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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상처위로 핀 풀꽃.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중심으로’ 제2회 수림사진문화상 수상자의 작품 엿보기
수림문화재단(이사장 하정웅)은 2014년에 이어 사진분야의 역량 있는 작가는 물론 사진문화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일꾼(공로자)를 발굴 지원하는 <제2회 수림사진문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전시회와 시상식을 개최한다. 지원금은 총 2천8백만원으로 작가상 수상자는 각각 500만원, 공로상 수상자는 300만원이다.
<제2회 수림사진문화상>은 작가상과 공로상 2개 분야이며, 최종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 작가상 : 박홍순, 이재갑, 이정록, 장숙, 전정은
※ 공로상 : 이순심
시상식 및 전시개막식은 오는 9월 16일(수) 오후 6시에 종로구 팔판동 소재 한벽원갤러리(구 월전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수상자 다섯 명의 대표작 35점 내외로 구성되는 전시는 오는 9월 24일(목)까지 관람할 수 있다.
2014년과 동일하게 본 행사의 추진을 위해 비평가, 이론가, 기획자, 작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제2회 수림사진문화상 운영위원회>가 올해 초 발족되어 구체적인 지원방식과 수혜자 선정원칙을 결정하고, 수상자를 최종 확정하였다.
제2회 수림사진문화상 운영위원회는
• 운영위원장 : 손영자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전 여성사진가협회 회장)
• 운영위원 : 이경률 (중앙대 사진전공 교수)
• 운영위원 : 김화자 (미학박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 큐레이터 : 이경문 (중앙대 · 계원예술대 강사) 구성되었다.
* 수림문화상에 대한 더 많은 정보 참조: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30303&thread=24r09
***** 수상자 이재갑 작가의 예술세계는 아래와 같다.*****
이재갑, ‘상처위로 핀 풀꽃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중심으로.’ 서문
: 사진, 기억 그리고 길 위의 역사
이광수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 교수)
이재갑의 ‘상처위로 핀 풀꽃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중심으로’는 냉담한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사진가는 그 어떤 감동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역사학자가 지닌 냉정한 비판의 눈으로 역사의 흔적을 볼 뿐이다. 그는 시간 속에 묻혀 훼손되어 버린 역사를 애써 찾아가 일부러 끄집어내 오늘의 역사로 말을 건다. 역사를 따라가지 않고 역사를 끌고 가려는 태도다. 그래서 그의 시선에는 이 시대의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추구하는 특별한 작품성이라는 게 없다. 직관도 없고, 개인의 일상도 없고, 의미의 과잉도 없다. 여러 사진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지만,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갖추지도 않는다. 순간을 담은 이미지도, 일부러 비틀어보는 프레이밍도 없다. 그의 사진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유물뿐이다. 그의 다큐멘터리가 비판의 시선으로 재현한 역사의 풍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이 대목에서다.
그는 요즘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즐겨 하는 사건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구조를 버리고 미시와 일상에서 역사성을 찾으려는 방편 같은 것도 시도하지 않는다. 사진이라는 것이 지나가버린 시간을 직접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문학적 표현 방식을 원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지만, 사진가 이재갑은 문학적 말하기 방식을 애써 따르지 않는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저지른 만행의 현장을 보이는 그대로 내보일 뿐이다. 시간 속에 퇴화되어 가는 역사적 유물을 1차 사료의 차원에서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일 뿐이고, 그 1차 사료의 무미건조 함 속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 뭔가의 유정(有情)을 읽도록 전할 뿐이다.
사진가 이재갑이 갖는 역사의 키워드는 ‘기억’과 ‘공유’ 그리고 ‘현재’이다. 사진가가 역사의 흔적을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현재 속에서 기억하는 과정이고, 그래서 사진가는 개인이지만 공공의 의미를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재갑이 사진을 찍고 구성하고 보여주는 것이 역사학자가 사료를 펼쳐 보여주듯 하는 것은 바로 그가 작업을 역사학자가 하듯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역사학자들과는 달리 주관적 해석이나 의미 부여에 몰두하지 않는다. 대상을 구성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찍어 보여줌으로써 역사를 말하는, 사진가가 역사학자보다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과거를 현재 속에서 펼쳐 보여주어 기억을 공유하자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이상의 것, 그것은 무엇인가?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메시지란 사진가가 보는 시선으로부터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시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고 이야기를 펼치는가에 더 많이 달려 있다. 이 점에서 사진가 이재갑은 실재가 아닌 이미지 창출에 역점을 두지 않고, 과거가 현재화 되는 역사의 재구성을 하고자 한다. 그가 하는 역사 재구성은 기록 아닌 기억을 통해 과거를 현재에 매개하는 것이다. 얀 아스만(J. Assmann)은 기억이란 문화적 맥락에서 의미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했다. 기억은 어떤 매체를 통해 현재로 매개된다. 그림이나 영상 혹은 건축물이나 박물관 혹은 의례 등을 통해서 유지되고 매개되는데, 그 가운데 특히 사진이 기억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좋은 매체다. 기억은 존재와 부재의 관계가 매우 불확실하고,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문자와 같은 정형화된 기호보다는 그림과 같이 존재와 부재의 관계가 불규칙적인 이미지를 통해 환기가 더 적합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상기하면 이재갑의 ‘상처위로 핀 풀꽃.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중심으로’는 사진을 매개로 재구성한 기억의 역사이다.
