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춘호 사진전 ‘굴레방 戀歌’ 서학아트스페이스
기간 : 2015.11.12THU~25WED
장소 : 서학아트스페이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7 ☏ 063 231-5633
재개발로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아현동을 13년 세월의 흔적으로
담아낸 사진작가 원춘호의 6번째 개인전이 전주에 있는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11월12일부터 2주간 열린다.
원춘호는 아현고가가 헐리고 낡은 집들이 아파트로 변화하는 재개발의 현장을 제법 오랜시간동안 사진가의 본능어린 담담한 시선으로 담았다. 잘 나가던 사업의 좌절과 극복을 담은 파란만장했던 아현동의 삶을 통해 얼마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걸어온 삶의 흔적을 그리움으로 더듬어 보는 사진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젠 세월속으로 사라진 아현고가의 마지막 모습을 비롯하여 재개발되기 이전의 옛 모습들이 전시된다.
한국리얼다큐사진가회 회장을 역임한바있으며 오는 12월2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총감독이기도 한 원춘호의 굴레방 戀歌는 25일까지 전시된다. 세월은 흐르고 사진은 남는다.
작가노트 굴레방 戀歌
“돈벌어 잘 먹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지”
칼 바람이 몰아치던 2015년 구정 무렵 돌아가신 어머님은
자주 찾아뵙지 못하던 막내인 내게
보고픔을 그렇게 소극적으로 표현하셨다.
서울에서 다둥이 아빠로 살아가는 치열한 삶을 알기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포기하신지 이미 오래된 듯
“보고 싶다 내려와라!”라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으셨다.
돌아가시기 한두 달을 남겨 놓고는
참아 왔던 “보고싶다”라는 말씀을 자주하셨지만,
늘상 시간에 쫓겨 살다 보니 한 손가락 셀 정도밖에 찾아뵙지 못했다.
“넌 나쁜 놈이야!”
속 시원한 대화 한번 못하고 보내드린 것이
가장 큰 회한으로 남았다.
인생의 풍파를 타고
아현동(阿峴洞)에 터전을 잡은지 꾸역꾸역 13년.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도 끝이 없을듯한 고통도
아현동의 하늘 아래 아스라한 기억 속에 사라져갔다.
밤낮없이 열심히 사는데 왜 돈이 안 모일까요?
“아이들 키우는 게 돈 버는거여~”
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아현고가도
늘 곁에 계실 것 같았던 어머님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볼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것은 힘이 든다.
지지부진하던 재개발이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며
변화의 갈림길 한 가운데 아현동이 있다.
나 역시 의지할 부모 없는 인생의 변곡점이다.
아현동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의 공간.
섬에서 자란 소년에겐 지긋지긋했던 바다가
성인이 되어 고향의 동의어가 되듯
희로애락(喜怒哀樂) 감정의 정서를 함께 한 이곳 굴레방의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어간다.
삶이 무거워 일상의 소소한 행복마저 느끼지 못하던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먼 훗날 아이들이 이곳 아현동의 낡은 집들과 골목을 그리움으로 채우고
좁은 방안 가득 웃음소리가 넘쳤던 유년의 행복으로
추억하게 할 의무가 아버지인 내 어깨에 있다.
내일은 굴레방 戀歌를 힘차게 부를 수 있도록
행복하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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