암 중에 가장 흔한 암은 갑상선유두암으로 전체 갑상선암의 90~95%를 차지하고 있다. 갑상선유두암은 대부분 완치될 수 있으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면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30년 전 한국은 갑상샘암이건 다른 암이건 진단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었다. 초음파 기계는 아직 정밀하지 못했고, 갑상샘암의 진단기준도 제대로 없었다. 최근에 초음파 검사가 정교해지고, 검사 자체가 저렴해졌으며, 국민들의 관심도가 증가하여 진단이 많이 이루어진 것이라는게 지난 4월 경향신문을 통해 밝힌 연세대 의대 장항석 교수의 주장이다.
갑상선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성대를 지배하는 반회후두신경을 침범해 목이 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기관지나 식도 등을 압박해 숨이 차거나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운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나면 갑상선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이기 때문에
특히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 가족 중에 갑상선암 환자가 있는 경우,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갑상선결절이 발견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암의 발생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또 갑상선암의 과도한 진단을 반대하는 쪽은 양성종양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갑상선암은 대부분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며, 다른 질환으로 사망하여 부검을 받은 사람 중 3분의 1에서 크고 작은 갑상선암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암이 발견되면, 단지 '암'이라는 이유 때문에 92%가 수술을 받고 있으며, 수술을 받은 환자의 12.2%에서 부갑상샘기능저하증이나 성대마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한국보건의료연구원)
증상이 없는 사람에서 시행되는 갑상선암 조기검진은 얻는 이득은 명확하지 않으나, 수술합병증과 평생 호르몬 약에 의존해야 하는 등 손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갑상샘암 조기검진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갑상선암 조기검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특별한 치료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국민 4만명을 매년 암환자로 만들어 '암의 공포' 속에서 살게 만든다는 것이다.
첨단 검진기기를 이용한 조기 검진이 일부 질병의 예방에 기여하고 있으나, 특정 질병에서는 건강한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환자로 만드는 과잉진단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갑상선암 조기검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 이하의 저위험 갑상선암은 진단명에서 '암'이라는 명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게 지난 4월 경향신문을 통해 밝힌 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의 주장이다.
이처럼 최근 의료계 안팎으로 일고 있는 일부 양식 있는 의사들이 지적한 무분별한 갑상선암 조기 진단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갑상선암 검진에 대한 권고 기준을 새로 제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KBS 보도 화면 캡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