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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방송) 정양진 기자 = 나의 부모님은 일곱 명의 자식들을 낳아 키워 출가시키셨다. 그 시대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농경사회에서 농토는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부의 척도가 되는 중요한 재산이다. 농토가 부족하면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부칠 땅이 없어 일 년 내내 남의 집 고용살이를 하는 사람도 볼 수 있고 아침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부터 남의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어려운 시절은 ‘보릿고개’라는 말이 그 시대를 말해주고 있다.
부모님은 농토가 넉넉하지 못했으나 오직 자식을 위한 삶으로 이어지고 자기를 희생하는 한 세상을 살다 가셨다. 산수(傘壽-80歲)를 훌쩍 넘기신 어머니의 얼굴에서 칠 남매를 보살피다 지친 고달픈 삶의 흔적들은 결국 논두렁 밭두렁이 된 골 깊은 주름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공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자식의 변명은 그렇게 어머니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오랜만에 틈을 내 어머니가 혼자 살고 계시는 보성으로 내려갔다. “애비야 혀가 아프고 불편하다.” “입을 한 번 벌려보세요.” 오른쪽 혓바닥 밑이 희끗희끗 곪아있었다. 일곱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는 자식들 누구한테도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그렇게 참고 계셨다.
어머니를 모시고 입병을 치료하는 서울의 한 전문의를 찾았다. “치과로 가셔야겠습니다. 아래턱 송곳니가 부러져 그 끝이 혀에 닿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까운 치과의원을 찾아갔다. 발치를 끝낸 의사는 “왜 이토록 오래 나뒀어요?” 어머니는 의사의 물음에 침묵으로 답하셨다. 생각 없이 토해낸 의사의 말은 나의 뒤통수를 찍어 내렸다. 지금까지 보살펴드리지 못한 죄송스러움은 한으로 남아 나를 괴롭게 한다. 자식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하셨던 어머님의 마음을 고희(古稀)가 지나서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부모은심중은련무실시(父母恩深重恩憐無失時) 부모님 은혜 깊고 무거우며 자식을 어여삐 여기지 않은 날이 없고,
모년일백세상우팔십아(母年一百歲常憂八十兒) 어머님 춘추 백세가 되어도 항시 80살 먹은 자식을 걱정한다.‘ 이렇게 깊은 부모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으리오.
부모불효사후회(父母不孝死後悔)라는 말이 뼈 속으로 파고든다. 칠 남매를 기르시느라 돌아가실 때까지 애쓰셨던 부모님은 내 곁에 계시지 않는다. 잘 보살펴드리지 못한 잘못이 한(恨)으로 남아 있다.
부모불효사후회(父母不孝死後悔)라는 말이 뼈 속으로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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