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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이색지대 종로구 익선동 르뽀2,

한국사진방송 5월1일 번개출사 후기
등록날짜 [ 2015년05월02일 14시31분 ]

서울의 이색지대 종로구 익선동 르뽀2, 한국사진방송 5월1일 번개출사 후기

 

종로3가역 5번 출구에서 6번 출구사이는 서울에서 대표적으로 이색적인 곳이다. 그곳 익선동 세탁소 할머니의 말씀대로라면 이 동네 집들은 800년이나 되었단다. 이 낡은 한옥들은 이조시대의 벼슬아치들의 권세가 떠그르르 묻어 있는 곳이다. 12칸 고대광실의 호화로운 기외집의 큰아들은 세월의 무게와 시대의 변천에 실수를 얹어 거지로 나앉고 말았단다. 그 시절 이 동네엔 날아갈듯 차려입은 선녀 같은 기생들의 나긋한 수발을 받으며 호기를 한껏 부리던 한량들의 발길이 줄을 잇던 곳이다. 진귀한 산해진미와 향기로운 명주들은 다 이곳으로 실려 왔다. 특출한 기예들을 지닌 예인들은 밤마다 이곳에서 자신의 묘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기생들은 웃음과 아랫도리를 팔아 동생의 학비를 벌고, 요리사들은 현란한 칼질로 남은 부스러기 고기들을 뒤로 빼돌려 늙은 부모를 봉양하고 제비새끼 같은 자식들을 살찌웠다. 00향원, 00궁, 00각, 이른바 요정이었다. 70년대엔 일본인 노동자들을 대거 모셔다 정종을 뎁히고 침대에서의 변태에도 이를 악물고 푼돈을 긁어모아 세계11위 경제대국의 기틀을 마련했던 곳이다. 이제 그 요정들은 흔적도 없고 기생들이 지어 입던 한복집만 여기저기 남아 옛날의 흔적을 증언해 주고 있다.

또 세월이 흘러 지붕엔 퇴색된 기와조차 보이지 않고 천막이 덧씌워져 있고 겹겹이 쳐 바른 시멘트 덩어리 속엔 아직도 수수깡 진흙으로 쌓아올린 벽채가 얼핏 설핏 드러난다. 국적불명으로 개조된 실내공간엔 벤처기업들의 연구실과 침침한 백열등아래 작은 책상과 걸상을 펴놓고 공예가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갈고 있다. 나머지 공간들엔 희한한 이름들을 가진 요상한 음식점들이 무너질 듯 차지하고 있다. 특히 큰길가엔 드럼통을 쪼개 만든 화덕을 가운데 두고 수많은 군상들이 빼곡히 룰러앉아 막걸리 양재기와 쇠주 잔을 기울이며 알딸딸하게 피로에 젖어든다.

 

지하철 6번에서 5번 쪽으론 해그름이면 어디서 몰려왔는지 포차들이 끝없이 열을 세우고 수많은 걸상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술잔을 깨끗이 비운다. 터박이 가게엔 시인묵객들이 이모님을 연발하며 빈대떡을 주문하고 악기점들이 즐비한 낙원상가 골목어귀엔 2000원짜리 국밥과 2000원짜리 소주와 막걸리가 주머니가 허한 음악가들을 맞아들인다.

2차선 도로를 건너면 대한민국 예술의 메카라는 인사동거리고 이 거리엔 차 한 잔 마시려도 시퍼런 배춧잎을 허개야 되는데 간발지척인 익선동은 지금도 여전히 단돈 2000원으로 허기진 배꾸래를 두들기며 구성진 노랫가락에 취해볼 수 가 있다.

 

도시의 음험한 해가 시커멓게 지거들랑 익선동 골목길을 헤매며 인간냄새를 맡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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