‘상처위로 핀 풀꽃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중심으로’는 2002년부터 10년 넘게 작업한 풍경 사진이다. 풍경이란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보여 지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작가가 갖고 있는 의식을 문화적으로 행위 하는 하나의 매체이다. 그래서 풍경이란 단순히 어떤 의미를 제시하고자 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이 갖는 권력을 실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사진에서 풍경은 사진가가 재구성한 엄연한 역사적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진가 이재갑은 그 풍경을 왜 찍고 어떻게 찍었는지를 사회사적으로 규명해야 하는 일이다. 이재갑은 왜 일본에 남아 있는 조선인 강제 징용의 흔적을 풍경으로 찍었을까? 이 작품은 일제가 남긴 적산 가옥을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풍경으로 기록한 이전 작업 ‘식민지의 잔영’의 연장선상에 있다. ‘식민지의 잔영’이 한국에 남은 일제의 ‘과거’를 기록한 것이라면 이번 작업은 후쿠오카, 오사카, 나가사키, 히로시마, 오키나와 등 일본 각지에 남은 한국인의 흔적이 ‘현재’로 재현되는 것이다. 설득되지 않은 권력이 이 땅에 남긴 강제의 과거사가 강제를 넘어 폭력으로 이어져 남의 땅에 버려진 한(恨)의 현재사이다.
이 작품은 공간에 대한 증거다. 풍경에서 사람의 모습을 제거함으로써 불규칙적이고 느닷없이 일어날 수 있는 개개의 감정 선(線)을 애초에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이성으로 보는 역사를 통찰하게 하려는 시도다. 사진이 어둡고, 음산하다. 대상이 어둡고 음산하여서가 아니라 그것을 재현하는 사진가가 그 역사를 어둡고 음산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물속에 수장돼버린 피울음이 있고, 돌무덤에 갇혀 버린 한 맺힌 절규가 있다. 멈춰선 나가사키의 괘종시계에는 추모라는 이름 아래, 애도 없이 망각해가는 훼손된 역사의 시간이 있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전이 진행 중인 역사의 전쟁 속에 사진가는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 묻는다, 전쟁은 끝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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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위로 핀 풀꽃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중심으로)
지난 1996년 2월부터 시작한 한국 내에서의 일본문화(1910년에서 1945년 사이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을 중심으로)와 관련된 프로젝트 사진작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번 일본지역(후쿠오카,오사카,나가사키,히로시마,오키나와)에 대한 사진 작업은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2월부터 준비한 작업이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 한 9일 뒤인 8월 15일 정오 12시를 기해 일본 천황은 항복을 선언하는 방송을 하게 된다. 이날 전국의 형무소에서는 독립유공자 2만 여명이 석방되었고 대한민국은 형무소 뿐 만 아니라 전국의 크고 작은 군부대 및 공사 중이던 모든 시설 자체가 중지되고 해방의 기쁨을 맞게 된다.
역사는 길 위에 있다.
일본본토 역시 예외 없이 전 국토에 건립 중이던 전쟁 준비를 위한 모든 건축물과 탄광채굴 및 군수물자를 보관하기 위한 동굴 등의 모든 공사를 중단하게 된다. 그로부터 63년이 지난 2008년 1월 일본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많은 지역을 3차 답사를 겸해 다녀왔다. 전쟁이 끝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곳은 전쟁준비로 분주하던 당시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석탄 채굴을 위해 식민지 조선인들이 강제징용을 당하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억압을 받았던 후쿠오카 현의 치쿠호 지역은 내게는 평생 잊지 못할 참혹하고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군수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온 산을 요새화한 히로시마의 쿠레 지역의 동굴은 지금이라도 전쟁준비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듯 소름끼치도록 공포감을 느꼈던 곳 중 하나이다.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어 아시아의 각 지역은 물론이고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조직적으로 투입되었던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